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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충남 서산 20전투비행단 앞에서는 충남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등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선영 도의원은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에 있다.
 4일 충남 서산 20전투비행단 앞에서는 충남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등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선영 도의원은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에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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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이선영 충남도의원이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선영 도의원은 4일 해미 20전투비행단 앞에서 열린 '공군 20전투비행단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규탄 기자회견에서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편지는 이날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선영 도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상명하복의 군사 문화에 대한 개혁을 요구했다. 또 사건 발생 후 조직적인 은폐 시도 정황과 관련해서도 '지휘라인에 대한 문책 혹은 인사상 불이익이 은폐 시도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도의원은 지휘라인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보다는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휘라인 문책과 관련해 이 도의원은 "지금의 군 문화는 사고가 터지면 지휘라인 간부들의 진급에 차질이 생긴다. 그 때문에 어떻게든 기를 쓰고 은폐, 회유, 압박 등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 한 건의 사건 사고도 없으면 좋겠지만 이왕 발생했다면 절차에 따라 신속히 조사 및 조치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수습과정을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도의원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지 못한 시대인만큼 안녕하냐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시절입니다. 정의당 이선영 충남도의원입니다. 최근 충남 해미공군부대에서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상관들로부터 사건을 덮으라는 회유를 받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참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모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사건을 보고받고 대통령님은 "피해 호소를 했는데 군에서 그걸 묵살하고 은폐하고 합의하려 했을 때 본인이 얼마나 절망했겠느냐"고 크게 격노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울러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재차 지시하셨다니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느 때처럼 우선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일처리 방식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군대내 성폭력 범죄는 60% 이상이 상습적으로 반복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성범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생전 이 중사가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에게 보낸 "회식 때마다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문자는 참으로 가슴 아프게 합니다. 그만큼 군대내에서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래도 피해자의 신고는 무시되고 그렇게 무시당한 피해당사자들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이제 반복되는 이 악연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사건이 터지면 일시적으로 관심갖고 떠들다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그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폭력이 횡행하는 군대의 조직문화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합니다. 그것은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건의 고비고비마다에서 해야 할 역할을 망각하고 회유.압박.보고누락.은폐한 지휘관을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사건의 엄중함에 따라 공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도 있겠지요.

이번 사건은 공군에서 일어났지만 또 어느 병영에서 이와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은폐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군대의 모든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의 군 문화는 사고 한 건 터지면 그 지휘라인 간부들 진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를 쓰고 은폐, 회유, 압박 등을 하는 것이라 봅니다. 단 한 건의 사건 사고도 없으면 좋겠지만 이왕 발생했다면 절차에 따라 신속히 조사 및 조치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수습과정은 인사에 반영해야 하구요.

대통령님, 성범죄 가해자 및 은폐시도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하고 군대문화를 개혁해 주십시오. 성범죄를 인지하면 가해자 분리, 피해자 상태를 즉각 국방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사문화돼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문화된 성범죄자 메뉴얼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해 주십시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개인이 가진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군의 특수한 상황이라는 명목하에 인권을 유린하는 상명하복의 권위적이고 폭력적이며 불평등한 군 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성추행과 인권유린에 대한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했던 한 생명이 절망과 고통 속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국가의 책무 방기로 인한 죽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는 절망의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없도록 군은 폭력과 위계가 아닌 자율과 민주의 인권친화적인 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군대문화 개혁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고맙습니다.

태그:#이선영 도의원, #20전투비행단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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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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