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과 김효정의 타부무비> 커버 이미지.

<오동진과 김효정의 타부무비> 커버 이미지. ⓒ 타부무비


각종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근거나 전문성 없이 개인의 취향에 의한 '리뷰'나 '후기'라는 이름으로 쉽게 영화 평론을 한다. 그들의 블로그나 게시판 뒤에는 항상 '리뷰 잘 읽었습니다' 내지는 '이 영화 보고싶네요'라는 댓글이 보태진다. 이렇게 가치판단, 도덕판단 없이도 인터넷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평론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처럼 영화에 관한 모든 글에 평론들이 넘쳐나면 진흙 속에서 진주를 꺼내듯 질 좋은 평론을 골라 듣는 게 쉽지 않다.

국립 국어원의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평론을 검색하면 "사물의 가치, 우열, 선악 따위를 평가하여 논함"이라고 평론을 정의한다. 최소한 평론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는 팟케스트 방송 <오동진과 김효정의 타부무비>를 소개하는 이유이다.

<오동진과 김효정의 타부무비>는 지난 2017년 11월 8일 인터넷 라디오 '팟빵'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오동진 평론가는 들꽃영화상을 비롯한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작은 영화가 좋다>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김효정씨는 오마이뉴스와 문화일보에서 기고하고 있으며,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1950~70년대의 고전영화와 비교적 최신영화를 한 편씩 가져와 비교하고 그 속에서 영화가 말하는 가치나 도덕을 이 시대의 눈으로 비추어 평론하는 방송이다.

쉽게 생각했을 때 50대 중년의 '오동진' 평론가가 클래식 영화를 30대의 김효진씨가 최 신영화를 소개할 것 같지만 <타부무비>에서는 반대로 '오동진' 평론가가 최신영화를 소개하고 김효정 평론가가 클래식 영화를 다룬다. <오동진과 김효정의 타부무비>는 1회 주제였던 '금기'를 시작으로 피, 팜므파탈, 술, 납치, 돈, 연쇄살인 등 현재 15가지의 주제를 통해 영화 리뷰를 전달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들로 이어질 예정이다.

영화 관련 매거진이나 그밖의 영화콘텐츠가 줄어든 오늘날의 영화 평론가들의 삶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과거 평론이 '권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의 평론은 대중을 이끌어내는 힘이 되고 미약한 노예의식을 각성시키는 시민들 속 권력가였다. 그러나 누구나 평론할 수 있게 되고, 가벼운 인스턴트식 평론이 많아진 오늘날 힘있는 필력으로 소신껏 비평하는 진정한 영화평론가도 필요하다.

 <타부무비> 진행을 맡은 오동진 평론가와 김효정씨(왼쪽부터)

<타부무비> 진행을 맡은 오동진 평론가와 김효정씨(왼쪽부터) ⓒ 오동진/김효정


<오동진과 김효정의 타부무비>는 단순히 클래식 영화와 최근 영화를 비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녹아 있는 함축적 의미와 정치적 메시지를 뽑아내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팟캐스트라고 할 수 있다. 예컨데 제6화 의상편에서는 영화 <이유없는 반항>(1955)과 영화 <싱글맨>(2005)을 소개하며, 의상을 통해 그 당시의 사회상이나 정치 등을 풀었고 젠더의 문제를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짚어 인상 깊었다.

<오동진과 김효정의 타부무비>는 26일 기준 '팟빵 영화 카테고리 순위' 9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팟캐스트다.

최근 10년 사이 영화를 대체할 수많은 콘텐츠가 등장했다. 그러나 대중이 영화관을 다시 찾을 날은 머지 않아 올 것이다. 그때까지 그들을 맞아줄 강단있는 비평가들이 살아남아 있을 수 있도록 우리는 영화평론가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화는 시대와 현실의 조류에 가장 민감한 예술 행위다. 이러한 영화가 제 시각에 맞추어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이 평론가의 역할일 것이다.

한국영화나 영화평론가의 진흥은 정책적인 차원과 대중의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그동안 '블랙리스트'를 통해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일에 소홀히 한 만큼 앞으로는 과감히 보완하여 예술지향적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영화 제작자들과 대형극장주들도 이권에만 매달리지 말고 좀 더 멀리 내다봐 국산 영화나 영화평론가의 진흥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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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4만편의 영화를 보겠다는 인생목표로 살고있는 영화친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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