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V리그 챔피언 흥국생명이 컵대회에서도 좋은 출발을 보였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1일 순천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19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1(25-13,25-17,19-25,25-16)로 제압했다. 흥국생명은 주포 이재영과 김해란 리베로,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월드컵 참가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음에도 외국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발렌티나 디우프가 풀타임으로 활약한 인삼공사를 가볍게 제압했다.

흥국생명은 43.59%의 공격성공률과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8득점을 올린 이한비가 이재영의 공백을 잘 메웠고 아쉽게 신인왕을 놓친 이주아도 블로킹2개를 포함해 15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박미희 감독이 일찌감치 키플레이어로 점 찍은 김미연은 비 시즌 동안 더욱 발전된 기량으로 안정된 수비와 함께 18득점을 올리며 컵대회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비운의 유망주
 
 김미연은 2018년 FA 이적생 중 팀 동료 김세영과 함께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선수였다.

김미연은 2018년 FA 이적생 중 팀 동료 김세영과 함께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선수였다. ⓒ 한국배구연맹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한 김미연은 대전 용산고 시절 빠르고 간결한 스윙과 좋은 서브를 앞세운 유망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김미연은 2011년 태백산배 중고 남녀 배구대회에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대전 용산고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청소년 대표에도 선발돼 아시아 선수권에서 베스트 서버상을 수상할 정도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김미연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기량이 정체됐고 윙스파이커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수비에서도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180cm이상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거포 스타일도 아니었다. 결국 김미연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14순위로 간신히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지명됐다. 전국대회 우승이나 청소년 대표 같은 '실적'이 없었다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김미연은 입단 초기 황민경(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임효숙, 김선영 등 기존의 주전급 선수들과 1라운드로 지명된 입단 동기 곽유화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2012-2013 시즌 외국인 선수 니콜 포셋의 부상을 틈타 기대 이상의 좋은 활약을 펼치며 도로공사 팬들로부터 '미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플레이는 다소 투박하지만 과감한 공격과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파이팅은 팀 선배였던 황민경을 쏙 빼 닮았다.

2015-2016 시즌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문데렐라' 문정원 대신 주전으로 활약한 김미연은 28경기에서 276득점을 올리며 레즐리 시크라, 정대영에 이어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도로공사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김미연은 2016년 6월 이고은(GS칼텍스 KIXX)과 최은지(인삼공사), 전새얀(도로공사)이 포함된 2:2 트레이드를 통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다.

김미연은 기업은행에서 오른쪽 공격수와 센터를 오가며 두 시즌 동안 주전급 선수로 활약했고 기업은행의 6연속 챔프전 진출에 힘을 보탰다. 특히 2016-2017 시즌에는 서브 부문에서 2위(세트당 0.29개)에 오르며 기업은행의 3번째 챔프전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김미연은 1억5000만원의 나쁘지 않은 조건에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약점 보완하고 나타난 김미연
 
 김미연이 40% 이상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해 준다면 '쌍포'의 위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김미연이 40% 이상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해 준다면 '쌍포'의 위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 한국배구연맹

 
김미연의 가장 큰 장점은 그리 크지 않은 신장(177cm)에도 좌우 날개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센터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에 있다. 서브나 공격력에서는 확실한 강점을 가진 반면에 윙스파이커로 출전할 경우 서브 리시브를 비롯한 수비에서는 다소 약점이 있다. 하지만 이재영과 베레니카 톰시아로 이어지는 쌍포를 보유한 흥국생명에서 김미연의 역할은 서브리시브를 책임져야 하는 윙스파이커였다.

김미연은 이적 첫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243득점을 기록하며 이재영과 톰시아에 이은 흥국생명의 3옵션으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해줬다. 하지만 서브시리브 성공률은 34.16%로 아쉬움을 남겼다. 53.14%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김해란 리베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재영 역시 42.16%의 뛰어난 리시브 성공률을 자랑하는 선수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공격빈도가 높지 않은 김미연의 낮은 리시브 성공률은 만족하기 힘든 기록이었다.

이적 첫 시즌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도 서브리시브 강화라는 숙제를 안은 김미연은 비 시즌 기간 동안 많은 연습을 거쳤고 그 효과는 21일 인삼공사와의 컵대회 첫 경기부터 나타났다. 김미연은 공격에서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5.29%의 점유율을 책임지며 18득점을 기록했고 리시브에서도 20개를 받아내 10개를 정확히 세터 머리 위로 올렸다(성공률 50%). 반면에 김미연의 손을 거친 후 인삼공사의 서브득점으로 연결된 공은 하나도 없었다.

이제 막 V리그의 전초전 성격을 띈 컵대회가 시작됐기 때문에 아직 김미연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하기엔 다소 이른 시점이다. 월드컵 일정이 모두 끝나고 이재영,김해란,프레스코가 합류한 V리그가 본격적으로 개막해야 김미연의 진정한 활약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력이 완전하지 않은 컵대회에서 에이스 역할을 할 정도로 성숙한 기량을 자랑하는 김미연이라면 V리그에서도 충분히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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