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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골목에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 포장, 배달만 하는 돈가스집이다. 그러고 보니 윗골목에는 포장배달만 하는 족발집이 새로 생겼다.

코로나19 이후 감염 우려로 인원을 제한하고, 카페와 식당 영업시간을 단축시키다보니 배달이 급격히 늘었다. 그러다보니 배달 안 하던 가게들도 배달하지 않으면 가게 운영이 어려워졌고, 배달 주문 안 하던 사람도 배달앱을 다운받아 주문하게 되었다고들 이야기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친 지 1년 반, 우리 일상은 배달음식과 매우 밀접해졌다. 

배달앱 이용 음식점 1년 사이 60% 늘어
지난해 1년사이 배달앱에 등록한 음식점이 60% 늘었다.
 지난해 1년사이 배달앱에 등록한 음식점이 60% 늘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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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 업체 수는 지난해 1월 기준 14만9080곳이었는데, 12월엔 25만4373곳으로 늘어났다. 

'배달앱 사업자와 음식점주 사이의 상생관계' 자료 중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서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로 매출 증대를 위해서(71.7%)가 가장 높게 나왔으며 '배달앱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답변이 34%에 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설문 조사 결과에서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로 '타 업체와의 경쟁 등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입'이 43.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소상공인들에게 배달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다.  

배달은 편한데 남는 쓰레기에 죄책감 들어

녹색연합 설문 결과('코로나시대 배달쓰레기를 진단한다', 2020.9.17.-10.6. 응답자 750명. 구글폼을 활용한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2명 중 1명은 주문 횟수가 늘었고, 4명 중 3명은 배달쓰레기를 버릴때 마음이 불편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2019년 KEI 연구보고서에 실린 시민 설문 결과에서도 '시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은 배달음식 용기'라고 꼽았다.
 
배달쓰레기를 버릴때 시민 4명 중 3명은 마음이 불편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배달쓰레기를 버릴때 시민 4명 중 3명은 마음이 불편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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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을 느끼는 시민들은 쓰레기를 줄이겠다며 직접 용기를 상점에 가지고 가서 음식을 담아온다. 이렇게 참여한 시민들이 SNS에 올린 게시물(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용기내)이 약 2만 6천 건에 이른다. 이뿐 만이 아니다. 시민들은 다회용기를 가져가면 할인을 해주거나 친절하게 응대하는 상점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나누고 있다.

지자체도, 정부도, 기업도 나서서 용기를 가지고 다니라고 홍보한다. 서울시 '내 그릇 사용 캠페인', 환경부 '사회적 용기 두기 캠페인', 현대자동차 '상무님의 용기' 광고가 대표적이며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으로 권장한다. 심지어 공익광고협의회에서도 환경 보전에 대한 실천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용기를 가지고 다니라는 애착용기(애정한다, 착한용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일등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장바구니를, 텀블러를, 음식 용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쓰레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실천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산과 유통단계의 변화가 없다면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일회용 수저 받기 버튼이 바꾼 변화 
필요할 때만 일회용 수저를 선택하도록 앱화면을 변경했다.
 필요할 때만 일회용 수저를 선택하도록 앱화면을 변경했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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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부터 배달앱 3사가 협력해 배달 주문 시 <일회용 수저 안 받기>를 기본값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일회용 수저가 제공되도록 기본값이 설정되었으나 이제는 일회용 수저가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해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달 정도 경과했을 뿐인데, 수저 선택률은 눈에 띌 정도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수저 안 받기의 선택률이 배달의 민족은 전월 대비 58% 증가, 요기요는 4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단지 배달앱이 문장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일회용 수저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배달앱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렇듯 배달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배달앱 회사가 나서야 한다.

재활용은 문제 해결 할 수 없어

일회용 플라스틱이 만들어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배달앱 회사들은 배달 용기의 두께를 줄이고 재활용이 잘 되는 재질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재활용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미 버려진 배달용기는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기에, 시민들에게 계속 죄책감을 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재활용 과정에 드는 에너지와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발생부터 줄여야 쓰레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해야 한다.

시민들은 이미 요구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배달쓰레기에 관한 시민 인식 조사' 결과(코로나시대 배달쓰레기를 진단한다. 2020.9.17.-10.6. 응답자 750명. 구글폼을 활용한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시민들은 배달쓰레기 처리 대책에 있어 시급한 것으로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위한 시스템 마련 (40%)을 꼽았다. 일회용기 사용 규제(33%)가 뒤를 이었고, 응답자의 73%가 재활용(15%)보다 감량을 우선해야 한다 답했다.

다회용기 사용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 저감을 위한 실질적 해결 방법이다. 다회용기 사용은 자원 절약 및 온실가스 저감, 폐기물 발생 감소 등의 효과뿐 아니라 재사용을 위한 수집, 선별, 판매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쓰레기 없는 배달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음식을 먹고 치울 때 마주하는 플라스틱 더미를 볼 때 죄책감이 느껴진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쓰레기가 많이 나와 배달을 중단했다는 시민도 있다. 비대면 사회에서 포장, 배달은 피할 수 없다. 배달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수저 안 받기를 선택할 수 있듯이 일회용 배달 용기 안 받기, 즉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배달앱 회사들은 다회용기를 사용해 포장, 배달하는 식당 정보를 공개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회용기 사용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다회용기 사용 가맹점 상위 노출을 통해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하고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 있어 가맹사업자에 다회용기 사용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은 쓰레기 없는 배달 용기의 선택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배달앱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지난 7월 22일부터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의미한 시도다. 일회용 플라스틱 처리를 위한 사회적 비용과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는 플라스틱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경기 화성시 동탄지역 일부 가맹점과 일부 메뉴에 대해서만 시작되었지만, 이 시도는 배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할 것이다.

배달특급의 다회용기 도입 시도는 전 배달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배달앱 3사(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는 다회용기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 녹색연합은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시민들의 간절하고도 강력한 목소리를 모아 배달앱에 전달하는 <배달어택>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쓰레기만 남는 배달 문제가 개선되기를 원한다면, 서명에 참여해 배달앱에 목소리를 함께 전달해도 좋다. 

☞ 지금 서명으로 배달앱에 동참을 요구해주세요
bit.ly/배달어택_서명하기
 
시민들은 쓰레기 없는 배달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시민들은 쓰레기 없는 배달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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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녹색연합 홈페이지, 네이버 포스트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배달어택, #일회용 배달용기 , #배달 쓰레기 , #죄책감 , #다회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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