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포스터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삶을 살아가면서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에겐 태어나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부모, 형제 등이 가장 믿을 만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지속하면서 친구나 직장 동료 등도 그 '믿음'의 대상에 포함되기도 한다. 물론 한 번 믿음을 줬다고 해서 그것이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관계의 균열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특히 근래 들어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조금씩 옅어지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살거나 일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철저히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이렇게 유사 가족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도미닉(빈 디젤)을 중심으로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을 비롯하여 그 주변의 친구들이 일종의 유사 가족화 되어가는 이야기다.

2001년 롭 코헨 감독이 연출한 <분노의 질주> 1편은 도미닉과 여동생 미아(조나다 브루스터), 브라이언(폴 워커)의 이야기는 액션이라기보다는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자동차 레이스 장면으로 유명해진 영화는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한 3편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로 완전히 시리즈가 끝난 것으로 보였지만, <분노의 질주: 디 오리지널>이 2009년에 개봉하였고 성적도 괜찮았기 때문에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점점 더 규모가 커져 완전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탈바꿈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야기는 도미닉 토레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전 시리즈는 사실 도미닉과 브라이언이 주축이었으나, 브라이언을 연기한 배우 폴 워커의 사망으로 최근엔 도미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또한 시리즈가 일종의 팀업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조사하는 식으로 진행되면서 팀을 이루는 사람들은 시리즈 내에서 가장 믿을만한 인물들로 구성되어야 했다. 그래서 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그들은 일종의 도미닉 패밀리가 되어갔다.

시리즈가 팀업을 통한 작전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시리즈 5편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때부터다. 하이스트 형식으로 진행된 영화는 각기 맡은 역할에 맞춰 불가능해 보이는 금고를 탈취하는 과정을 보여줬었다. 그리고 그때 형성된 그 형식은 시리즈 최신작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서사가 특이한 건, 죽었던 인물들을 다시 살려 돌아오게 한다거나 직전 시리즈에서 악당이었던 인물이 다음에는 도미닉 패밀리를 돕는 인물로 설정된다는 점이다. 신작에 등장하는 악당은 도미닉의 친동생 제이콥(존 시나)이다. 그는 또 다른 악당 사이퍼(샤를리스 테론)와 함께 세계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탈취해 가져가려고 한다. 이들을 막기 위해 나서는 것은 도미닉과 그의 동료들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장면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이번 영화에서 서사를 책임지는 것은 도미닉과 제이콥의 과거사로 인해 발생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증오다. 어찌 보면 도미닉 패밀리가 새로운 등장인물과 대립하고 결국에는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 안에서도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은 철저히 대립하고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화해를 한다. 이것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서이고, 이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번 영화에서는 과거 시리즈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설정되었던 한(성강)도 다시 출연한다. 시리즈 3편의 주인공이었던 숀(루카스 블랙)도 다시 등장하고, 그 외에 시리즈에서 한 번이라도 등장했던 로만(타이레스 깁슨), 램지(나탈리 엠마뉴엘), 레티(미셀 로드리게즈)와 스핀오프 시리즈인 <홉스 앤 쇼>에 등장했던 막달레나(헬렌 미렌) 도 다시 등장하여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들이 재등장하여 자동차 추격신을 벌이고 각자 역할에 맞춰 활약하는 모습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각 인물들의 관계가 동력이 되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화려한 액션  

이 시리즈가 보여주는 서사에서 가족은 각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가족이나 아끼는 사람을 잃은 이후 그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캐릭터는 그 인물이 악당이든 아니든 굉장한 힘을 보여준다. 마치 그 감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액션 장면에는 큰 자동차 엔진음이 포함되어 있고,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조금은 황당한 액션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금고를 털고, 탱크나 핵잠수함과 대결을 벌였던 시리즈는 이번엔 자석을 이용해 사물을 움직이고, 심지어 우주까지 간다.

액션이 중심이 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무래도 서사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부분 인물들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인물들의 감정이 최고조로 이를 때 액션으로 이어져 보는 관객들의 마음마저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로 변화된 이 시리즈가 내세우는 전략은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에서 서사의 평가 비중을 줄이고 단순히 액션과 감정으로만 영화를 평가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꽤 영리하게 느껴지는 이 전략은 시리즈 9편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스틴 린 감독은 3편부터 6편까지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고, 7편은 제임스 완, 8편은 F게리 그레이 감독이 연출했다. 그리고 이번 9편은 다시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저스틴 린 감독은 시리즈 전체의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능하고 자동차를 이용해 팀업을 구성하여 펼쳐지는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연출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선 모든 캐릭터가 돋보이고, 액션 장면은 예상을 뛰어넘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도 여러 가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찡한 감동까지 전달한다.

시리즈는 영화가 끝날 때 늘 등장인물들을 모아놓고 일종의 가족 모임을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빈 디젤이 연기한 도미닉과 팀업을 이루었던 모든 팀원들이 한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대가족을 연상시킨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그 마지막 식탁에서의 모습처럼 유사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라는 것은 그래서 더욱 분명해진다. 마치 현대 가족 개념이 변화해나가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영화는 타인이라고 할지라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한다.

2편을 제외하고 전 시리즈에 등장하고 있는 배우 빈 디젤은 이 프랜차이즈의 진정한 스타다. 그가 연기와 제작까지 맡고 있는 이 시리즈는 공식적으로 두 편이 남았으며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이 등장하는 스핀오프 시리즈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빈 디젤을 중심으로 모인 배우들도 유사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봉 후 5일 동안 100만 관객을 넘어선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코로나가 강타한 극장가를 살릴 수 있는 첫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장면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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