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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4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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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윤석열차' 만평 전시를 엄중 경고하고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검·경이 수사해 기소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문화예술계에 "앞으로도 저희는 힘껏 지원을 하되, 여러분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는 일절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을 국가의 개입이 없었기 때문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8일 미국 국빈방문 중 하버드대학교에서 연설을 하고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대담을 한 일을 언급하면서, 한 학생이 한국의 K-팝, K-컨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데 국가의 역할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부에서 관여를 안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정부가 관여를 했으면 한국의 K-팝, K-컨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어려웠을 거다' 했다"고 당시의 일을 전했다.
하버드대 연설 당시 윤 대통령은 나이 교수와 대담을 했는데, 나이 교수가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라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BTS, 블랙핑크, 미나리,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정부가 도와준 것이 거의 없다. 순수하게 민간과 시장에서 만든 것이고 미국의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의 결과이기도 하다"라고 답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파라마운트, 유니버셜, 워너브라더스 등의 기업을 언급하면서 '한국 시장에 마음껏 들어오시라, 규제를 해제하겠다. 전 세계와 함께 단일시장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나이 교수는 "A학점이 바로 수여될 정도로 훌륭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문화예술계에 정부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지난 2022년 '윤석열차' 사건이 보여주듯,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측근 등을 풍자한 작품에 금상을 준 공모전을 주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진흥원의 2024년도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경찰과 검찰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윤 대통령을 풍자하는 포스터를 붙인 이하 작가를 수사해 지난해 5월 옥외광고물법·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약식기소 했다. 2022년 10월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에는 행정안전부가 개입해 가수 이랑이 공연에서 배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