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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영식(左)부터 개기식(右)까지의 과정 (다중노출 촬영)
 본영식(左)부터 개기식(右)까지의 과정 (다중노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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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저녁, 모처럼 좋은 조건의 개기월식이 펼쳐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개기월식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로 2011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2025년 9월 7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개기월식은 태양의 빛에 의해 생긴 지구의 그림자 속을 달이 통과할 때 볼 수 있는 천문현상이다. 즉,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으로 들어설 때,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면서 평소에 볼수 없는 신비로운 색상을 띄게 된다.

이번 개기월식은 좋은 관측조건 만큼이나 많은 별명도 따라다녀 화제이다. 그 사연과 월식의 과정, 관측 요령 등을 다뤄보고자 한다.

세 가지 별명

이번 개기월식은 보통의 블러드문 외에도 슈퍼문과 블루문이라는 이름까지 더해졌다. 의미의 특별함은 더할 수 있으나 관측상의 특이점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블러드문은 개기월식 때면 불리는 별명으로 절정 시의 붉게 물든 달을 뜻한다. 월식의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월식은 불길한 징조로 여겼던 것에서 연유한다. 사실 붉게 변하는 현상은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질 때, 지구 대기에 부딪히는 태양 빛 중 파장이 긴 붉은 빛이 산란하고 달에 닿아 나타난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와 가까워졌을 때 나타나는 크고 밝은 보름달을 말한다. 달이 지구를 타원형으로 공전하는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연중 12~13번의 보름달 중 3~4번은 슈퍼문에 해당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현상이다. 슈퍼문이라는 명칭 자체가 미국의 한 점성술사가 부여한 게 계기일 뿐 정식 천문용어는 아니다. 실제로는 인력 상승에 따른 조류의 차는 다소 발생하나 눈으로 느끼는 차이는 미미하다. 주기의 절정이었던 지난 1월 1일의 보름달보다도 약간은 작다.

블루문은 같은 달에 두 번째 뜨는 달을 지칭한다. 달의 주기는 약 29.53일로 보통의 한 달보다는 약간 짧은 것에서 기인한다. 산술적으로는 약 2.7년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 1월은 월초와 월말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서 지난 1일에 이어 이번 31일도 보름달이다. 한 달에 두 번 나타나기에 배신이란 뜻의 '벨루(belewe)'라는 옛 영어 단어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물론 실제로 달이 푸르게 비쳐보이는 건 아니다.

개기월식의 진행

월식의 과정은 크게 반영식과 본영식으로 나눌 수 있다. 달이 지구의 반그림자와 본그림자에 각각 가려지는 것을 말한다. 태양빛이 지구에 가려져 생기는 그림자 중 빛의 일부가 들어가 있는 부분이 반영(半影), 빛이 완전하게 차단된 부분을 본영(本影)이라 한다.

31일은 해가 서쪽 하늘로 질 때(오후 5시 54분) 달은 동쪽 하늘에서 조금 먼저 떠오른다(5시 38분). 그리고 월식의 서막은 약 2시간 뒤인 저녁 7시 50분에 반영식부터 시작한다. 달이 지구의 얇은 그림자에 먼저 들어서는 것이다. 사진 촬영을 통해 구분해보면 뚜렷하지만 육안으로 변화를 감지하는 건 다소 어려운 일이다. 달 색깔만 약간 어둡게 변하는 수준이라 여기서부터 큰 기대를 걸면 실망하기에 십상이다.

본영식의 시작은 서울의 경우 저녁 8시 48분이다.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들어가는 단계로 눈에 띄는 식 변화가 시작된다는 의미로 부분식(또는 부분월식)이라고도 주로 불린다. 지구 그림자 안으로 지구에 발 딛고 있는 우리와 달이 함께 들어서는 것이다. 이때부터 달은 좌측 하단을 시작으로 어둑어둑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인 밤 9시51분부터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개기식에 들어선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진 시점을 뜻한다. 개기식의 최대는 밤 10시 30분이다. 이때를 전후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 달이 다시 붉은 모습으로 드러낸다. 앞서 설명한대로 태양빛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며 굴절된 붉은 빛이 달에 닿았기 때문이다. 개기식이 되면 달빛으로 인해 보이지 않던 달 주변의 별들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온다. 밤하늘의 가장 밝은 천체인 달이 사라지면 그 어둠을 틈타 일부 밝은 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개기식이 지나면 다시 차례로 2월 1일 0시 11분에 본영식(부분월식이) 끝나고, 1시 10분에 반영식을 끝으로 개기월식의 모든 과정이 종료된다. 다시 익숙한 보름달 모습으로 되찾는 것이다. 이쯤 되면 달은 남쪽에 다다르고, 고도는 약 68도에 이른다. 동쪽에서 달이 떠올라 우측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떠오르며 식이 진행되었음을 뜻한다.

관측 요령

월식은 별도의 장비 없이 육안으로도 충분한 관측이 가능하다. 쌍안경이나 망원경이 있다면 더욱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지만 무리하게 욕심부릴 필요는 없다. 월식은 그 자체가 경이로운 현상으로서 과정 자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경험이다. 여기에 더해 관측일지나 스케치를 남기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나중에 월식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록이 될 것이다. (다만 사진 관측은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만큼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선 충분한 사전 학습이 전제되어야 함을 당부한다.)

가장 큰 변수는 날씨이다. 월식을 비롯하여 매년 밤하늘에는 다양한 천체현상이 일어나지만 번번이 궂은 날씨에 좌절했던 경험이 많았다. 불과 몇 달 전의 사자자리 유성우(2017년 11월)가 그랬고, 개기월식만 해도 직전인 3년 전은 전국이 흐린 날씨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일기예보는 다행히 희망적이다. 기상청은 '구름 조금'을 예상하지만 달을 지속해서 가리며 훼방 놓을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유난한 한파가 이어지는 요즘이라 방한 대책은 단단히 세워둘 필요가 있다.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체력과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감동 또한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볼지도 고민해볼 문제이다. 달은 밤하늘의 어느 천체보다도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이지만, 다수가 도심에서 바라보게 될 우리에겐 의외로 장애물이 많다. 월식이 절정으로 향할 때 가려진 건물을 피해 장소를 옮겨가는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탁 트인 곳을 사전에 선점해두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주변의 공원이나 높은 건물, 아니면 아파트 베란다를 찾아도 좋다. 단, 달의 이동 경로를 고려하여 남동쪽 하늘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함은 염두에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드리는 관측 팁은 달 옆의 다이아몬드이다. 월식만으로도 즐겁겠지만, 달 오른편에 자리 잡는 겨울철 주요 별들이 이루는 다이아몬드 형상도 인상적이다. 북반구 밤하늘의 가장 밝은 항성인 시리우스부터 시작해 리겔, 알데바란, 카펠라 등이 육각의 다이아몬드를 이루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기왕 오랜만에 바라보는 밤하늘이라면 성도(별자리 지도) 한 장 프린트해 별들을 익혀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태그:#개기월식, #천문현상, #천체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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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천체관측동아리 홍익대 개밥바라기 출신입니다. 여기서 시작됐던 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평생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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