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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떼새가 평화롭게 알을 품고 살아가는 곳이 금강이다
▲ 알을 품는 물떼새 물떼새가 평화롭게 알을 품고 살아가는 곳이 금강이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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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지켜가며 해라."
"우리가 하는 일이 불법이 아닐 수가 없어."


농성천막에 온 활동가가 집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법을 지켜라'는 말은 '집에 가족도 있으니, 몸을 잘 추스리면서 활동하라'는 염려의 말일 것이다. 이에 대한 대꾸는 '그 법이 생명을 파괴하고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재갈을 물리고 있으니, 이를 넘어서서 우리는 생명에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말이겠다.

보 수문을 세워야겠으니 나가라고 물떼새에 말할 순 없다. 인간이 하는 개발 사업 등은 조정할 수 있지만 자연의 일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대변하는 물떼새의 목소리는 '자연의 권리'이다. 원래 살던 곳에서 알을 낳고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이다. 그 권리가 '불법'으로 처벌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합법적 개발에 맞서서 불법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견디는 사람들이 많다.  

생물다양성 훼손하는 세종보 재가동… 4대강 16개보 해체가 답이다
 
전국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기자회견 중인 전국환경운동연합 전국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낙동강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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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전국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0여명이 천막농성장을 찾아 보 재가동 중단과 보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장승세우기 등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노진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세종보와 공주보 완전개방 후 강바닥 수서곤충과 조개류, 저서동물 등 다양한 종들이 돌아왔다"며 "보 개방으로 습지, 모래톱 등이 형성되어 서식공간이 늘어나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돌아온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종보의 담수가 이루어지면 지난 6년 동안 회복되던 강의 자연성과 되살아나던 다양한 종들은 파괴되고 수장될 수밖에 없다"며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4대강 16개보 해체가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길임을 강조했다.
 
활동가들이 함께 솟대를 세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함께 솟대세우기 활동가들이 함께 솟대를 세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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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퍼포먼스로 다양한 생명들의 얼굴을 쓰고 '금강아 흘러라'를 외쳤다. 이어 '강물아 흘러라'가 쓰인 대형현수막을 들고 금강에 들어가 '금강 수호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물관리 정책은 후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미래세대를 향한 일말의 염치라도 있다면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복구하고 흐르는 강으로 복원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고 촉구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불법... 이율배반적인 환경부
 
금강을 흐르게 해달라는 낙서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는 한두리대교
▲ 금강을 흐르게 금강을 흐르게 해달라는 낙서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는 한두리대교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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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더불어 생명이라는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천막농성장에서 과연 우리의 법이 생명을 위해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게 된다. 생명의 편에서 법을 해석해야 할 환경부가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말하며 자본의 편에 서고 있다. 난개발을 막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내세우고 강화해야 할 환경부가 말이다. 그러면서 생물다양성을 말하는 지금의 환경부는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법은 지속가능한 생명을 위한 수단이다. '생명'을 지키도록 작동해야 할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불법을 해서라도 누군가는 생명의 편에 서야 한다. '하천 불법 점용', '퇴거불응'을 구색으로 생명을 파괴하려 한다면 이 불법의 땅에 끝까지 남아서 여기 깃들어 사는 생명들의 권리를 대변할 것이다.
 
▲ 꿩들의 밀당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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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네 밀당이 장난이 아니네~"

천막에 있던 이들과 건너편 하중도에서 장끼가 까투리에게 구애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장끼가 깃을 한껏 부풀려서 기세 좋게 자기를 과시하는데 까투리가 휙 돌아서서 도망간다.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지만 몇 번을 거절당하는 장끼의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까투리는 밀당의 고수다. 장끼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까투리가 들어간 풀숲으로 따라 들어갔는데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 드라마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장끼의 구애, 꿩의 연애, 그 사랑의 춤이 너무나 아름답고 귀엽고 신비했다. 하중도에는 여러 생명들의 다양한 드라마들이 펼쳐지고 있다. 마치 우리 일상처럼 말이다. 저 너머엔 어쩌면 오늘 꿩 신혼 둥지가 차려졌을 수도 있겠다. 우리 법에 명문화된 환경보존은 이들의 신혼집을 지키는 일이다. 이걸 불법으로 막아서는 자들이 범인이다.

태그:#금강, #세종보,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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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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