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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허수경 시인을 기리기 위한 문학 발제와 시낭송이 오는 11월 27일 경남 진주시 평거동 소재 진주문고 여서재에서 열린다.
 고 허수경 시인을 기리기 위한 문학 발제와 시낭송이 오는 11월 27일 경남 진주시 평거동 소재 진주문고 여서재에서 열린다.
ⓒ 진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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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허수경(1964~2018) 시인의 고향 진주에서 추모 모임 열린다. 고인을 기리기 위한 문학 발제와 시낭송이 오는 11월 27일 경남 진주시 평거동 소재 진주문고 여서재에서 열린다.

독일에 살았던 허수경 시인이 지난 10월 3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떴고, 고향에서 고인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고인은 1992년 독일로 건너가 근동고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고 고고학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했으나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끝내 독일에서 눈을 감았다. 10월 27일 독일 뮌스터 외곽에서 수목장으로 장례식이 치러졌다.

추모 모임 제목은 고인이 펴낸 시집에서 따온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다.

이번 추모모임은 진주문고가 주최하고 경상대 출판부와 '지역쓰담'에서 주관한다. 고인을 기억하는 지인과 독자들이 모여 허수경 시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고 일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고인은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라는 부제를 달아 자신의 시를 진주 사투리 버전으로 다시 써서 나란히 실을 만큼 고향과 모국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여태훈 대표가 소장한 허수경 시인의 미발표 시 "진주라는 곳"(아래 시 전문)과 시인의 책이 함께 전시되며 허수경 시인의 문학 세계 조명과 시낭송을 통해 고인을 기린다.

진주문고와 경상대 출판부, '지역쓰담'은 이번 추모 모임을 통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허수경 시인을 기억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며 모임에서 판매된 시집의 수익금과 모금액은 전액 추모기금으로 조성해 활용할 예정이다.

진주라는 곳

허수경

진주라는 곳
내가 태어나 자란 곳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과 고등학교를 다니고
그리고 대학을 다니고
아버지를 여읜 곳

진주라는 곳
거리에 여자아이들이 몰려다니며 깔깔거리는 곳
거리에 사내아이들이 몰려다니며 딱지를 놓던 곳
갈증을 풀 길 없는 청년들은 작은 술집에 앉아
먼 세계의 빛을 이야기 하던 곳

작은 강이 흐르고
강 옆에는 대숲이 있고
늙어가는 여자들과 남자들이 대숲 아래에서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곳

뒤돌아보면 긴 긴 장강 같은 지나간 시간이 있고
다시 뒤돌아보면 장강을 이루던 시간이
신화 자체가 되는 곳

눈물 많은 시인이 있던 곳
빛 많은 사람이 있는 곳
그 안에 작은 서점 하나 사람을 모으는 집을 짓는 곳

대륙 두 개를 넘어 독일에서 나는 그곳을 생각한다.
어스름한 빛 하나 작은 집을 내 마음에 짓는다
오 진주라는 곳


허수경 시인은 1964년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고인은 등단 이듬해에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1992년에 두 번째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을 낸 뒤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독일에서 고대동방고고학을 전공해 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결혼해 이후 줄곧 독일에서 생활해 왔다. 그는 독일 생활 중 2001년 세 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2005년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2011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2016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를 차례로 냈다.

고인은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형제 동화집> 들이 있다.

2018년 산문집 <그대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가 개정 출간 되었고 시인의 첫 장편소설 <모래도시>가 재간되었다.

태그:#허수경 시인, #진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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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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