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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안양, 과천, 부천 등 수도권 4개 신도시의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LG파워(이하, LG)가 지난 1월에 9.13% 가스요금을 인상한 데 이어 이 달부터 26.78%(누계 38.4%)를 기습적으로 요금을 인상해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또 민영화 후 석달만에 38%나 인상된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LG측은 물론 정부의 민영화 정책 자체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번 인상분을 적용할 경우 산본 등 4개 신도시의 가스요금은 24~30평형 아파트의 경우 15만∼19만원(겨울철 기준)으로 올라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난방공사)가 공급을 맡고 있는 서울 강남이나 분당, 일산 주민보다 월 3만∼6만원 더 내야 한다.

인상요인에 대해 LG파워측은 “지난 해 9월부터 지역난방을 공급한 이래 총 적자규모가 213억에 이르러 한계상황”이라며 “한전의 수열가 차등적용과 LNG 가격 인상으로 50% 이상 인상요인이 있어 올 7월에도 추가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들은 “공급자를 선택할 권리조차 없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요금인상 반대 서명운동과 조직적인 납부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미 각 지역과 단지별로 인상반대 서명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16일 군포경실련과 각 단지 입주자대표협의회, 주택관리사협회는‘지역난방비 과다인상 저지를 위한 주민간담회’를 열고 이어 23일엔 성명을 통해 이번 요금인상이 “당초 민영화의 취지와는 달리 재벌기업과 공기업이 담합하여 요금을 인상하여 서민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겨주는 처사”라고 규탄하고 “정부가 즉각 나서 사태를 요금인상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부겸(군포) 의원 등 여야의원 21명은 17일 지역난방회사가 독점권을 이용하여 지역난방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요금결정 때 입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

LG파워 “한전 탓"

16일 간담회에서 LG파워(주)의 이상태 업무처장은 “한전이 난방공사의 수열가(전력생산 당시 열공급에 소비되는 연료비를 공제하는 금액)는 1만4215원(/Gcal)으로 한데 반해, LG파워와는 3만5855원으로 2.5배나 높게 PPA(전력구매계약)를 맺어 지난 7개월간 213억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1월에 산업자원부와 한전측이 PPA 갱신을 통해 수열가를 지역난방 수준으로 낮춰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번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정리하자면,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LNG 연료비를 100으로 볼 때, 현재 지역난방공사는 열부담이 10이고 전기측 부담이 90인데 반해, LG는 열부담이 25, 전기측 부담이 75로 차등 적용되어 한전측이 이 15의 차이를 전력구매에서 채워주지 않는 이상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전-산자부 한 목소리

한전측은 정부의 지역난방 권장시책에 따라 난방공사에 열비용을 원가 이하로 공급해왔지만 민영화된 마당에 열비용 현실화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이후 한전의 발전자회사 매각일정을 고려할 때, 산자부가 약속했다는 전력구매계약의 갱신은 단지 ‘권고’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산자부 자원정책국 관계자는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난방비가 차등 적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지금으로선 LG나 한전 어느 쪽 손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의 공식입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지역 주민의 저항 수위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말고는 이번 요금인상 사태에 발벗고 나설 곳은 없다는 얘기다.

양자택일 문제인가

이번 사태에 대해 한전과 LG, 산자부는 하나 같이 이번 사태를 전기료를 더 내느냐, 난방료를 더 내느냐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즉, 한전측이 LG에서 사들이는 전기구입비를 인상해 전기측 부담(전기료)를 높이고 열부담(난방료)을 줄이는가, 아니면 열비용 현실화를 통해 전기측 부담을 줄이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삼자의 논리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열병합발전소가 전기부문에서는 주력인 원자력발전소에 보조장치 격인데 반해, 난방열에서는 절대적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같은 원료로 낼 수 있는 전기와 열의 생산 효율과 공급단가의 차이가 그것이다.

더구나 한전이 종전까지 난방공사에 원가이하로 발전 폐열을 공급해왔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 난방열은 발전기 터빈을 돌린 후 600∼700도에 이르는 터빈의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재활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각장 건설 논리 중 하나였던 폐열문제, 기업 전기료 특혜문제까지 끼어들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 인상된 월 3∼6만원이 원상복귀 된다해도 한전과 산자부가 엄살을 떠는 것처럼 전기료가 오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참고로 작년 한전은 1조 7천억의 흑자를 기록했다.

무늬만 민영화, 독점은?

한편, LG파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열병합발전소와 각 지역 난방공사를 민간기업에 매각한 대표적인 민영화 사례여서 일각에서는 과연 민영화가 올바른 공기업 구조조정의 방향인지에 대한 회의도 제기되고 있다. 민영화의 핵심은 시장경쟁을 통한 경영의 효율화에 있다. 그러나 독점 하에서는 형성될 시장도 경쟁도 없다.

실제 LG파워의 경우, 민영화라고는 하지만 400명이 넘던 인력을 300명으로 줄인 것 이외에 지역난방의‘독점공급자'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결국 독점권을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넘긴 것에 불과한 전력 및 지역난방 민영화 정책은 정부가 매각이익만 챙긴 파렴치한 사이비 민영화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공사비분담금 어디갔나

매각과 관련해 한 난방공사 관계자는 “LG가 7700억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결국 어디서 파가겠느냐. 남은 것도 다 팔려는 마당이니 결국 소비자만 보따리 뺏기고 뺨맞는 서글픈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며 한탄했다.

실제 신도시 건설 당시 입주민이 평당 1400원씩 분담한 1572억의 공사비부담금에 대해 지역난방공사는 “자산 형태로 일괄 매각했다”고 밝힌 데 반해 LG측은 “난방공사가 가져갔다”고 밝혀 자칫 입주민들이 시설비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주민들은 분담금의 반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영화, 만병통치약인가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지역난방공사노조 배규현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지역난방공사와 열병합발전소를 묶어 장사꾼이 아니라 전문가집단이 하나의 공공에너지라인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해 민영화 정책 실패가 사태의 원인임을 시사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국제공공노련(PSI·145개국 560조직 2000만명이 가입)의 한스 잉겔버츠 사무총장이 한전민영화와 관련해 정부의 맹목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꼬집은 말은 새겨볼 만하다.
“한국정부는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난 등 다른 국가의 민영화 정책 실패로부터 전혀 배우려 하지 않는다.”

<해설> - LG파워 가스요금 인상 배경과 대안

LG파워 주연, 한전·산자부 공동연출작; <나는 너희가 의보 때도 화내다 만 걸 알고 있다>
- 소비자 공멸로 달리는 전력·난방 민영화 즉각 중단하라

오른다. 또 오른다. 의료보험은 떵떵거리며 오르고 수도세, 전기세 사금사금 나도 몰래 오르고 또 등록금, 학원비, 난방비까지...
정말 무슨 세, 비 달리 것들은 죄다 날뛴다. 정말 살 수가 없다는 한숨과 분노가 넘쳐난다.

교육이민이고 뭐고 살려면 이 땅을 떠나야 한다는 푸념이 가득하다.
부평에서는 경찰의 곤봉이 길길이 날뛰고 지금 군포에서는 독점기업의 횡포가 날뛰고 있다. 생존에 직결된 난방비를 놓고 지금 정부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시체 소비자’를 상대로 항생력을 시험하고 있다. 정말 저 기어오르고 날뛰는 것들, 죄다 쓸어버릴 방법은 없는가.

난방비 인상 불가피를 외치는 LG측의 주장은 한마디로 정부에서 요금을 묶어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금을 풀어주던가 전력구매계약을 갱신해 난방공사 수준으로 열비용을 낮춰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LG측이 주장하는 ‘요금현실화’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3개 이하 기업이 해당 시장의 75%을 점유할 경우 ‘독과점’으로 규정하고 담합행위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도록 되어 있다. 하물며 1개 기업이 해당 시장을 100% 독점한 상황에서 50%이상 요금인상 운운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협박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환기할 것은 소비자들이 50%이상의 요금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전과의 전력구매계약 체결 당시 LG측이 난방공사보다 2.5배나 높은 수열가, 즉 한전의 열비용 현실화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즉 얼마간의 적자운영은 감수하더라도 한전이라는 안정적 고객(전기구매)과 지역난방에 대한 ‘독점적 공급권’이 있는 한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다는 LG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7715억이라는 엄청난 인수금액은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아웅다웅 LG-한전-산자부, 소비자 뒤에서 함께 웃는다

따라서 현재 LG가 요금인상을 단행한 것은 이미 정부와 한전측과 입을 맞춘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현상적으로는 LG와 한전, 산자부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삼자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LG가 소위 ‘열요금 현실화’의 첨병으로 내몰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LG로서는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손해는 없다. 그들의 예상대로 소비자가 발끈하다 말면 인상이 자연스럽게 관철될 것이고, 소비자 저항이 예상보다 완강하면 산자부와 한전이 어떤 식으로든 뒷감당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LG에서는“LG로서는 정책 결정자인 산자부나 주 고객인 한전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결국 함부로 대할 곳은 한 곳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아무 선택권도 없는 호구, ‘시체 소비자’ 말이다. 선택권이 있다면 그들이 100%, 아니 1000%를 올린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한전의 입장은 어떨까. 이미 한전은 원자력을 제외한 발전자회사 전체의 분할매각을 결정한 상황이고 정부도 난방공사의 매각결정을 밝힌 바 있다. 매각 방식은 LG파워처럼 열병합발전소와 특정지역 난방 공급권을 묶는 방식이 아니라 난방공사는 일괄로,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는 분할로 매각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한전은 이번 시험을 통해 난방공사에 져오던 열비용 부담금도 털면서 발전소 매각 후 민간기업과 맺게될 전력구매계약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기본적인 구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전이 LG나 산자부가 내세우는 것처럼 전력구매계약을 갱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전쯤 되면 공정위의 경고 따위는 그냥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다.

민영화 첨병 LG파워 주연, 한전, 산자부 공동 연출. 시험대에 오른 소비자권리

정부가 이번에 소비자의 저항이 뻔히 보이는 데도 30%의 요금인상을 승인한 것도 한전과 같은 맥락이다. 겉으로는 당혹스러운 듯 하지만 정부는 국민을 볼모로 아주 잔인한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민영화라는 신종 항생제 실험 말이다.

그들은 국민이 이번 사태도 잘 참아줄 거라 믿는 듯하다. LG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면, 이번 요금인상을 승인하면서 산자부 관계자가 “소비자 반발은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 아닌가. ‘나는 너희가 의보 때도 화내다 만 걸 알고 있다’ 이건가?

이번 요금인상이 어떤 식으로든 관철되면 다음 수순은 명백하다. 형평성, 요금현실화 운운하며 올 7월, 혹은 내년 1월엔 다른 지역의 난방비도 산본, 평촌에 맞춰 올릴 것이다. ‘열비용현실화’를 위해 억지로 묶었던 고정비(생산원가-열비용/단위열량) 상한제도 풀 것이다.

그 다음은 난방공사를 팔아 매각이익을 챙기고 민영화, 규제완화 종결을 선언할 것이다. 민간화된 독점기업이 소비자에게 얼마를 받든 말든 말이다.

민영화 + 독점공급권 = 요금상승 & 소비자권리 말살

따라서 이번 사태의 근원은 정부의 민영화 정책과 맞물려 있다. 결국 전력과 지역난방 부문의 민영화가 중단되지 않는 한 전기료든, 난방비든 요금상승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열병합발전소를 예로 들어보자. 이 발전소들은 특히 여름철 전력수요가 몰리는 ‘피크부하’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원자력발전소의 전력생산은 항상 일정할 뿐 아니라 원거리에 있어 과부하를 소화하기엔 전압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발전소는 국가적 안전망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것이 해외나 민간기업에 넘어갈 경우,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난과 같은 치명적인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난방은 정부가 에너지의 고효율성, 환경친화성을 내세워 애써 구축한 공든 탑이다. 그러나 독점 공급권을 고스란히 넘겨받는 민간기업이 택할 길은 뻔하다. 매각으로 정부가 뭉치돈을 챙기는 동안, 그 이상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청구될 것이다.

국민 생존권과 직결된 공공재의 독점적 공급권을 민간에 팔아먹는 멍청한 나라는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아니 시장실패를 막는 최소의 구실도 못하는 나라는 이미 나라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1천만 지역난방 사용자와 에너지전문가, 환경 및 소비자단체, 한전과 난방공사의 노사가 함께 참여한 대책기구를 통해 민영화 정책 전반에 대한 제고와 합리적 대안 마련에 나서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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