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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존경하던 교장 선생님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품성 좋은 분이 혁신 교육을 추진하면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 보여 주신 분이다. 칭찬에 인색한 나조차 성품과 실력을 모두 겸비한 보기 드문 분이라고 생각해 왔다. 교장 선생님을 포함한 몇몇 선생님들과 기분 좋게 환담이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중에 추미애 장관 아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이 어떻게 전화로 휴가를 연장할 수 있냐며 갑자기 정색했다. 늘 이성적인 모습만 봬온지라 교장 선생님의 격한 반응에 적잖이 놀랐다. 그러면서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본인이 경험한 군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차마 중간에 말을 자르기 뭐해서 듣고 있자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용은 힘들게 군 생활을 했고 군대는 그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주장인데 그때의 경험으로 교장 선생님이 군 생활을 한 시절로부터 30년도 더 지난 요즘 군대를 해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최근 군에서 제대한 아들 이야기를 했다. 정확한 지위와 역할은 모르겠으나 사병들의 군 생활을 챙기는 원사라는 분이 있었다. 문자로 종종 아들의 군 생활을 전해 왔고, '아파서 병원에 간다. 약을 무엇을 타 왔다. 좀 다녀가셔야겠다.' 등 학교에 다닐 때보다 군에 보내 놓고 오히려 담임(원사)과 연락을 더 많이 주고받았다. 심지어 아들이 코를 골아 같은 방을 쓰는 병사들에게 민폐가 되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전화가 왔다. 교장 선생님의 군대였다면 깨워서 야단하거나 밖으로 내쫓지 않았을까?

코골이 검사는 하룻밤 병원에서 자면서 정도를 관찰해야하기 때문에 외박을 해야 한다. 부모가 외박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 군에서 알아서 조치를 해줬다. 물론 아들이 군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고 아파서 병원 신세를 자주 져야 하는 처지여서 더 신경을 썼겠지만, 아들 말에 따르면 본인에게만 특별히 배려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학교로 치면 담임선생님이고 집에 비유하면 부모 노릇을 하는 사람이고 외출, 휴가부터 상담, 병원 진료 등 집단생활이 익숙지 않은 사병들을 다독이며 제대까지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설 면에서도 초코파이 하나에도 게걸스럽던 교장 선생님의 "라떼"와는 다르다. 부대 안에는 유명한 도넛과 아이스크림 가게, 배달까지 해 주는 치킨집, 짜장면집, 심지어 부모가 면회하러 가면 음식을 하나도 싸가지 않아도 되게 식당들을 갖추고 있었다. 

추미애 장관 아들 건으로 나라가 이렇게 오랫동안 시끄러운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화로 휴가를 연장했다는 말이 나왔을 때 난 당연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 싶었다. 부모보다 부대에서 먼저 배려하고 치료를 제안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은 한참 동안 시끄러웠다. 특히 군대를 경험한 남자 어른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탁, 특혜, 공정...이런 것까지는 모르겠으나(언급하고 싶지 않으나) "라떼"를 들먹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집부리는 모습이 한심스럽다.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교육 중 제일 나쁜 것이 "내가 네 나이 때는..."으로 시작하는 잔소리라고 한다. 2020년에 14살 이어본 적이 없는 부모가 수십 년 전 14살 적 경험으로 2020년에 14살인 자녀를 훈계하는 것은 폭력이다. 비단 부모와 자식 간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나이 든 분들의 살아온 경험과 인생을 존중하듯 젊은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도 현재를 사는 젊은이들을 존중해주면 좋겠다. "라떼는 그랬었는데…."라는 말을 하려거든 동시대를 지나온 사람들끼리 추억을 음미하거나 재미 삼아 하는 농담 정도로만!!

덧붙이는 글 | 대전충남인권연대 안선영 회원의 뉴스레터 칼럼 기고글입니다. 이글은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추미애 장관 아들#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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