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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오류시장상인회(회장 김영동, 이하 상인회) 그리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오류시장 주민 상인 대책위원회(위원장 서효숙), 이하 주민대책위>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1년의 긴 법정 다툼에서 판사가 '토지 등 소유자(상인회 회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오류시장 정비사업 추진계획(이하 정비계획)'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오류시장의 점포는 집합건물임을 확인하고 토지와 건물을 분리하여 토지분을 쪼개어 토지분 소유자의 동의율(3/5 이상)을 불법으로 맞춘 것을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기나긴 1년의 행정법원의 소송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거대한 권력과 경제력을 가진 서울시장, 구로구청장, 오류시장정비조합(이하 조합)에 맞서 싸우는 난장이들(예의 6인)이 쏘아 올리는 함성을 어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2016년 12월 (가)정비사업추진위원회 발족되고 시장정비사업 이야기가 나오자 시장이 개발되나보다 하였지만, 정비계획에 입점상인에 대한 보호대책이 없다시피 하고, 승인권(정비계획, 건축허가)을 가지 지자체(서울시, 구로구)의 일방성과 횡포, 추진 과정에서 조합의 위법성과 상인들에 대한 횡포, 주민이 원하는 정비계획이 아니라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주민대책위가 결성되었다. 정비사업 얘기가 처음 시작된 1년 8개월 동안, 소송 1년 기간 참으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힘든 싸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상인들(토지 등 소유자)은 소송 결과에 그간의 온갖 고통과 회한이 썰물처럼 쓸려나가는 기분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오류시장 정비사업'은 구로구(구청장 이성)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통시장재개발사업이다. 그러나 이번 행정법원 판결로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간 구청장은 '토지 등소유자'와 상인회 및 주민대책위 등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사업을 밀어붙여왔다. 이에 맞서 주민대책위는 토지등소유자가 행정소송을 제기(2017. 2. 23.)하기 한 달 전 2017년 1월 추운 겨울, 정비계획의 불법성을 지역 주민들에게 호소하며 제1차로 주민서명운동을 전개, 추운 겨울에 손을 호호 불며 주민들이 참여한 1121명, 제2차로 2017년 10월-11월까지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4115명의 주민 서명을 받았다. 서명지는 그 때마다 구청장, 이인영 국회의원, 서울시장, 중소기업청장 등에게 보내졌다. 그러나 그들은 말이 없었다. 그 주민들의 목소리는 허공으로 흩어졌다.

'토지 등 소유자' 및 상인들이 말하는 정비계획의 불법성이란?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두 가지로 대별해볼 수 있다. △집합건물 인정 여부 △토지에 대한 지분 쪼개기의 합법성 여부이다. 이 점에 대해서 재판부는 오류시장의 건물을 집합건물로 보았다. 집합건물을 증명할 수 있는 건축물관리대장을 증거로 보았다. 둘째는 지분 쪼개기이다. 기존의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하나의 지번인 토지를 특정인의 주도로 하에 여러 지분으로 분할된 사례이다. 이는 조합이 정비계획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이의 동의자수(동의율)를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지분 쪼개기하였다고 본 것이다.

상인들과 '토지 등 소유자들'은 정비계획 얘기가 나올 무렵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조합 측에 이의를 제기하고 구청장과 시장에게 의견을 냈었고, 이로써도 시정이 안 되자 예의 주민서명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 주민감사도 청구(2017. 2. 6.)하였다. 그러나 주민감사 진행 중에 2017. 2. 23. 시장은 정비계획 승인을 내주었고, 주민감사의 결과는 "3평 9명 앞 지분 쪼개기 위법"을 지적하였으며(2017. 5. 26.), 상인들과 주민대책위는 이를 근거로 시장과 구청장 및 정비조합에 불법을 지적하며 정비계획의 무효를 주장하였지만 역시 구청장도 정비조합도 시장도 하나같이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끝내 구청장은 조합설립을 인가(2017. 6. 21.)해주는 등 정비사업을 일사천리로 추진하여 나갔다. 이에 '토지 등 소유자'와 상인들은 이의 불법을 세상에 밝히기 위하여 2017. 7. 28.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정비계획의 승인권자는 시장이지만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구청장과 조합(조합장 박세문)이 실질적으로 소송을 진행을 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비계획을 지역 실정에 맞게 검토하여 서울시에 추천하고 정비조합을 승인해주는 권한이 구청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사업의 합법성을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상인회와 주민대책위와 함께 하는 '토지 등 소유자(6인)'가 정당함을 법의 이름으로 정리해주었다. 이로써 정비계획은 위법함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상인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무엇을 바라는가!

사실 서울시에서 정비계획(21층 2개동, 주상복합건물로 상가 지하1-지상2층)을 승인해줄 때는 '입정상인 보호대책' 수립을 조건으로 하였고, 이런 사실은 구「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35조에도 명시되어 있으나 구청장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이는 상인회 및 주민대책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지분 쪼개기 외의 아주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 그나마 서울시 시장정비사업심의위원회의 승인 과정에서 '입점상인 보호대책'을 요구하며 조건부 승인을 해준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그 후 마련된 입점상인보호대책은 상인들과 어떤 협의도 없이 마련되었고, 상인들은 그것이 무슨 보호대책이냐며 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인들(토지 등 소유자, 상인회 포함)과 주민대책위는 정비사업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딱 두 가지를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첫째는 종래대로 '전통시장을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법대로 '입접상인 보호대책'을 제대로 세워달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이 분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현재 상인회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를 지켜본 주민대책위는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상인들의 입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영등포구에서 교통유발로 쫓겨나오다시피 하는 코스트코(창고형 대형할인매장)가 서울남부교정시설 이적지(구 영등포교도소 및 구치소 터)로 옮겨올 것이라고 한다. 오류시장에서 불과 500미터 내외에 이런 대형유통시설이 들어오면 오류시장은 있으나마나 하는 죽은 상권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는 입점상인보호대책을 수립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청에서는 코스트코의 입점을 허가해줄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가뜩이나 인근에 고척돔야구장, 롯데마트, 대형공구유통상가단지, 예식장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있어 출퇴근 시의 경인로는 주차장을 방불하게 한다. 평상 시에도 경기가 있거나 행사 등이 있으면 교통체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인로는 구로구를 관통하는 간선도로이다. 현재 남부교정시설 이적지가 개발되고 있어 경인로의 교통대책은 구로구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정비사업이 행정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어찌 할 것인가! 상인회 서효숙 위원장은 "차제에 정비계획이 전면 재검토되기를 바란다. 주민의 뜻이 반영된 문화가 숨 쉬는 시장공동체로 되살아났으면 한다."며 "구청장, 서울시장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후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상인회와 주민대책위는 7월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시 거주하는 옥탑방(강북구 삼양동)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시장은 "절차가 잘못된 것 같다."며 "(비서에게) 항소하는 것은 주민들을 골탕을 먹이는 것이니, 법무법인 몇 군데에 자문을 구해보라"며 "수없이 시장 면담 요청을 하였다는데... 면담 요청이 어디에서 차단이 되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하였다. 이어 전통시장 발전 방안으로 로테르담 사례로 이야기를 나누며 주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렇지만 이날 구로구청 지역경제과장(이동섭)은 "항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데 구로구는 항소로 방향을 잡았고, 다툼의 여지가 있어 법률적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비조합은 7월 23일 이미 항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상인회 및 주민대책위의 확인 결과, 시장은 항소 가능 마지막 날인 그제 '항소 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미 항소를 제기한 구청장은 제출된 서면자료에서 "구로구는 피고(서울시장)가 항소를 안 하면 보조참가인은 항소를 못하게 되었지만, 우리도 이유가 있으니 항소를 받아 달라."는 취지의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고법에서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설사가 고법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재판결과 이후 책임소재, 주민대책위 및 시민단체 대응 등으로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50년 전통시장은 문화가 있는 시장공동체로 재생은 가능하다

오류시장은 서울 구로구 오류제1동에 소재하고 있다. 50년 전에 형성된 전통시장으로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배후상권으로서, 또 서울과 경기도를 접하는 길목에 있어 많은 서민들이 부천, 광명, 인천지역 서울을 오가며 이용하던 꽤 상권이 큰 시장이었다.

그런데 오류시장이 큰 시련을 겪게 된다. 2005년 5월-2008년 오류시장(주) 대표로 있던 장 모 씨가 시장 개발을 약속하며 토지주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여 금융기관에 수백억 원의 대출을 받아 도망간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 상인들 대부분이 사기를 당하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다수의 상인들이 시장을 떠나게 되고 만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 시장에는 소수의 상인이 남아있다.

그 후 2010년 58억 원에 오류시장(주)를 공매받아 (주)신산디엔아이(대표 김영선)가 시장의 대지분자로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정비조합의 조합장은 ㈜대서산업개발의 대표 박세문 씨이다. 시장번영회의 이 모 씨는 "지금까지 개발한다면서 정비조합 측은 세입자들에게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며 대화 한번 한 적이 없다."며 "동의해준 건물주에게는 명도소송을 취하해주고, 세입자만 내쫓으려 하고 있다."면서 "세입자도 건물주도 그를 신뢰할 수 없다. 예전에 상인들이 다른 이들에게 개발동의를 해주었다가 2, 3번씩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금 몇 집 안 남았는데 또 당해야겠는가."라고 탄식을 자아낸다.

상인들과 주민대책위 주민들은 그동안 악덕업자들 때문에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시장을 되살릴 방안에 고심한다. 즉 이곳 입지조건이나 상권 및 상업지역이라는 점을 볼 때 전통시장, 영화관, 병원 등 문화 및 생활형 상가건물이 세워져야 하는데 뜻을 같이 한다. 이미 주변에 행복주택단지, 오피스텔단지, 다수의 숙박업소 등이 밀집해 있어 상권을 살리기에 적합한 환경과 여건이라는 것. 특히 중국인 및 동남아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여기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따라서 고층형 주상복합형건물을 세우는 방식이 아닌 공영형 도시재생 정비사업으로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다.


태그:#오류시장, #오류시장 개발, #오류시장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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