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전 마지막 헌화를 보도하는 <교도통신>
 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전 마지막 헌화를 보도하는 <교도통신>
ⓒ 교도통신

관련사진보기

 
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를 하루 앞두고 현지 주들이 마지막 헌화를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28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명이 추도비에 모여 헌화 등을 하며 행사를 열었다. 

현장 주변에는 극우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10여 명과 선전 차량도 등장했고, 만일의 충돌에 대비해 경찰이 배치됐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철거 못 막은 주민들 "반성할 것 하나 더 늘었다"

추도비를 관리하던 모임 '기억 반석 그리고 우호'의 이시다 마사토씨는 참석자들에게 "강제연행 사실을 남기려고 하는 생각이 담긴 중요한 비"라고 설치 경위를 설명하면서 참석자들에게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 가와구치 마사아키씨도 "철거된다는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지만, 추도비에 정말 죄송하다"라면서 "기억하고 반성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 추도비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을 조사하던 현지 주민들이 역사적 사실을 후대에 알리고 반성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아 2004년 현립공원에 건립했다.

당시 군마현 의회는 만장일치로 추도비 건립을 찬성하고 현립공원 안에 장소를 제공했다. 다만 '종교적·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고, 설치 허가는 10년간으로 2014년에 다시 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비문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공식적으로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바탕으로 일본 외무성, 군마현과 조율했으며 '강제연행' 대신 '노무동원'(労務動員)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합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를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썼으며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을 새겼다.

극우단체 반발에 철거... 대법원까지 간 싸움 
 
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 일본 시민단체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관련사진보기

 
시민단체는 추도비 앞에서 매년 추도제를 개최했으나 2012년 행사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아 "반일적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이에 군마현은 2014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싸움을 벌였다.

1심에서는 시민단체가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고,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2022년 군마현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철거가 확정됐다.

군마현은 시민단체에 작년 12월까지 추도비를 철거하라고 통보했으나, 불응하자 대집행에 의해 29일부터 철거하기로 했다. 

추도비 철거 소식을 들은 한 주민은 <아사히신문>에 "우호의 증거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남겨두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주민도 "누구에게 어떤 폐를 끼쳤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철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태그:#일본, #강제동원, #조선인추도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