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노박 조코비치가 먼저 이룰 것 같았던 그랜드 슬램 21번째 타이틀은 결국 라파엘 나달이 앞서 따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박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이 거부된 이유도 있고, 무릎 부상으로 오랫동안 코트에 서지 못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의 사정도 무관하지 않지만 라파엘 나달도 꽤 오랫동안 발 부상에 시달린 것을 감안하면 이 결과는 실로 놀랍다. 그는 다시 코트로 돌아왔고 그곳의 최고 실력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개인 통산 21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멋지게 만들어냈다.

발 부상을 이겨내고 코트로 돌아온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계랭킹 5위)이 한국 시각으로 30일 오후 5시 45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2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세계랭킹 2위)를 상대로 5시간 24분만에 3-2(2-6, 6-7, 6-4, 6-4, 7-5)로 역전승했다. 

먼저 두 세트를 내준 뒤 따라붙기가 어려워 보였지만 나달의 뒷심은 놀라웠고 2009년에 이어 13년만에 호주 오픈 두 번째 우승은 물론 나란히 개인 통산 20회 우승에 머물러 있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따돌리고 '그랜드 슬램 21'(호주오픈 2회, 롤랑 가로스 13회, 윔블던 2회, US 오픈 4회) 수식어를 가장 먼저 따낸 것이다.

5시간 24분, 나달의 3-2 대역전 드라마

2세트 타이 브레이크가 첫 번째 갈림길이었다. 1세트를 먼저 따낸 다닐 메드베데프는 경쾌한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타이 브레이크 최종 스코어를 7-5로 찍어냈다. 이렇게 세트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으니 큰 이변이 없는 한 지난 해 US 오픈 우승에 이어 바로 다음 메이저 대회 우승은 다닐 메드베데프인 줄 알았다. 2021 US 오픈 결승전에서는 노박 조코비치의 21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지워버린 메드베데프였기에 이번에는 라파엘 나달의 21번째 영광을 지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라파엘 나달의 놀라운 스트로크 rpm은 3세트부터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3세트 아홉 번째 게임에서 메드베데프는 연거푸 실수를 저지르며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나달에게 내줬고 여기서 나달은 기막힌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뿌리며 게임 스코어를 5-4로 만들었다. 0-3으로 완패하는 줄 알았던 나달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열 번째 게임에서 서브권을 쥔 나달은 자신감 넘치는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하나 더 멋지게 뿌리고는 러브 게임으로 3세트를 끝냈다.

4세트 열 번째 게임도 라파엘 나달이 3세트를 복제한 듯 러브 게임으로 끝내고 파이널 세트가 이어졌다. 다닐 메드베데프는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를 잡아내기는 했지만 어설픈 드롭샷을 자꾸 시도하다가 번번이 나달에게 역습을 당하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결승 초반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파이널 세트 여섯 번째 게임이 또 하나의 갈림길로 작용했다. 나달의 서브 게임을 맞아 날카로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다닐 메드베데프가 브레이크 기회를 잡았지만 듀스가 여섯 번이나 반복됐고 결국 네트 앞 스매싱으로 라파엘 나달이 가까스로 자기 서브 게임을 지켰다. 게임 스코어 4-2로 나달이 달아난 것이니 이제는 다닐 메드베데프가 주저앉을 듯 보였다.

그래도 메드베데프는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5-5까지 균형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메드베데프가 정말로 마지막 게임에 몰렸지만 나달의 스트로크가 흔들리는 빈틈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 다음 열한 번째 게임에서 나달의 집중력이 놀라웠다. 여기서도 메드베데프는 자기 서브 게임이었지만 어설픈 드롭샷을 하나 더 추가하며 나달에게 역습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메드베데프가 연거푸 스트로크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나달이 브레이크 포인트를 하나 더 따낸 것이다. 

다음 자기 서브 게임에서 186km/h 속도의 서브 에이스로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세 개나 만든 라파엘 나달은 또 하나의 서브 위력을 자랑하며 네트 가까이 다가섰고 백핸드 발리를 반 박자 빠르게 꽂아넣어 메드베데프가 받아넘기지 못했다. 

이렇게 대역전 드라마가 완성된 순간 라켓을 코트 바닥에 떨어뜨린 라파엘 나달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며 믿기 힘든 순간을 만끽했다. 13년만에 호주 오픈 두 번째 우승의 영광 뿐만 아니라 남자 테니스 빅 3 중 가장 먼저 그랜드 슬램 21회 우승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2022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 결과
(1월 30일(일) 오후 5시 45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 - 멜버른 파크)

라파엘 나달 3-2[2-6, 6-7 TB5-7, 6-4, 6-4, 7-5] 다닐 메드베데프

결승전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라파엘 나달 3개, 다닐 메드베데프 23개
더블 폴트 : 라파엘 나달 5개, 다닐 메드베데프 5개
첫 서브 성공률 : 라파엘 나달 62%(117/189), 다닐 메드베데프 69%(126/182)
첫 서브 득점률 : 라파엘 나달 67%(78/117), 다닐 메드베데프 71%(89/126)
세컨드 서브 득점률 : 라파엘 나달 47%(34/72), 다닐 메드베데프 41%(23/56)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라파엘 나달 60%(30/50), 다닐 메드베데프 56%(28/50)
리시빙 포인트 득점 : 라파엘 나달 36%(65/182), 다닐 메드베데프 38%(72/189)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라파엘 나달 32%(7/22), 다닐 메드베데프 27%(6/22)
위너 : 라파엘 나달 69개, 다닐 메드베데프 76개
언포스드 에러 : 라파엘 나달 68개, 다닐 메드베데프 52개
서브 최고 속도 : 라파엘 나달 200km/h, 다닐 메드베데프 214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라파엘 나달 187km/h, 다닐 메드베데프 191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라파엘 나달 160km/h, 다닐 메드베데프 145km/h

라파엘 나달의 그랜드 슬램 21 기록
호주 오픈 통산 2회 : 2009년, 2022년
롤랑 가로스 통산 13회 : 2005~2008년 4회 연속, 2010~2014년 5회 연속, 2017~2020년 4회 연속
윔블던 통산 2회 : 2008년, 2010년
US 오픈 통산 4회 : 2010년, 2013년, 2017년,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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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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