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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바시키르 여행 목적의 절반은 '사반투이(Sabantuy)'를 보러 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시키르 전통축제로 시작한 사반투이는 현재 투르크계 민족의 최대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반(Сабан)'은 쟁기, '투이(туй)'는 결혼이라는 뜻이다. 쟁기가 땅과 결혼한다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농경 문화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최소 400년, 최대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사반투이는 애초 4월 파종 전에 즐기던 봄 축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파종이 끝난 6월께 열린다.

1년에 딱 하루 열리는 축제이니 만큼, 사반투이를 체험할 수 있는 확률은 1/365. 이방인으로서는 행운이다. 지난 6월 2일 바시키르의 수도 우파(Ufa)에서 350km 떨어진 부르잔스키의 스타로수브한굴로보(Starosubkhangulovo) 마을에 도착했다. 자동차로 꼬박 5시간이 걸렸다. 남우랄 지역에서 유일하게 사반투이가 열리는 곳이다. 부르잔스키의 인구가 1만6000명 가량인데, 이날 축제에 모인 인파는 어림잡아 2000명이 넘었다.

유목민들의 이동식 전통 가옥 '유르타(Юрта)' 앞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음악과 춤을 즐기는 사람들. ⓒ 이한기
사반투이 축제의 막이 오르자 다양한 성별, 세대별, 주제별 전통공연이 열렸다. ⓒ 이한기
사반투이 축제의 막이 오르자 다양한 성별, 세대별, 주제별 전통공연이 열렸다. ⓒ 이한기
사반투이 축제의 막이 오르자 다양한 성별, 세대별, 주제별 전통공연이 열렸다. ⓒ 이한기
사반투이 축제의 막이 오르자 다양한 성별, 세대별, 주제별 전통공연이 열렸다. ⓒ 이한기
본격적인 축제가 열리기 전, 초원 곳곳에는 '유르타(Юрта)'가 설치돼 있었다. 유르타는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이동식 전통 가옥이다. 파키스탄과 몽골에서는 '게르(Ger)'라고 부른다. 유르타와 게르는 외형이나 내부의 모습이 비슷하다. 몽골처럼 바시키르 사람들도 유목생활을 하는 경우 두 개의 가옥에서 생활한다.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는 마을에서 살고, 여름철에는 방목지 근처에 임시 가옥 유르타를 설치해 지낸다.

유르타는 모양과 재질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원뿔형 모양에 자작나무 등의 껍질을 이용해 만든 임시 천막, 통나무 오두막인 부라마(Бурама), 양이나 낙타 털을 이용해 만든 사티르(Сатыр), 펠트 천으로 만든 텐트 등이 있다. 남부 지역에는 장방형의 지붕이 달린 알라시크(Аласык)도 있다. 알라시크는 상주 가옥 옆에 설치해 식료품 등을 보관하는 보조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단다.

바시키르의 국민 과자인 '착착(ЧАК ЧАК)'. 겉이 벌꿀로 감싸져있어 쌓아두고 하나씩 떼어먹기 편하다. ⓒ 이한기
다양한 민족과 직업군에 따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의상을 입고 깃발을 곧추세우며 행진하는 것으로 '사반투이' 축제의 막이 올랐다. ⓒ 이한기
'사반투이' 전통축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 이한기
아홉살 꼬마 얀나와 여동생. 얀나는 한국에서 취재온 기자가 신기한 듯 관심을 보였다. ⓒ 이한기
남우랄 지역의 최대 전통축제답게 공연을 하는 이들과 적잖은 참가자들이 전통복장을 입었다. 농사와 유목 생활을 병행했던 바시키르인은 주로 양털과 가죽, 집에서 만든 직물, 모피, 펠트 천 등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바시키르 남녀 모두가 즐겨입는 의복은 긴 상의와 폭은 넓고 끝이 좁은 바지인 '샤로바리(шаровары)'다. 여기에 화려한 자수를 수놓은 소매가 없는 조끼 '캄줄리(Камзулы)'를 걸친다.

바시키르 여성의 전통복장은 '쿨덱(Кулдэк)'이라고 하는 원피스다. 가장자리마다 주름이 잡혀있다. 평상복이나 결혼식 원피스 위에 캄줄리를 입는데, 여성은 캄줄리의 양 가장자리에 은전 등을 꿰매 붙인다. 또한 산호, 구슬, 조개껍데기, 동전 등으로 옷을 장식한다. 다양한 장신구는 가슴 부분에 매달거나 어깨에 걸친다. 여기에 팔찌와 귀걸이, 다양한 모자 등으로 패션을 완성한다.

축제는 다양한 민족과 직업군에 따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의상을 입고 깃발을 곧추세우며 행진하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중앙무대 옆에는 긴 깃대 위에 러시아기와 공화국기, 부르잔스키 지역기와 축제 깃발 등이 내걸렸다. 축제에 모인 군중들은 친소관계에 따라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큰 목소리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흥을 돋웠다.

이후 성별, 연령별, 주제별 공연들이 이어졌다. 소년은 소년대로, 소녀는 소녀대로, 중년의 여성들과 남성들은 그들대로, 제각각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중앙무대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축제 장소인 초원 곳곳에서는 운동경기가 열렸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모여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던 경기는 경마였다. 기수들이 탄 말은 우랄산맥에서 수천년 동안 이어져내려온 바시키르 고유 품종의 조랑말이다. ⓒ 포토그래퍼 남태영
사반투이 축제 경기의 꽃인 경마를 구경하기 위해 담벼락에 길게 늘어선 군중들. ⓒ 이한기
우리나라의 씨름과 비슷한 경기 '쿠레시(Куреш)'도 눈길을 끌었다. 상대방을 바닥에 먼저 눕히면 점수를 딴다. 4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이긴다. ⓒ 이한기
우리나라의 씨름과 비슷한 경기 '쿠레시(Куреш)'. ⓒ 이한기
유목민족답게 가장 많은 인파가 모여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던 경기는 경마였다. 기수들이 탄 말은 우랄산맥에서 수천년 동안 이어져내려온 바시키르 고유 품종의 조랑말이다. 크고 우람하진 않았지만 다부지고 딴딴해 보였다.

바시키르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말을 보유하고 있다. 나이대별로 나뉘어진 남성 기수들은 2400m를 각 세 차례씩 달린 뒤 우승자를 가렸다.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초원의 바람을 타고 전해져왔다. 경주이다 보니 구경하는 이들도 낮은 나무 담으로 길게 일자로 늘어서 응원에 열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씨름'과 비슷한 경기 '쿠레시(Куреш)'도 눈길을 끌었다. 상대방을 바닥에 먼저 눕히면 점수를 딴다. 4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이기는데, 50kg대, 60kg대 등 10kg 단위의 체급 경기가 먼저 열린다. 마지막에는 체급별 우승자들이 겨뤄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우리나라 씨름으로 치자면 한라장사와 백두장사 등을 먼저 뽑고, 마지막에 천하장사를 뽑는 셈이다. 쿠레시 최종 우승자에게는 양 한 마리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남녀 팔씨름대회도 우리에겐 친숙한 경기다. ⓒ 이한기
사반투이 축제 경기 가운데 하나인 활쏘기 대회. ⓒ 이한기
장대 꼭대기에 여러가지 상품을 매달아놓아 목표지점까지 올라간 사람이 상품을 땅에 떨어뜨리면 당사자에게 상으로 주는 경기. ⓒ 이한기
다른 한 켠에서는 활쏘기가 진행됐고, 또 다른 곳에서는 남녀 팔씨름 대회가 열렸다. 통나무 위에 걸터앉아 어깨에 걸쳐멘 자루로 상대방을 쳐서 떨어뜨리는 경기를 보고 있자니, 배개 싸움을 보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났다. 빈 자루에 몸을 반쯤 넣고 목표 지점을 돌아오는 아이들 경기도 흥겨웠다. 긴 나무 장대를 세워놓고, 맨몸으로 타고 올라가는 경기도 열렸다. 재미있는 건, 장대 꼭대기에 여러가지 상품을 매달아놓아 목표지점까지 올라간 사람이 상품을 땅에 떨어뜨리면 당사자에게 상으로 주는 경기였다.

경기가 열리는 동안 유르타 안에서는 '전통음식 축제'가 벌어졌다. 말고기와 양고기, 다양한 유제품이 메인 요리였다. 유목민족들은 축제나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반드시 내놓는 게 양고기다. 바시키르 국민 과자인 '착착(ЧАК ЧАК)'이나 말젖·양젖으로 만든 전통 발효주 '쿠미스(Кумыс)' 등 진수성찬이 가득했다. 입맛은 달라도 정성만큼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전해졌다. 바시키르의 음식에 관해서는 다음 편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 취재 지원|바시코르토스탄 관광청
※ 참고 자료|<러시아의 민족 - 북서부 & 볼가 우랄 편>

경기가 열리는 동안 유르타 안에서는 '전통음식 축제'가 벌어졌다. 말고기와 양고기, 다양한 유제품이 메인 요리였다. ⓒ 이한기
경기가 열리는 동안 유르타 안에서는 '전통음식 축제'가 벌어졌다. 말고기와 양고기, 다양한 유제품이 메인 요리였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전통음식을 대접해주었다. ⓒ 이한기
태그:#바시키르, #바시키리야, #바시코르토스탄, #사반투이,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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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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