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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대표 휴양지인 연포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 구호제창하는 연포 주민들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대표 휴양지인 연포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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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주민들은 그동안 국방이 우선이고 안보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인내해왔다. 원심지 주민들은 임산부 유산, 가축 사산, 불면증,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극심해져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겪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은 그동안 뭘 했나."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대표 휴양지인 연포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이 6일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지난 40년이 넘도록 안흥시험장의 무기 시험으로 인한 소음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특히, 무기 시험으로 인한 소음 이외에도 무기 시험을 위해 2.5m 넓이의 좁은 도로를 3.5m나 점령한 채 이동하는 대형 수송차량들로 인해 도로 파손은 물론 교통사고 위험성에 대형차량 이동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이르기까지 근흥면 주민들은 고통 속에 살아왔다.

안흥시험장과 불과 2km 이내에 거주하는 근흥면 도황리 주민들의 고통은 심각했다. 마을에서는 안흥시험장이 들어선 이후로 아이 울음소리나 가축의 새끼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고, 주민들은 포 소음으로 인한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가옥도 금이 가고 유리창도 깨졌다.

관광업을 주 생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은 특히나 손님을 받아도 포 소리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어민들은 포 사격으로 인해 어업제한구역이 확대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또한, 불발탄으로 인한 위험 속에 조업에 나서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극심한 피해상황이 40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근흥면 주민들은 그동안 국방과 안보를 먼저 고려해 인내해왔다.

시행 앞둔 군 소음법... 오히려 안흥시험장 인근 주민들 '자극'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대표 휴양지인 연포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 안흥시험장을 겨냥하는 연포 주민들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대표 휴양지인 연포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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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지난 2019년 10월 31일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아래 군 소음법)이 제20회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군 소음법은 한 달여 뒤인 11월 26일 공포됐고, 올해 1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40년 넘게 고통을 인내해 온 근흥면 주민들에게도 보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군 소음법은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대책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소음피해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제15대 국회부터 관련 법률안들이 발의되어 논의돼왔으나 적용범위, 지원기준, 재정부담 등에 관한 이견으로, 지난 제19대 국회까지는 모두 임기만료돼 폐기됐지만 제20대 국회 막바지에 극적으로 통과됐다. 처음으로 법률안이 제기된 이후 20년 만이다.

군 소음법은 군용비행장 및 군사격장 운용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방지하고 그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정됐다.

군 소음법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은 군용비행장, 군사격장 주변지역의 소음영향도를 조사하고 소음대책지역을 지정, 고시토록 했으며, 소음대책지역에 대해 5년마다 소음 방지 및 소음피해 보상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국방부장관은 소음대책지역 거주주민에게 보상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지자체장은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한, 군 소음법에서는 군용항공기의 이착륙 절차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야간비행 및 야간사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소음저감노력도 명시했으며, 소음실태 파악을 위해 자동소음 측정망을 설치 및 관리토록 했다.

국방부는 현재 군 소음법을 바탕으로 소음대책지역 지정 기준과 보상금 지급 기준 등을 명시한 시행령을 손보고 있다. 국방부 공고(제2020-320호)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소음대책지역 소음 방지 및 소음피해 보상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방부와 용역사 주관으로 지난 10월 12일 근흥면사무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당시 모습.
▲ 지난 10월 열린 주민설명회 국방부와 용역사 주관으로 지난 10월 12일 근흥면사무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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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일환으로 국방부는 지난 10월 12일 안흥시험장이 위치한 근흥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흥사격장 소음영향도 작성을 위한 소음측정 조사 용역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주민설명회가 40년 넘게 소음피해를 입어 온 주민들을 위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소음피해조사를 맡은 용역사측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방법에 따라 측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주민들을 자극했다.
 
오는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공고안에는 보상대상이 되더라도 최대 월 6만원을 받게 된다. 주민들은 아예 보상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소음피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국방부가 공고한 기본계획안 오는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공고안에는 보상대상이 되더라도 최대 월 6만원을 받게 된다. 주민들은 아예 보상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소음피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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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설명회 당시 용역사측은 "주민들이 원하는 방법에 따라 측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소음평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소음평가는 소음영향도를 작성해 사격장 및 비행장의 발생소음 피해지역을 조사해 보상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사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측정 당시 측정한 값으로 보상하는 게 아니라 몇 발이 사격됐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평소 사용하는 장비들이 다 사용됐는지에 대한 확인이 가장 중요하며, 평균적인 소음피해 정도를 평가해 보상기준이 정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연포주민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박 위원장은 용역사를 신뢰할 수 없으니 태안군과 태안군의회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소음측정을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 공정한 소음측정을 촉구하는 박상엽 도황리 소음피해 대책위원장 박 위원장은 용역사를 신뢰할 수 없으니 태안군과 태안군의회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소음측정을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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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근흥면 도황리 주민들은 주민설명회 이후인 10월 16일 연포번영회 사무실에서 '도황리 소음피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이날 집회에 나선 도황리소음피해대책위원회 박상엽 위원장은 "국방부와 용역사가 주민설명회를 열었는데 핵심은 소음기준치 이상만 보상해준다는 건데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면서 "용역사를 신뢰할 수 없으니 태안군과 태안군의회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소음측정을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또 안흥시험장을 겨냥해 "안흥시험장이 그동안 뭘 해줬나. 방산업체들만 배불리고 있다"면서 "주민들한테는 어떠한 보상도 없다. (심지어) 최근(11월 5일) 안흥시험장에서 경비행기를 날리다 논에 추락한 적이 있는데 보상해 준다고 경비행기 사고난 것에 대해 쉬쉬하라고 한다. 이런 일을 계속해서 주민들이 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안흥시험장이 그동안 사탕발림식으로 처신해왔던 마을회관 급유, 쌀 제공을 거부하고, 어버이날 행사하면서 식사제공도 단호히 거부한다"면서 특히 "민원을 많이 넣으면 유리창 고쳐주고 용돈 주는 등 선별보상을 반대한다. 보상을 해 주려면 모든 주민들에게 해달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태안읍과 안흥시험장을 지나는 ▲ 국지도 96호선을 군사도로로 5년 내 확포장과 ▲ 6개월 내 소음방지 시설 설치로 소음피해 최소화를 요구하면서 "이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매향리 사격장처럼 이곳을 떠나라"며 "떠날 때는 50년 동안 소음피해를 당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떠나라. 또한 2km 이내 원심지 주민들 모두 이주시켜달라"고 촉구하면서 요구사항 관철시까지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
 
신 의장은 이날 현실적인 보상을 해 주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 안흥시험장 압박하는 신경철 태안군의회의장 신 의장은 이날 현실적인 보상을 해 주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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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단에 오른 신경철 태안군의회의장도 다소 센 격려사로 안흥시험장을 압박했다.

신 의장은 "1977년 건설된 안흥시험장은 건설 당시 비교적 작은 시험장이 지금은 각종 크고 작은 신무기 사격시험장이 되어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이제는 옛날 방식이 아닌 현실적인 보상을 해 주어야 마땅하다"면서 "현재는 소음만을 위주로 법이 제정되어 있으나 향후 진동이나 어업권, 그리고 대형장비 이동으로 인한 피해보상 등 종합적으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신 의장은 국지도 96호선의 4차선 확장을 시급한 과제로 꼽으면서 "충남도내 시군의회 의장단과 도지사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가계획에 최종 반영될 수 있도록 도차원에서 적극 대응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며 "충남도에서는 중앙부처와 관계기관에 방문해 설명하는 등 태안군과 협업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하루빨리 4차선이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집회장을 찾은 주민들의 서명은 이어졌다. 이날 집회가 끝나기 전까지 현장에서 서명한 주민만 122명에 달한다.
▲ 서명하는 도황리 소음피해 주민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집회장을 찾은 주민들의 서명은 이어졌다. 이날 집회가 끝나기 전까지 현장에서 서명한 주민만 122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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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참석한 100여 명의 도황리 주민들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도황리 소음피해 대책위원회'와 뜻을 같이한다는 주민 서명을 받기도 했다. 현장에서만 122명이 서명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포주민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 거리로 나온 연포 주민들 연포주민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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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 일명 군 소음법 시행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사격장 소음영향도 작성을 위한 소음 측정 조사 용역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지난 10월 12일 근흥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열었다. 사진은 용역사가 제시한 소음측정예정지.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 일명 군 소음법 시행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사격장 소음영향도 작성을 위한 소음 측정 조사 용역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지난 10월 12일 근흥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열었다. 사진은 용역사가 제시한 소음측정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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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방부와 용역사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군 소음법에 대비해 안흥시험장 주변 20개 지점에 대해 소음측정에 나서고 있다. 용역사측이 제시한 소음측정지점은 사격장내 지점 10개소와 근흥면 5개소, 남면 4개소, 소원면 1개소 등 모두 20곳이다. 국방부와 수방사의 사격을 고려하고 소음피해 민원이 제기된 곳도 포함됐다.

주민설명회 당시 국방부에서 소음보상법을 담당한다는 홍정현 중령은 "소음보상 외에 진동, 지역사회 사업투자도 요구하고 기타 어업피해, 가축피해도 호소하는데 법이 제20대 국회였던 지난해 11월 26일 제정됐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갖고 올해 11월 27일 첫 번째 시행하는 최초의 법이다. 군 소음보상법으로서는 최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중령은 "15대 국회 때부터 국회에 계류되다가 20년 동안 빛을 못보고 국회에서 계속 퇴짜를 맞았는데 드디어 처음으로 빛을 보고 법이 탄생했다. 처음 시행하는 법에는 소음만 포함돼 안타까운데, 처음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개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라며 "지금은 많이 못 담지만 그나마 법이라는 창구가 생겨 법안을 할 수 있다. 보상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많이 해주고 싶지만 현재 국회에서 제정한 법에 소음에 대한 보상만 담아있다. 앞으로 어업배상, 지역사회 사업투자 등에 대해서도 같이 힘을 모아서 하면 국가에서 많이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군 소음법,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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