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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재가동 공사 중 훼손된 물떼새 둥지가 있던 자리
▲ 물떼새 둥지를 지나간 포크레인 세종보 재가동 공사 중 훼손된 물떼새 둥지가 있던 자리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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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우웅우-웅"

지난 4월 29일, 포크레인 한 대가 세종보 농성장 건너편 하중도에서 보수 공사를 위한 물길을 내려고 부산하게 움직였다. 최근 합강습지보전시민네트워크(시민네트워크) 모니터단이 물떼새 조사를 하면서 둥지를 발견했던 곳이기도 했다.

공사가 마무리된 뒤 하중도에 들어가 둥지를 확인했다. 2개의 꼬마물떼새알이 있던 자리는 포크레인 바퀴 자국이 선명했다. 굉음을 내며 움직이는 생소한 기계가 자신의 둥지와 알을 짓밟았을 때, 물떼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예상치 못한 물에 잠기고, 포크레인 중장비로 짓밟고, 이제 수문까지 닫으면 물떼새는 아주 이곳을 떠나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언제든 강변으로 내려오면 볼 수 있는 작은 몸짓들을 영영 잃게 되는 것이다.

번식 중인 물떼새들… 보호가 필요하지만 훼손당해
 
세종보 재가동 공사를 하며 새로운 물길을 만들고 있다
▲ 세종보 재가동 공사 진행 중 세종보 재가동 공사를 하며 새로운 물길을 만들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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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네트워크는 세종보 상류에 물떼새 번식 조사를 진행했다. 준비 중인 둥지 23개와 알을 낳은 둥지 3개, 성체 28개체를 확인했다. 성체 중 5개체는 흰목물떼새였으며 23개체는 꼬마물떼새였다. 전체면적을 조사하지 않았지만 물떼새류의 개체 수와 번식 둥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세종보 상류에 유사로 인해 쌓인 모래사장과 자갈밭, 그리고 모래섬은 이미 물떼새들의 서식처인 것이다. 특히 흰목물떼새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종이다. 국가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종이 지금 세종보 상류에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천막농성자들은 지난 5월 8일 현장을 찾아 번식지 추가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세종보를 재가동하며 물길을 변경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번식을 준비하던 둥지 2개와 알을 낳은 둥지 1개를 훼손한 것이다. 포크레인으로 물길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둥지 만들던 곳을 메워버렸다.

오직 담수만을 위한 사업 강행… 물떼새는 사라질 수 밖에
 
세종보 담수로 흰목물떼새 서식지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 강가를 산책 중인 흰목물떼새 세종보 담수로 흰목물떼새 서식지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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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새끼를 지키려고 목 놓아 울었을 꼬마물떼새가 그려진다.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보다 모성애가 뛰어난 꼬마물떼새는 적을 유인하기 위한 의태 행위를 한다. 적의 주위를 혼돈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친 척을 하거나 크게 울어 유인하는 행위를 한다. 주의만 기울이면 번식을 짐작할 수 있다. 

이틀 전, 환경부 직원들이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안전을 위해 농성장을 철수하라는 회유를 하러 온 것이었다. 세종보 재가동 중단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물떼새가 번식하는데 담수를 할 건지, 물었다. '현재 조사는 하고 있다'던 직원에게 '담수하면 물떼새알이 다 잠길 텐데 어떻게 하실거냐' 물었더니 답을 하지 못했다.

환경부가 물떼새알이 안 잠길 만큼만 닫을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담수가 되면 세종보 상류에 서식하는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는 수장 될 수밖에 없다. 환경을 지켜야 하는 환경부가 생명을 죽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되지만, 환경부는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명백한 직무 유기다.

오직 담수를 위한 사업 강행이다. 결국 둥지를 지으려던 꼬마물떼새 3쌍은 번식에 실패했다. 다시 번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공사를 중단하고 담수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꼬마물떼새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떼새의 집단번식지인 세종보 상류를 잘 지켜야 하는 데 환경부 본연의 임무임을 잊고 있는 건 아닌가.
 
강변으로 내려와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
▲ 물수제비 뜨러 나온 아이들 강변으로 내려와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
ⓒ 임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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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평행하게 돌을 회전시키면서 팽~ 하는 느낌으로 던져봐."

교복을 입은 두 아이가 강변으로 내려왔다. 천막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더니 물가로 다가가 돌을 골라 물수제비를 떴다. 이를 지켜보던 활동가가 다가가 인사를 하고 물수제비 던지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 방법대로 하니 잘 되는지 돌을 고르는 손이 빨라졌다.

시험이 끝난 아이들이, 강가에 나와 물수제비를 뜨는 그 장면 자체가 아름다웠다. 언제든 산책하고 내려와 만질 수 있어야 강이다. 세종보가 담수된다면 수심이 깊어지기에 이곳에는 접근 금지 표지판이 세워질 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물떼새가 알을 낳고 살 수 있는 강이라야, 사람도 강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천막농성 11일차, 환경단체들이 친 천막에 세종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쌍안경을 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시민도 있다. 환경운동은 잘 모르지만, 물떼새를 살리려는 농성 천막을 함께 품는 사람들이다. 세종보 재가동으로 언제 수장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이들의 선한 얼굴에서 희망을 본다.

태그:#금강,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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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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