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다만 강 장관은 "TF 결과 보고서에 정부에 대한 정책적 건의는 담기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공동대표는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발표가 없으면 할머니들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별로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도 전했다.
또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한일간 협력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지닌 상태다. 이에 대해 정대협은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TF조사 결과와 정부 입장을 분리시켜 과거사 문제를 잠시 유보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라며 보고서에 우려를 전했다.
소녀상 철거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간 이면합의 논란에 대해서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작가는 "일본은 자꾸 상징물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정부가 도대체 어떤 합의를 했는지 공개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정부가 소녀상을 지키지 못한다면 자기 딸을 팔아먹는 것과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한 것은 다 무효로 만들고 싶을 정도다"라며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라고도 전했다.
한편 이날 수요시위는 2017년에 숨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에 대한 추모제로 진행됐다. 정대협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씨가 사회를 맡았다.
살을 에는 한파에도 많은 시민들이 이날 수요집회를 찾았다. 정대협 관계자는 "평소 300명 정도 참석하는데 오늘은 500명 정도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목도리, 장갑 등으로 무장한 채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손에는 '인정하는 민족이 아름답다', '반성하라, 사죄하라', '과거를 부정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피켓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꽃을 들었다.
올해 수요시위에 20번 참여했다는 최아무개(74)씨는 "외교부의 3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 안에 '합의 파기', '정식 사과' 등의 내용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용인평화소녀상건립추진위원으로 활동하는 서윤정씨는 "아베 일본 총리가 평창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한일합의 폐기를 유보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면서 "올림픽의 정신은 인권 아닌가. 오히려 일본에게 사죄하라고 강하게 요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씨는 "어른들이 지난 역사를 청산하지 못해서 학생들이 거리에서 몇 년째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라면서 "한 분이라도 더 돌아가시기 전에 사죄를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으면 촛불 들 각오가 돼있다"라고도 전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한일합의 폐기하라"라고 외치며 일본 대사관 앞을 출발해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했다. 광화문 광장에는 정대협이 설치한 빈 의자 300개와 소녀상이 시위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위대들은 의자에 앉아 참회와 약속의 묵념을 한 뒤, 꽃을 의자에 헌화하며 행사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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