ⓒ 이십세기폭스
이 영화는 가족애를 다루고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름안에 모여 있는 실패자(Loser)들의 집합소에 가깝다. 가족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쓴다기보다는 비슷한 실패자들이 느끼는 연대감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그들과 함께 한 700마일 로드트립의 일상을 잘 따라가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가는 폭스바겐 밴은 폐차직전이다. 마치 이들의 인생처럼.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실패자들을 다룬 작품들과 달리 이들을 구질구질하게 그리지 않는다. 무모할 정도로 낙천적 기질이 이 집안의 내력이다.

이 집구석의 가장인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성공학 강의를 하고 돌아다니지만 정작 성공학을 다룬 자신의 책도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 리차드는 실패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목록까지 꿰고 있다. 그건 자신에 대한 보고서나 다름없다. 인생에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삶이 리차드를 성공학 강의로 내몰고 있다. 그의 성공학 강의는 마치 자신을 향해 내지르는 외침같다.

자살에 실패한 프랭크(스티브 카렐), 헤로인을 하다가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알랜 아킨), 별로 예쁘지 않고 배까지 나온 미인대회 지망생 올리브(에비게일 브레슬린), 세상사를 달관한듯 살며 침묵하는 드웨인(폴 다노), 매사에 신경질적인 엄마 쉘(토니 콜레트). 이들에게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리버네 가족은 <어메리칸 뷰티>나 <아이스 스톰>에 나오는 곪아터진 중산층 가족들과 다르다. 이들은 앞서나온 가족처럼 인생의 성공을 구경조차 못했다. 이들에게 중산층 인생의 허무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저 한번만 성공의 맛을 보는 게 강렬한 소원이다. 그래서 가족이 올리버의 미인대회 출전에 목을 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희망처럼 올리버가 미인대회에서 우승할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올리버 가족은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미인대회에 가기 위해 폭스바겐 밴을 빌려 로드트립을 시작한다. 이 여행에도 만만찮은 난관이 여기저기 매복하고 있다. 이들은 가까스로 대회가 열리는 호텔 가까이 도착했으나 그만 길을 잘못 들어 호텔을 눈앞에 두고 반대방향으로 간다. 올리버 가족과 성공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 이십세기폭스

바로 눈앞에 성공을 두고 엉뚱한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는 건 이 가족만의 숙명은 아니다. 실패자가 성공을 놓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많이 본 자수성가형 인생기는 보통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성공자들은 비행기 일등석에 누워서 가겠지만, 실패자들은 영화의 포스터처럼 고장난 차라도 얻어 타려면 땀이 흥건할 정도로 뛰어야 한다. 그래야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는 피곤한 인생들이다.

이 영화는 우울하지 않다. 모두 열심히 달리고 있지 않은가? 삶은 역시 현재의 상태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서점에 가면 성공에 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다. 성공하는 삶의 7가지 비결, 다이어트 성공비결, 성공적인 삶에 이르는 습관 등등. 그런 책을 보고 있자니 사는 게 너무 팍팍하게 느껴진다.

성공하기 위해서 실패자를 넘어야 하고, 매순간 경쟁에 마음 졸여야 한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생활의 조건은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동지 없이 적들과 싸워야 하는 현실이 과연 미래의 모습일까? 올리버의 가족은 경쟁에 눌린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블로그(http://ryudonghyup.com)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 실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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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기자는 미국 포틀랜드 근교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육아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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