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그림책은 오소리 작가님의 <노를 든 신부>입니다.
외딴 섬에 한 소녀가 있어요. 심심해서 모험을 떠나려니 다들 결혼을 해야 섬을 떠나는군요. 부모가 준 드레스와 노 하나를 들고 신부가 된 그녀는 탈 배를 찾지만 노가 하나 뿐이라서 바다로 나갈 수 없다는 말만 들을 뿐입니다.
바닷가에서 산으로 간 신부는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 유혹을 받아요. 차라리 심심한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중,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합니다. 덕분에 하나뿐인 자신의 노로 할 수 있는 일을 깨닫게 되죠. 그건 바로 야구였습니다.
'타악!'
그녀가 날리는 홈런에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그렇다면 '이 신부는 섬에서 야구를 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날까요? 소녀의 앞날이 어떻게 되는지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주시고요.
남들 하는 대로 적당히 좋다는 것을 따라 가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안간힘을 다해 노력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습니다. 제 노가 무엇에 쓰일지 고민하기 보다는 늘 부족한 것(남의 노)에 아등바등 애를 썼고요. 그 사이 섬을 떠나 모험을 하려던 꿈을 잊었지요.
물론 좋은 일이 더 많았습니다. 직장과 가족이 바람직하다는 모습으로 나의 노를 쓰는 일에도 의미가 있었고요.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 노가 정말 어디에 쓰이면 좋을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서서히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하나 밖에 없는 노는 부족하니 짝을 찾아 맞추려 애쓰는 삶에서 세상이 바람직하다 말하는 일상에서 부조화를 느끼기 시작한 어느 순간, 바닷가에서 산으로 산에서 다시 숲으로 오가며 진정으로 가진 노 한 짝의 힘을 깨달은 그 때, 쓰는 일의 타격감이 저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어요.
아직 세상에 내어놓아도 될까 부끄럽고 떨리기도 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네요. 제 노로 열심히 또 즐겁게 '나만의 야구'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요. 홈런을 치고 사람들의 환호는 아직 먼 일이고 가늠할 수 없는 영역 바깥의 일이지만 '하얀 눈을 보러' 새로운 곳으로 가려는 발걸음은 이제 시작된 것이 분명합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전통적 이미지를 파괴하는 인물과 생동감 넘치는 원시적인 그림, 색감 등이 주체적인 자아가 선택하는 삶에 대한 은유를 흥미롭게 전합니다. 이 그림책을 통해 여러분께서도 손에 든 노, 자신을 위해 그것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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