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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침체 ... 미국 11번의 금리 인하

아무래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걸 들어야겠죠? 특히 1992년 '내 사전에 불황이란 없다'는 듯이 고성장을 거듭하던 미국경제가 수렁에 빠졌습니다. 고성장에 인플레이션도 없는 '신경제'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작년까지 경기가 좋았지만 바로 그 신경제를 이끌었던 정보기술산업의 과잉투자가 근본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회(Fed)는 무려 11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해서 연초에 6.5%였던 단기 금리가 1.75%로 하락했다. 케네디시대, 그러니까 1960년대 초 이후 40년만의 최저금리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나빴습니다. 아르헨티나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고, 외환위기 이후에 되살아났던 동아시아 경제도 침체에 빠졌습니다. 보통은 미국, EU, 일본 중 한 군데는 성장을 해서 세계경제를 구해 냈는데 이번엔 모두 나쁩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9.11테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세계경제의 앞날은 더욱 혼미해졌습니다.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작년 말 플로리다의 재검표가 끝까지 진행되었더라면 세계는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으니까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과연 앨고어가 대통령이 됐어도 9.11테러가 일어났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강경파가 강경파를 부른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로 추정되는 테러조직이 미국의 심장부, 세계무역센터와국방부를 치는 9.11 테러를 감행했고 부시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2001년 12월 31일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알 카에다는 완전히 붕괴됐지만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1999년말에 새로운 100년은 평화의 세기가 되라고 모든 사람이 바랬지만 1년만에 다시 세계는 전쟁의 화약냄새를 맡아야 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 악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곳의 평화가 얼마나 불안한가를 또 보여줬는데요. 작년, 그러니까 2000년 9월에 아리엘 샤론 당시 리쿠르당 총재가 예루살렘을 방문했습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의 성지기도 하지만 이슬람교의 성지기도 해서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당연히 유혈 충돌이 시작됐고 아리엘 샤론은 이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이스라엘 총리가 됐습니다.

6개월에 걸쳐 수많은 사상자를 내다가 금년 4월말에 겨우 휴전을 맺었지만 테러전쟁 이후 다시 전면전의 양상까지 보였습니다.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일은 이 밖에도 또 일어났는데요. 부시대통령은 ABM(anti-ballistic missile)조약을 탈퇴했습니다. MD계획을 추진하려면 요격미사일 수를 제한한 이 조약을 파기해야 하거든요. 이러한 미국의 오만과 독주는 광범위한 반세계화운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작년의 시애틀 집회에 이어 금년에도 국제적인 집회가 잇따랐고 이탈리아에서는 사상자까지 발생했습니다.

한국경제 침체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서 한국경제도 급격하게 나빠졌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대로 미국경제가 나쁘니까 다른 수출도 줄어들었죠. 더 문제인 것은 설비투자가 두자릿수로 감소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소비의 증가와 건설투자 급증에 힘입어 2001년은 3% 가량의 성장을 거둘 전망입니다.

2000년의 대우에 이어서 2001년에는 현대가 한국경제를 뒤흔들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추가로 공적자금을 조성할 수 밖에 없었죠. 상반기에는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하반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하이닉스(구 현대반도체)의 처리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최근에 D램부문을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에 완전히 넘겼습니다.

이렇게 재벌들의 부실로 고통받으면서도 정부는 경기침체를 빌미로 재벌개혁을 대폭 후퇴시켰다. 출자총액제한제를 완화하고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길도 열어놓았습니다.

12월에는 감사원이 공적자금 관련 감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공적자금의 조성과 운용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하늘을 찔렀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대폭발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로서는 위기를 이리 저리 피하면서 행운의 한해를 보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경제는?

세계경제는 그렇게 빨리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경제는 금년보다는 나을 거에요. 지금 내수가 상당히 부풀어 오르고 있는데 정부가 지금 편성한 재정지출까지 되면 내수는 상당히 좋을 겁니다. 여기에 두번의 선거가 있고 또 월드컵 특수가 있어서 상당한 성장... 5% 가까운 성장이 예상됩니다.

다만 생산적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거품 경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제가 올해 마지막 날에 또 한번 당부드리는데 빚 많은 분들 내년에 착실히 갚아 나가시기 바랍니다. 내후년에는 가계파산이 걱정되거든요.

언론사 세무조사와 명시적 보수연합의 형성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있었죠?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안티조선운동과 맞물려 봄부터 여름까지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이 조사의 성격을 두고 여야, 그리고 언론들이 둘로 나뉘어서 격렬하게 싸움을 벌였습니다.

결국 우리 언론사들이 거대한 탈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국민들을 놀라게 했고 동아, 조선, 국민일보의 사주는 구속됐었죠. 지금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만...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싸움은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가 어떻게 갈리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언론개혁의 직접적 결과는 재벌-거대언론-한나라당의 연합전선이 형성된 겁니다.

여론의 비판에 몰린 거대 언론이 하기 어려운 얘기를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터뜨리면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다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문제삼는 주고받기식 보도가 선보였습니다.

한편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나라당은 출자총액제한제의 철폐등 재벌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고 결국 관철시켰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보수언론-재벌간의 3자연합이 성립된 겁니다. 한편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 고문은 조선일보의 인터뷰 요청까지 거절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게이트...게이트...게이트.. 게이트... 민주당의 몰락

금년은 민주당 참패의 한 해였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한나라당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던 민주당은 4월 26일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그리고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경제난 속에서 의사들에게 밀려 수가를 지나치게 인상했던 건강보험이 재정위기를 맞는 등 정책 실패가 국민들한테 실망을 안겨줬구요. 1년 내내 정현준게이트, 진승현게이트, 이용호게이트, 그리고 최근의 윤태식게이트까지 민주당에 각종 의혹을 안겨주면서 민심을 결정적으로 이반시킨 결과입니다.

어느 하나의 게이트도 시원하게 열리지는 않았지만 어떤 사건에도 권노갑씨를 비롯한 구동교동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민주당 쇄신파는 당개혁을 내세우며 반란을 일으켰죠. 1차 반란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 듯 했지만 결국 대통령이 총재직을 물러나는 선까지 치달았습니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의 쇄신은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아직도 마무리가 안되고 있습니다.

민중생존권의 위기

지난 4년간의 구조조정과정에서 고통분담을 외쳤지만 고통은 하위층으로 집중된 걸로 나타났습니다. 2001년 11월에 발표된 통계자료들은 지난 4년간 우리나라의 분배상태가 계속 악화되었다는 걸 잘 보여주었습니다.

구조조정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노동자였습니다. 실업자들이 양산됐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빈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농민들의 처지는 더 심각했습니다. 지독한 봄가뭄과 빚독촉에 시달리면서 자살하는 농민들이 줄을 잇더니 가을이 되어 풍년의 기쁨을 누렸지만...이번에는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을 시름에 빠지게 했습니다.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환경문제

작년에 최대의 이슈는 동강이었죠? 결국 동강댐 건설은 막아냈는데, 그 동안 동강이 유명해지면서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어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 자연은 파괴되기 마련입니다. 댐도 댐이지만 그 이후의 보호조치가 아쉬웠습니다.

금년 최대의 환경문제는 새만금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이 내세운 직접적 목적은 쌀 증산이에요. 그런데 지금 우리 쌀은 너무 많이 생산돼서 문제거든요. 그래저 정부가 증산이라는 정책 목표를 바꾸기 까지 했는데 아직도 새만금 사업은 계속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보면 교토의정서의 실천에 합의한 것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길...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미국은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해서 또 하나의 오만을 보여 주었죠.

악화된 남북관계

9.11 테러사건 이후에 우리나라도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는데요. 북한이 그걸 문제삼고 나왔죠. 결국 장관급회담, 경제협력, 무엇보다도 이산가족 상봉이 모두 무산됐습니다. 결국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도 한 해를 더 넘기게 됐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요. 우리 내부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게 더 안타깝습니다.

남은 얘기들...

게놈지도라는 말... 이젠 익숙하시죠?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인간복제문제가 바로 결정을 내려야 할 인류의 문제로 다가왔구요.

여름 내내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가 우리를 분노하게 했죠? 다행히 일본의 양식있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역사를 생각하는 모임'의 왜곡된 교과서는 거의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꽁치조업 문제 등 여러가지로 일본과의 관계가 껄끄러웠습니다.

2001년, 한국영화는 이 한해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겠죠? 친구, 조폭마누라,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등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영화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른바 '조폭'을 소재로 한 오락성 영화만 환영을 받고 사회성 짙고 예술성 있는 영화들은 철저히 외면을 받은 것이 아쉽습니다.

제가 금년 4월 중순부터 뉴스브리핑을 했는데요. 죽 원고들을 되돌아보니까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더군요. 브리핑.. 그러니까 짧게 줄인 건데도 200자 원고로 치면 5000장이 훨씬 넘어요. 올해도 다사다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매일 흐뭇하고 기쁜 소식을 많이 전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는데 오늘도 정리하고 보니까 또 그렇군요. 내년에는 희망차고 따뜻한 일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번에 올렸던 7대 뉴스를 보완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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