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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8.9.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전국10개 고교 수학내신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 중 피켓을 들고 있는 발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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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들은 입학하자마자 3월에 치르는 모의고사나 1학기 내신성적으로 대입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속설 때문에 엄청난 압박감을 받는다. 고등학생이 됐으니 정말 제대로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겠노라며, 원하는 대학과 학과 이름을 책상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면서 밤늦도록 공부해보지만 막상 공부한 만큼 성적을 잘 받기는 쉽지 않다.
견고한 상대평가 시스템 아래서는 엄격한 변별이 최우선시되기 때문에 문제도 쉽지 않고, 등급도 잘 나오지 않는다. 초중학교 때부터 특목고 입시를 위해 촘촘히 공부한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은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다.
사교육걱정과 강득구 의원실은 전국 5개 지역(광주, 대구, 대전, 부산, 울산)의 사교육 과열지구에서 2개씩 총 10개 고등학교를 선별해 2021학년도 1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 문항을 분석했다. 이 시험이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이 결과를 지난 8월 9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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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5개 도시의 사교육과열지구에서 2개교씩, 총 10개교의 2021학년도 1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 문제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분석한 결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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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 따르면 10개 학교 모두, 전체 문항 216개 가운데, 25%인 54개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현장교사 및 전문가 17명이 교차분석) 가르친 내용에서 평가한다는 기본 원칙마저 훼손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과도한 입시경쟁 때문이다.
강득구 국회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다음과 같은 대책을 교육당국에 요구한다.
1. 교사는 수업과 평가를 일치시켜야 한다
- '성취기준',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 '평가방법 및 유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 학기 초 학생들에게 평가계획서를 통해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
2. 학교는 출제 연수를 강화하고, 출제 주의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 교육과정 수준과 범위 및 출제 연수를 의무로 해, 교사가 평가에 대해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 출제 전 교육과정 위반 소지에 대해 다층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3.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과정 맞춤 평가 시스템을 보급해야 한다
- 교육과정을 준수하는 '교육과정 맞춤 문항 출제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활용하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학교 시험이 '선행교육 규제법'을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
- 연수 및 다층적 점검, 운영 매뉴얼 보급 등 다양한 실행방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2014년 9월, 선행교육 규제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학교 내신 시험만큼은 교육과정 내에서 정상적으로 출제되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수능 위주 입시가 강화되자 학교 내신 시험은 결국 수능문제 유형과 난이도를 쫓아가고 있다. 특히 불수능 논란이 이어질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더 들썩인다.
학생들은 그저 대학입시를 위해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좋아하는 학생이 없고, 수학을 잘한다 해도 내 삶에 수학이 쓸모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지금처럼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시험 문제만 낸다면 학생들은 점점 더 수학을 '극혐'하면서 억지로 공부할 것이다. 그마저도 수학을 포기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게 과연 교육일까? 입시에서 더 실력있는 학생을 뽑기 위한 방법이, 고작 교육과정에도 없는 뒤틀린 문제를 내는 것밖에는 없는 걸까?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초중고) 학생들이 가장 소중한 학창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잘 평가받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학교육 자체에 있기보다는 항상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있다." - 필즈상 수장자 허준이 (관련 기사 :
허준이 교수 "평가방식 유연해야, 모두가 수학 잘해야 하는 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