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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에 접어들자 하늘도 미안했는지 지루한 장맛비를 잠시 그치고 구름 사이로 살며시 햇빛을 내밀어준다. 코로나19로 몇 번 연기되었던 동생과 짧은 여행이 또다시 장맛비로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던 김복순 경기도문화관광해설사의 염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역사와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동생 방인혜와 함께 우리가 사는 파주시 구석구석을 찾아다닌 지 벌써 다섯 해가 흘렀다. 햇수로 3년 전 겨울, 삼국시대의 각축장이었던 임진강을 따라 산재한 관방유적(關防遺蹟)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관방유적이란 국경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진(鎭)이나 영(營), 보(堡), 책(柵) 등 군사적 목적의 시설을 말한다. 대체로 성벽(城壁)과 군창(軍倉), 또는 봉수(烽燧) 등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고대로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방어체계를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파주에는 풍납토성과 같은, 평지에 흙으로 쌓아 만든 육계토성도 있지만 주로 통일신라 이후 용도 폐기되어 흔적만 남은 산성(山城)이 대부분이다.

산성은 산의 정상부나 경사면에 바위, 흙으로 성을 쌓아 적들이 공격이 어렵게 만들고 아군이 내려다보며 손쉽게 방어하려는 의도로 만든 구조물이다. 산성은 축성 위치에 따라 테뫼식과 포곡식으로 나뉜다. 테뫼식은 성곽이 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7~8부 능선을 따라 테두리를 두르듯이 둘러쌓은 방식이다. 주로 짧은 시간의 전투에 이용되는 산성이다.

포곡식은 성벽 안에 계곡이 들어가게 하여 성내의 가용면적을 넓히고, 수원(水源)이 있어 주민들이 평상시 거주하여 지구전이 가능하도록 만든 산성이다. 파주에는 거의 테뫼식으로 월롱산성, 오두산성, 명봉산성, 봉서산성, 아미성, 장명산성, 칠중성, 금파리성, 덕진산성, 이잔미성, 육계토성 등이 있다.
 
2020년 5월말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개관한 계양 산성박물관
▲ 계양산성박물관 근경 2020년 5월말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개관한 계양 산성박물관
ⓒ 김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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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우리나라 최초의 산성 전문박물관을 개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 그곳을 찾아 산성 여행의 끝을 보려 했기 때문에 - 누구보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들떠있었다. 경인지역 코로나 확산으로 개관하자마자 곧바로 휴관에 들어가는 바람에 여태껏 미뤄왔던 여행이었다. 한달음에 계산역 근처에 있는 계양산성박물관으로 갔다. 

계양산성은 오두산성과 같이 한성백제 당시 한강 하류를 제어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삼국의 각축 과정에서 한강 유역을 차지한 고구려, 신라가 차례로 활용하다 고려를 거치면서 용도 폐기되어 황폐해지고 말았다. 2003년부터 진행한 10차에 걸친 발굴 조사과정에서 역사적, 성곽 사적 가치가 확인되어 성곽보수 및 산성박물관을 건립하고, 2020년 5월에 국가지정문화재(사적 556호)로 지정되었다.

산성박물관은 지하 1층에 지상 2층으로 지어졌으며, 산성역사실, 계양산성실, 기획전시실, 개방형 수장고, 교육실과 기타 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수비하는 고려군과 공격하는 몽고군의 전투 장면을 그려놓은 ‘포토존’
▲ 산성역사실 포토존 수비하는 고려군과 공격하는 몽고군의 전투 장면을 그려놓은 ‘포토존’
ⓒ 김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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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성에서 출토된 전시 유물 (의례 관련 유구와 유물)
▲ 계양산성에서 출토된 유물 계양산성에서 출토된 전시 유물 (의례 관련 유구와 유물)
ⓒ 김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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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역사실은 우리나라 산성의 기원, 삼국시대의 산성, 고려~조선시대 산성의 변천, 산성의 형태 분류와 구성 요소, 한반도와 세계의 산성 유산 등을 다루고 있다.
산성의 발달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자료, 그래픽패널, 모형, 발굴유물 등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또한, 전시 중간에는 축성 도구 모형을 통해 성을 쌓는 과정을 재현해 볼 수 있는 체험 코너와 몽고군에 맞서 성을 수비하는 고려군의 전투 장면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계양산성실은 10차에 걸쳐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계양산성의 유적과 출토유물을 다루고 있다. 계양산성에 대한 역사기록, 발굴조사 성과, 유적의 분포현황, 삼국시대 목간 등 발굴유물, 계양산성의 축소 모형 등 다양한 전시자료를 통해 계양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산성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지상 2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원하게 목을 적셨다. 인혜가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계양산성의 돌덩이라도 한번 만져보고 가자며 복순의 손목을 잡아끈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계양산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몇 번 가쁜 숨을 몰아쉬자 눈앞이 확 트이며 저 앞에 계양산성 안내판이 보인다. 성벽이 보이는 곳까지 다가가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산성 아래로 펼쳐지는 전경은 결코 막힘이 없었다.

산성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오두산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 주차장 왼편 경사면에 흔적만 남은 오두산성의 성벽이 수줍게 우리를 반긴다. 코로나19로 역사문화해설업무를 중단하고 있는 김복순은 이번 기회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향후 문화유산기획자가 되려고 공부하고 있는 방인혜는 폭넓은 사고를 느껴보고자 산성 여행을 계획했었다. 일정을 마치며 소기의 목적달성에 흥겹기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다 가슴 한편에 깊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한강과 임진강이 서로 만나는 지점인 파주 오두산의 정상(해발 119m)을 둘러싼 길이 1,228m의 백제의 퇴뫼식 산성이다. 경사면이 가파르고 서쪽은 한강이, 북쪽으로는 임진강이 흐르고 있어 두 강이 만나서 서해로 흘러드는 길목에 위치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오두산 정상에 통일전망대 시설이 들어서 있어 산성의 규모와 원형이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소재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9, 오두산 전망대
▲ 흔적만 남은 오두산성의 성벽 한강과 임진강이 서로 만나는 지점인 파주 오두산의 정상(해발 119m)을 둘러싼 길이 1,228m의 백제의 퇴뫼식 산성이다. 경사면이 가파르고 서쪽은 한강이, 북쪽으로는 임진강이 흐르고 있어 두 강이 만나서 서해로 흘러드는 길목에 위치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오두산 정상에 통일전망대 시설이 들어서 있어 산성의 규모와 원형이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소재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9, 오두산 전망대
ⓒ 김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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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에 나오는 392년 광개토대왕이 점령한 백제의 요충지 관미성으로 추정하는 오두산성, 학계에서 풍납토성 조성 시기보다 다소 앞선 것으로 추정하고 고이왕계가 머물던 하북 위례성으로 비정(김기섭, 2002)하는 견해와 온조 13년에 도읍을 풍납토성으로 옮기면서 이곳을 모범으로 삼았다(경기문화재연구원, 2004)는 육계토성, 삼국사기에 여러 번 출현한 성으로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군사적 요충지이며, 7세기 중반 이후 신라와 고구려 사이에 치열한 전투와 나당전쟁 당시 당군의 침입로가 되기도 했다는 칠중성, 고구려가 남진 과정에서 임진강 변에 축조한 성으로 삼국시대에 축조되어 조선 시대에도 전략적 우수성으로 다시 외성을 확장·수축하여 사용했던 특수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 학술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큰 덕진산성 등.

우리 파주에는 역사적으로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을 갖고있어도 박물관은커녕 기념관 하나조차 없는 현실이 못내 아쉽고 답답하기만 했다. 오두산성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발길에 '우리가 작은 밀알이라도 되어보자'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우리나라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색다른 박물관이 생겼으니 아이들과 함께 반나절 시간을 내서 한번 돌아보길 추천한다. 아울러 시간이 허락한다면 파주에 있는 산성도 함께 만나기를 제안한다.

계양산성박물관 http://museum.gyeyang.go.kr/

주소/전화: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로 101 (☎ 032-450-8317~8)
관람 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입장마감은 관람종료 30분전)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공휴일과 겹치는 경우 다음날)
관 람 료 : 개인 1,000 원, 단체(20인 이상) 800 원,
(만 18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독립 및 국가유공자 무료)
*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관람 시 아래의 사항을 준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사전 전화 예약을 통한 예약 관람 (단체관람 불가) 032) 450 – 8317, 8318
- 1시간당 20명 이내로 관람 인원 제한
- 관람자 명부 작성(전자출입명부) 및 발열 체크 
   ※ 유증상자 관람 불가 
   ※ QR코드 미사용 시 신분증 제시 필요
- 관람객 간 2m 이상 사회적 거리 유지
- 관람객 마스크 착용 필수

태그:#관방유적, #계양산성박물관, #오두산성, #육계토성, #덕진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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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에서 개인택시로 일하며,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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