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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4일 조선일보가 '독자와의 상호 대화의 폭을 넓히고, 이해의 깊이를 더 깊게 파기 위해' 만든 사외보 '독자와의 대화'가 19호인 송년호를 끝으로 당분간 막을 내린다고 한다. 그 동안 기자들의 취재비화와 연예인, 방송인, 기업인 등 이름있는 인사들을 비롯 무명의 유학생, 대학생, 외국인까지 많은 인물이 등장하여 조선일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 사외보란 형식은 이제껏 언론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있기에 초기에는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초기에는 주로 '배우 박중훈의 '조선일보를 보는 이유''나 '나를 아찔하게 했던 기자...전여옥'류의 유명인을 동원한 '조선일보 칭찬하기'와 '언론사 세무조사 "정치목적" 80%', '국민 63% "안티조선이 뭐죠?"', '안티조선에 맞선 시민단체들'등의 안티조선측을 공격하기 위한 내용으로 주로 채워졌다.

초기의 이런 사외보의 내용들은 조선일보가 이를 발간한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게 하였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결과에 따라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사주가 구속됨으로써 얻게된 '탈세기업'의 이미지를 가능한 한 희석시킴과 더불어 인터넷상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안티조선운동에 대해 최고부수의 지면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맞대응코자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가 애초에 사외보를 발간하면서 내세운 '독자와의 상호 대화의 폭을 넓히고, 이해의 깊이를 더 깊게 파기 위해' 라는 목적을 이루었는지는 독자 개개인의 성향이나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최소한 조선일보의 학벌 좋고, 유능한 기자들의 '열전'을 읽으며 기자 개개인의 업무나 활약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는 있었으나, 상호 대화의 폭을 넓힌다는 목적에는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독자와의 대화'를 마치며 '독자 여러분의 애정어린 비판과 격려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고 스스로 자평하고 있지만, 정작 '안티조선'에서 제기하는 쓰디 쓴 비판에 입다물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선일보 정치면이나 사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신문을 구독하던지 아니면 특정정당 당보를 보면 된다"라고 안티조선을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폄훼하는 10월26일자 '유학생 김시현이 본 안티조선'이나, "두려운 것은 이들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용학자, 관변단체, 권력의 주구가 되어 결국 국가를 타락시키고 말 것이라는 사실입니다"라고 태연히 안티조선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부 최구식 기자가 본 '안티조선'"에서 보듯 오히려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철저히 상대를 폄훼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 신문은 8월6일 '본지 구독자 오히려 늘었다'와 9월1일 '신문구독 느는데도 '괴정보'흘려'등의 글을 통해 세무조사와 안티조선의 활동에도 자신의 판매부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강변하였지만, 조선일보가 일간지중 유일하게 가입하고 있다는 한국ABC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유료부수가 2001년 1-3월 1,975,416 , 2001년 4-6월 1,966,758 , 2001년 7-9월 1,954,505부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또한 사외보가 독자와의 상호 신뢰보다는 주관적인 관점으로 자사 홍보에 치우친 점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진정 이 신문이 독자들의 단소리뿐 아니라 쓴소리도 듣는 것을 주저하지 않음으로써 독자 상호간에 대화의 장으로 이 사외보를 활용하고자 했다면, 이 신문에 대한 칭찬과 부추김속에 마지못해 지엽적인 비판을 끼워넣는 눈가림식 쓴소리가 아니라, 조선일보에 대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비판적 견해를 가진 사람의 목소리도 가감없이 싣고 그에 대해서 반성할 것은 하고 반론할 것을 하는 그런 장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이제껏 이 신문은 자신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과 제대로 된 토론이나 비평의 장에 나선 적이 없다. 최고 부수의 지면을 활용한 외부 인사의 시론이나 사설을 통한 일방적인 공격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독자 상호간의 대화와 이해를 내걸고 등장한 것이 바로 '독자와의 대화'라는 사외보라 보여지지만, 이 또한 일방적인 자사홍보와 '안티조선에 대한 안티'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8월6일 '나를 아찔하게 했던 기자'를 칭송하며 전여옥 씨가 사외보의 시작을 장식하더니, 마지막호도 전여옥 씨가 '독자와의 대화'를 '이제 '브랜드 권위'를 벗고 겸손하라'는 제목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신문은 세무조사라는 '폭풍우'속에서 더 강인해졌으며, '세무조사란 이름으로 조선일보에게 이런 멋진 기회(조선일보가 새롭게, 더 강하게 태어난 것)를 선사한 이들과 '축배'를 들어도 좋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조선일보에 글을 쓴 첫째 이유, 즉 '세무조사로 포장한 언론손보기에 대한 나의 근본적인 분노' 라는 것은 더욱 이해가 안되는 노릇이다. 조선일보를 새롭고, 강하게 한 이에 대해서 분노를 느낄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전 씨는 조선일보 기자를 칭찬하고, 세무조사에 분노하고, 그러면서도 이 신문이 새롭고 강해졌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인과관계이다. 4개월 동안 조선일보가 심혈을 기울여, 많은 간판급 기자들을 동원하여 시도한 '독자와의 대화'를 접해본 느낌이 또한 이와 다를바 없다. 과연 시간이 많이 흐른후 이 독특한 사외보는 어떻게 자리매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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