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두산의 후반 추격을 뿌리치고 파죽의 7연승 행진을 달렸다.

이동욱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5-4 한 점차 승리를 따냈다. 1회 3점, 2회와 7회 각각 1점씩 올려 5-0으로 앞서던 NC는 7회와 8회 두산에게 2점씩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9회 2사1루 위기를 막아내고 7연승을 완성했다(11승1패).

NC는 1회 이영하로부터 우전 적시타를 때린 나성범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노진혁, 강진성, 이명기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NC선발 마이크 라이트가 안타 4개와 사사구 6개를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삼진 5개를 잡으며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2승째를 챙겼다. 그리고 NC의 뒷문을 지키는 마무리 원종현은 시즌 7번째 등판에서 5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 부문 단독 1위로 뛰어 올랐다.

하재훈-고우석-문경찬 등 초보 마무리 전성시대

작년 KBO리그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각 구단의 마무리 투수들이 대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4승 3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54를 기록했던 한화 이글스의 정우람 정도를 제외하면 많은 구단의 마무리 투수들이 실망스런 활약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부진한 기존 소방수들의 빈자리를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투수들이 완벽하게 메우며 뒷문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SK 와이번스의 염경엽 감독은 작년 초반 셋업맨 김태훈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겼지만 김태훈은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1승 1패 7세이브 6.08로 부진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불펜에서 좋은 구위를 자랑하던 해외파 루키 하재훈에게 뒷문을 맡겼다. 그리고 하재훈은 61경기에서 5승 3패 36세이브 3홀드 1.98의 믿기 힘든 성적을 올리며 KBO리그 첫 해 세이브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강속구 유망주로 LG트윈스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던 고우석의 '폭풍 성장'도 놀라웠다. 허리 수술로 13경기 만에 시즌을 접은 정찬헌 대신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은 고우석은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1.52의 성적으로 프로 데뷔 3년 만에 LG의 핵심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19년 62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고우석은 올해 254.8%가 인상된 2억20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투수는 김윤동이었다. 하지만 김윤동은 시즌 개막 11경기 만에 어깨 통증으로 시즌 아웃됐고 KIA는 김윤동의 빈자리를 롱릴리프 역할을 하던 문경찬에게 맡겼다. 그리고 문경찬은 작년 54경기에서 1승 2패 24세이브 1.31을 기록하며 2009년의 유동훈(LG 육성군 재활코치) 이후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린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 역시 함덕주가 기복을 보이자 마무리를 이형범으로 교체했고 이형범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 주면서 극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조상우의 부상으로 마무리를 맡은 키움 히어로즈의 베테랑 좌완 오주원, 선발 투수로 실망스런 활약을 펼친 후 마무리로 성공적인 변신에 성공한 kt 위즈의 이대은 등도 작년 시즌 마무리 세대교체의 빼놓을 수 없는 주역들이다.

단독 선두 NC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는 수호신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두산. 5-4로 승리한 NC 마무리 원종현과 포수 양의지가 인사하고 있다.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두산. 5-4로 승리한 NC 마무리 원종현과 포수 양의지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시즌 NC의 뒷문을 책임졌던 원종현 역시 2018년까지는 통산 세이브가 단 6개에 불과했던 '초보마무리'였다. 원종현은 NC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대부분의 경기에서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NC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86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임창민이 2018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소방수를 잃은 NC는 스윙맨 이민호(사회복무요원)에게 뒷문을 맡겼지만 창단 첫 최하위의 수모를 막지 못했다.

작년 시즌 이동욱 신임 감독으로부터 새 마무리로 낙점된 원종현은 작년 60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31세이브 3.90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원종현은 최하위로 추락했던 NC를 가을야구로 복귀시켰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제2회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선발되며 대단히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나이로 33세였던 '오래된 초보 마무리'를 주목하는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동욱 감독은 올 시즌에도 부상에서 돌아온 임창민 대신 마무리 자리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원종현에게 팀의 뒷문을 맡기기로 했다.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이 조상우와 고우석, 하재훈을 유력한 세이브왕 후보로 예상했지만 세이브왕 경쟁에서 원종현을 언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각 팀이 12, 13경기를 치른 현재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원종현이다.

원종현은 올 시즌 7경기에 등판해 1승 5세이브 1.42라는 뛰어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원종현은 지난 13일 kt전에서 유한준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던 1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6경기에서는 아직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원종현은 19일 두산전에서도 역전주자가 나가 있는 8회 2사 1, 2루에 등판해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시즌 5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원종현은 LG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가 방출 후 NC에서 테스트를 받고 입단해 리그 정상급 셋업맨으로 성장했고 2015년에는 대장암 판정을 받고 재기에 성공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원종현이라는 투수를 설명할 때는 굳이 그의 기구한(?) 삶의 굴곡까지 힘들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KBO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NC의 수호신'이라는 한마디로도 원종현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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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원종현 세이브 1위 터프 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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