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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자도 추자항 대서리 마을, 나바론 전망대에서 보는 풍광이다.
▲ 추자도 항 상추자도 추자항 대서리 마을, 나바론 전망대에서 보는 풍광이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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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섬 속의 섬이다. 제주도에 속하지만 완도에 근접해 있고 언어, 문화 등도 전라도에 가깝다. 42개(유인도 4. 무인도 38)의 섬이 모여 있는 군도다. 한 달 전 고군산 군도의 아름다운 다리, 기암괴석 등 섬들이 품고 있는 전설에 흠뻑 젖었다. 바다와 섬은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6월 15일 추자도 1박 2일 여행, 어렵게 섭외(?)한 친구들과 셋이서 광주를 출발했다. 진도 팽목항까지 자동차로 1시간 반, 추자도까지 배로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추자항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9시, 하늘이 맑고 날씨가 화창하다. 

일정은 올레길 18-1 코스 트레킹이다. 올레길 27개 코스 중 추자도에 2개 코스가 있다. 추자도 면사무소에서 최영 사당, 봉글레산, 추자 등대, 돈대산, 예초리 기정길을 거쳐 신양항까지 11.4km 거리다. 거리상으로는 길지 않은 코스지만 난도가 높은 곳에 속한다. 

고려 공민왕 23년 원의 목호, 석질리 등이 난을 일으키자 최영 장군은 이를 진압키 위해 제주도를 향하다가 풍랑을 피해 이곳에서 잠시 머무르게 된다. 바람이 잦기를 기다리는 동안 주민들에게 어망 편법을 가르쳐 생활에 변혁을 가져오게 했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은 그 공을 기리고자 매년 봄, 가을에 봉향하고 있다. 

최영 사당에서 오솔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숲길을 한 30분 걸었을까. 봉글레산이 우리를 반긴다. 해발 85m의 작은 산이다. 추자 10경 중 하나다. 상추자도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바다에 둥실 떠있는 섬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와 섬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광,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짠 냄새 가득한 바닷바람을 단전 깊이 들이마신다. 오르는 듯 만 듯 다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올레길을 잠시 벗어나 마을 뒷길인 대서 5길을 따라 후포 해변으로 향했다. 나바론 하늘길을 가기 위해서다. 추자도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절벽 길이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영화 ‘나바론 요새’에 나오는 절벽처럼 험하다고 하여 나바론 절벽으로 부르게 되었다.
▲ 나바론 절벽 제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영화 ‘나바론 요새’에 나오는 절벽처럼 험하다고 하여 나바론 절벽으로 부르게 되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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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리 용둠벙에서 독산, 큰산, 등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절벽길
▲ 나바론 하늘길 대서리 용둠벙에서 독산, 큰산, 등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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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론 하늘길은 대서리 용둠벙에서 독산, 큰 산, 등산 전망대로 이어진다. 둠벙은 바닷물이 고인 웅덩이를 말한다. 이곳 용굴에서 이무기가 추자도의 흩어진 섬들을 정리하고 용으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용둠벙 전망대에 오르니 나바론 수직 절벽이 길게 펼쳐진다.   

잠깐 숨을 고른 뒤,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몇 차례 쉬고 걷기를 반복하다 보니 나바론 절벽에 이른다. 정자 아래 추자항이 내려다 보이고, 둥그렇게 형성된 마을이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반대편에 펼쳐지는 옥빛 바다가 장관이다. 

수직 절벽의 아찔한 절경에 두려움과 스릴이 교차된다. 급경사 계단을 어렵사리 내려오니 코끼리 바위에 눈길이 간다. 바다 쪽으로 길게 서 있다. 길쭉한 코며 눈, 영락없는 코끼리다. 바다와 섬을 바라보며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추자도 등대에 도착했다.
    
하늘길을 올려다본다. 낙타 등처럼 뾰쪽하다. 한쪽은 낭떠러지, 반대쪽은 옥빛 바다다. 절벽을 끼고 있는 큰 산은 해발 142m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산을 내려온다. 
 
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추자도, 사자바위
▲ 하추자도 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추자도, 사자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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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자도를 한 바퀴 돌다시피 걷고 난 뒤 추자교를 거쳐 하추자도로 향했다. 은당산길, 담수장 길을지나 돈대산 정상에 올랐다. 산 곳곳에 전망대와 데크 계단을 설치하여 바다, 섬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돈대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광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추포도, 횡간도 등 섬들이 보는 각도에 따라 선명하게, 때론 흐릿하게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등대전망대에서 하추자도를 보고, 돈대산에서는 상추자도를 볼 수 있다. 다시 예초포구를 지나 예초리 기정길로 접어든다.
 
절벽 아래 바다. 바위가 넓게 깔려 있다.
▲ 예초리  절벽 아래 바다. 바위가 넓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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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은 바닷가에 있는 절벽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예초리에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숲길을 걷다 보면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을 만난다. 울창한 숲과 절벽이 이어진다. 절벽 밑으로 바위가 넓게 깔려 있어, 앉아 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예초리 포구에서 30여 분 걸었을까. 황경한 묘가 보인다. 황경한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황사영과 정난주의 아들이다. 정난주는 정약용 맏형인 정약현의 딸이다. 황사영이 백서 사건으로 순교하고 정난주는 제주 대정현의 관노로, 두 살인 경한은 추자도로 유배된다.
 
황경한 묘역
▲ 추자도 천주교 성지 황경한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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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가던 중, 이곳 예초리에 이름과 출생일을 적어 바위에 둔 채 떠나게 된다. 아들이 죽임을 당하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주민에 의해 발견되어 살아남게 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경한은 어머니를 그리워하여 매일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올레길 18-1코스 마지막 지점 신양항에 도착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오전 9시에 출발하여 8시간이나 걸렸다. 보통 사람이 5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다. 

태그:#추자도, #올레길18-1, #나바론절벽, #나바론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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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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