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30일 대한항공전에서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30일 대한항공전에서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 KOVO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천적' 대한항공을 처음으로 꺾었다. 

현대캐피탈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25-21 25-18 21-25 26-28 15-12)로 이겼다. 

앞서 대한항공과의 네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현대캐피탈은 5경기 만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반면에 대한항공은 1위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선두 우리카드와 승점은 44로 동률이지만, 승수에서 밀려 2위를 지켰다.

'4전 5기' 현대캐피탈, 마침내 대한항공 이겼다 

출발은 현대캐피탈이 좋았다. 1세트 17-17로 맞서다가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의 공격이 살아나며 분위기를 잡았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의 높은 블로킹에 막혀 공격 성공률이 부진했다. 

기선을 제압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더욱 몰아쳤다. 이날 토스 감각이 유난히 좋았던 세터 김명관은 아흐메드-전광인-허수봉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대한항공 수비를 무너뜨렸다. 

현대캐피탈이 1, 2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셧아웃 승리를 거두는 듯했으나, 저력의 대한항공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곽승석을 빼고 교체 투입한 정한용이 추격을 이끌었다. 정한용은 3세트에서만 블로킹 2개를 포함해 7점을 올렸다. 반면에 현대캐피탈은 방심한 듯 범실을 쏟아내며 3세트를 내줬다. 

4세트는 이날 가장 뜨거운 승부였다. 이번에는 임동혁이 혼자서 11점을 쓸어 담았고, 듀스 접전 끝에 대한항공이 따내면서 경기를 풀세트로 끌고 갔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팀은 현대캐피탈이었다. 12-12에서 대한항공 정지석의 서브 범실로 리드를 잡은 현대캐피탈은 허수봉과 김명관의 연속 블로킹으로 승부를 결정지으며 마침내 대한항공을 이겼다. 

강력한 서브... '시우 타임' 이어 '준협 타임' 생길까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이준협이 30일 대한항공전에서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이준협이 30일 대한항공전에서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 KOVO

 
현대캐피탈을 승리로 이끈 것은 블로킹이었다. 팀 블로킹 18개를 잡아내며 12개에 그친 대한항공을 압도했다. 공격에서는 아흐메드가 31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의 '신 스틸러'는 현대캐피탈의 원포인트 서버 이준협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이시우라는 강력한 원포인트 서버가 있다. '시우 타임'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날카로운 서브를 뽐냈다. 

이시우가 부상을 당하자 현대캐피탈은 22세 신예 이준협이라는 새로운 원포인트 서버를 내세웠다. 과거 실업배구 시절 고려증권과 LG화재에서 활약했던 미들 블로커 이재욱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준협은 대담했다. 4세트 박빙의 승부에서 강력한 서브로 대한항공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현대캐피탈은 연속 득점을 올렸다. 곧이어 서브 에이스까지 터뜨리며 팀의 역전을 이끌기도 했다. 비록 4세트는 대한항공이 이겼지만, 이준협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이 수련선수로 지명한 이준협은 얼마 뒤 정식 선수로 전환됐고, 준비된 선수답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의 진순기 감독대행은 "늘 뒤에서 노력하는 선수로 믿음이 간다"라면서 "팀에 워낙 좋은 선배들이 많아서 기회를 못 받았지만, 능력과 역량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프로 무대에서 서서히 꽃을 피워가고 있는 이준협이 과연 또 하나의 '수련선수 신화'를 써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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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이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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