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K리그 드라마가 개천절에도 축구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묘하게도 두 게임 극장 결승골 주인공들(제주 유나이티드 DF 김경재, 포항 스틸러스 FW 이호재)이 모두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리는 감격을 누렸다는 점에서 특별히 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개천절이 된 셈이다.

후반전 추가시간 6분 32초, 김경재의 극장 데뷔골

남기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개천절(10월 3일) 오후 2시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성남 FC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 7분이 다 되어 터진 수비수 김경재의 극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5위(31게임 43점 10승 13무 8패)에 올라 상위 스플릿(파이널 A)을 충분히 노릴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뛰다가 어렵게 다시 승격한 제주 유나이티드가 최근 6게임 5승 1패의 좋은 흐름을 만들며 내심 다음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넘보게 된 것이다.

이 게임 홈 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게임 시작 후 10분만에 만든 역습 기회를 놀라운 속도로 완성시켰다. 안현범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며 밀어준 낮은 오른발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믿고 달려온 제르소가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강등권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성남 FC도 37분에 미드필더 이종성의 묵직한 중거리슛으로 따라붙었다.

1-1 점수판 그대로 끝날 것 같았던 게임 후반전 추가 시간에 좀처럼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가 정말로 마지막 기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영욱이 한쪽 팔을 치켜들며 킥 신호를 할 때 김오규가 가까운 쪽 기둥 앞으로 달려나가며 머리로 슬쩍 방향을 바꿔줬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수비수 김경재가 맨 뒤에서 오른발 발리 슛을 때려넣었다. 거리두기로 1730명의 홈팬들만 입장했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 6분 32초에 골 라인을 통과한 이 극장 결승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 극장 결승골의 주인공 김경재는 2016년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하여 세 시즌 17게임을 뛰고 입대하여 상주 상무에서 38게임을 뛰는 동안 수비 능력을 인정받아 소속팀을 제주 유나이티드로 옮겼고, 이번에 두 시즌 20게임만에 드디어 프로 데뷔골을 터뜨리는 감격을 누린 것이다. 

이로써 제주 유나이티드는 승점 43점을 확보하여 하루 전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1-0으로 물리친 수원 블루윙즈(6위 42점)를 따돌리고 5위까지 올라섰고, 바로 위 수원 FC(4위 45점)까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연기된 강원 FC와의 어웨이 게임(10일 오후 2시, 강릉 종합)을 포함하여 24일 오후 3시에 나란히 열리는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로 전북 현대(2위)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때문에 더 박진감 넘치는 시즌 마무리를 꿈꾸게 됐다.

포항 FW 이호재, 데뷔골 + 극장 재역전 결승골 감격

김기동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도 개천절 오후 4시 30분에 광주 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 FC와의 어웨이 게임을 뛰었는데 보기 드문 펠레 스코어 재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마침 그 주인공이 이번 시즌 K리그에 데뷔하여 아홉 번째 게임을 뛴 새내기 골잡이 이호재여서 팬들을 더 놀라게 만들어 주었다.

55분에 터진 첫골부터 묘하게 들어갔다. 포항의 날개 공격수 팔라시오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감아올린 얼리 크로스가 광주 FC 골문 앞에서 한 번 튀어오르며 그대로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축구장에서 가끔 나오는 '크로슛'이 성공한 것이었다.

그래도 홈 팀 광주 FC는 69분에 동점골을 터뜨리며 1508명 홈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엄원상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김종우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포항 스틸러스 골문 오른쪽 구석을 뚫어낸 것이다. 광주 FC는 내친김에 게임을 뒤집어 버렸다. 동점골 이후 3분 뒤 이희균의 기습적인 스루 패스를 받은 두현석이 골문을 등지고 있다가 돌아서며 왼발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광주 FC는 이 역전승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았다. 포항 스틸러스의 교체 선수 둘을 막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어웨이 팀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역전골을 얻어맞은 뒤 3분만에 골잡이 이호재와 미드필더 이수빈을 한꺼번에 들여보내며 반전 드라마를 준비시켰고 거짓말처럼 그들이 주역으로 떠올랐다.

83분에 이호재의 프로 데뷔 골이 임상협의 측면 크로스 덕분에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날아들어갔다. 지난 시즌까지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었던 이기형 코치의 아들로도 유명한 이호재가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하여 아홉 게임만에 드디어 자신의 득점 감각을 뽐낸 것이다. 

이호재는 이 동점골 활약도 모자라 89분 58초에 극장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함께 교체 선수로 들어온 이수빈의 스루 패스를 받아 광주 FC 수비수 김봉진을 등지고 돌아서며 오른발로 때린 공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려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제 10일 뒤 만 21살이 되는 이호재가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날, 펠레 스코어 재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렸으니 이번 개천절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이제 포항 스틸러스(7위)는 오는 24일 오후 3시 스틸야드로 8위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불러들여 파이널 A그룹 마지막 자리를 노리게 된다. 

2021 K리그 1 결과(10월 2~3일, 왼쪽이 홈 팀)

★ 강원 FC 0-1 전북 현대 [득점 : 김보경(1분 9초)]
- 퇴장 : 전북 현대 홍정호(56분)
★ 수원 FC 0-3 울산 현대 [득점 : 바코(8분,도움-김태환), 이동경(51분,도움-김성준), 이동준(82분)]
★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권창훈(54분,도움-유주안)]
제주 유나이티드 2-1 성남 FC [득점 : 제르소(10분,도움-안현범), 김경재(90+6분 32초,도움-김오규) / 이종성(37분,도움-박수일)]
광주 FC 2-3 포항 스틸러스 [득점 : 김종우(69분,PK), 두현석(72분,도움-이희균) / 팔라시오스(55분,도움-임상협), 이호재(83분,도움-임상협), 이호재(89분 58초,도움-이수빈)]
★ FC 서울 1-1 대구 FC [득점 : 팔로세비치(39분,도움-나상호) / 정치인(46분,도움-황순민)]
- 퇴장 : FC 서울 고광민(90분)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32게임 64점 18승 10무 4패 53득점 33실점 +20
2 전북 현대 32게임 63점 18승 9무 5패 56득점 30실점 +26
3 대구 FC 32게임 49점 13승 10무 9패 37득점 35실점 +2
4 수원 FC 32게임 45점 12승 9무 11패 44득점 46실점 -2
5 제주 유나이티드 31게임 43점 10승 13무 8패 39득점 35실점 +4
6 수원 블루윙즈 32게임 42점 11승 9무 12패 39득점 40실점 -1
---------------- 파이널 A, B 그룹 구분선 ------------------
7 포항 스틸러스 32게임 42점 11승 9무 12패 35득점 39실점 -4
8 인천 유나이티드 FC 31게임 37점 10승 7무 14패 32득점 41실점 -9
9 FC 서울 32게임 34점 8승 10무 14패 33득점 39실점 -6
10 성남 FC 32게임 34점 8승 10무 14패 28득점 39실점 -11
11 강원 FC 29게임 30점 7승 9무 13패 29득점 36실점 -7
12 광주 FC 31게임 29점 8승 5무 18패 30득점 42실점 -12

강원 FC의 연기된 게임 일정
인천 유나이티드 FC - 강원 FC [10월 6일(수) 오후 7시, 인천 전용]
강원 FC - 제주 유나이티드 [10월 10일(일) 오후 2시, 강릉 종합]
강원 FC - 광주 FC [10월 17일(일) 오후 2시, 강릉 종합]

K리그 1 정규리그 33라운드 일정(10월 24일 일요일 오후 3시, 왼쪽이 홈 팀)
포항 스틸러스 - 인천 유나이티드 FC [포항 스틸야드]
제주 유나이티드 - 전북 현대 [제주 월드컵]
성남 FC - 울산 현대 [탄천 종합]
대구 FC - 수원 블루윙즈 [DGB 대구은행파크]
강원 FC - FC 서울 [강릉 종합]
수원 FC - 광주 FC [수원 빅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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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김경재 이호재 데뷔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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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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