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미페이의 눈> 스틸컷

영화 <타미페이의 눈> 스틸컷 ⓒ IMDb

 
극장이 아닌 디즈니플러스로 공개된 <타이 페이의 눈>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분장상을 타며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력을 입증했다. 다큐멘터리 <타미 페이의 눈>을 원작으로 한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헬프>, <제로 다크 서티>에 이어 3번째 노미네이트되어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열연을 펼쳤다. 참고로, 타미 페이 베이커는 태미 페이 매스너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전남편 짐 베이커와 이혼했기에 얻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실존 인물 '타미 페이 베이커'와 닮아 보이게 하기 위해 장장 4시간 동안 특수 보철물을 얼굴에 붙이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목소리와 억양, 제스처, 의상과 화장까지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메서드 연기를 펼쳤다. 영화가 중반부로 넘어가자 그저 타미 페이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안일한 각본, 빛나는 배우의 열연
  
 영화 <타미 페이의 눈> 스틸컷

영화 <타미 페이의 눈> 스틸컷 ⓒ IMDb

 
<타미 페이의 눈>은 70·80년대 남편 짐 베이커(앤드류 가필드)와 세계적인 종교 방송망 PTL과 기독교 테마파크, 리조트를 세운 TV 전도사 타미 페이 베이커(제시카 차스테인)의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왜 극장 개봉이 아니라 스트리밍으로 공개됐는지 금세 알 수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과정을 너무도 느슨하게 잡아냈다. 전기 영화를 다룰 때 흔히 하는 실수가 반복된다. 시간 순서를 따라서 단조로운 사건 나열식의 구성을 따르기 때문인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더 지루하다. 아무리 제시카 차 스테인이라 해도 흥미 유발이 어려울 수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연기력에 기댄 안일한 시나리오와 연출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제시카 차스테인과 앤드류 가필드의 캐릭터 소화력이 모든 것을 상쇄한다.  짙은 눈 화장에 감춘 슬픈 영혼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과감해진다. 종국에는 화장이 아닌 분장이라 할만한 괴상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심신이 피폐해진 타미 페이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눈에 깃든 카리스마, 따스함, 우울함, 환희가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미국 TV 전도사 부부의 흥망성쇠
  
 영화 <타미 페이의 눈> 스틸컷

영화 <타미 페이의 눈> 스틸컷 ⓒ IMDb

 
미국 기독교 사회에서 명망 있는 부부는 설교의 달인 짐과 복음성가의 달인 타미의 완벽한 조화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들의 성공은 한 번에 이룩된 게 아니다. 두 사람이 처음 목사와 교인으로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한 이후 전국을 돌며 복음을 전파하고 있었다.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던 타미는 베티 붑의 목소리를 흉내 낸 인형을 들고 짐과 만담을 이어갔다. 연극적인 요소와 음악까지 더해져 한 편의 뮤지컬 같은 설교로 인기를 끌었고, 결국 폭발적으로 성장한 TV 매체의 힘을 빌려 TV 전도사로 우뚝 선다.
 
이후 부부는 기독교 채널을 만들어 기부금을 장려하고 이 돈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쓰게 된다. 신의 섭리이며 가르침이라는 안일한 자기 위안을 앞세우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만 결국 한여름 밤의 꿈처럼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신앙의 부패, 재정 부정, 스캔들과 경쟁 세력의 음모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영화는 방송에서 끊임없이 기부금을 받기 위해 연기하는 타미 페이와 짐의 모습을 비춘다. 기복 신앙에서 시작했지만 돈 앞에 점점 추악해지는 인간 욕심의 끝을 보여준다. 하지만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잃어버린 순수한 믿음을 되찾기 위한 타미 페이의 뉘우침이 느껴진다.
 
다이어트 콜라와 심신 안정제에 의존하던 타미 페이의 불안한 마음까지 이해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고도 종교를 향한 믿음을 놓치 못하는 모습은 여운으로 남는다. 타미 페이의 인생을 설득하는데 할애하는 차스테인의 연기만 오롯이 남아있다.
타미 페이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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