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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출통제법 개정의 주역 문창수 예비역 대령
 무기수출통제법 개정의 주역 문창수 예비역 대령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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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이 바가지 씌우는지도 몰랐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미국이 무기를 수출하기 전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으로 무기가격의 3.1%를 부담시키고 연구개발비 약 5%를 부담시켰는데 그동안에는 이 비용들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다 준 것인가? 
"그렇다. 그동안 미국이 바가지 씌우는지도 몰랐다. 당시 <연합뉴스>가 '국방부 바가지 쓰고 무기 구매, 바가지 쓴 돈 일부는 환수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딱 맞는 소리다. 3.1%와 5%, 1.7%가 큰 비용이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난 금액이다. 만일 1조 원짜리 무기면 군수지원비용(3.1%) 310억 원과 비순환비용(약 5%)인 500억 원에다 계약행정비(1.7%) 170억 원 등 980억 원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었는데도 방어할 무기가 없다'고 탄식한 것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여기에 수송비용과 포장비용, 행정비도 추가적으로 붙는다. 그럼 'FMS 말고 DCS로 구매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간업체도 FMS와 같은 비용부과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F-35와 같은 첨단무기는 FMS 판매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서 미국을 원망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도 프랑스의 무기판매 정책을 모방했다. 우리도 미국의 무기판매제도를 모방하면 대통령이 고민하는 상당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무기판매와 구매사업은 미국처럼 정부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모든 부서가 핵심기술을 개발해 무기나 민수용 제품에도 적용하면 된다(Spin-Off & On). 양산된 무기나 제품은 한국군에 조달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도 수출하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처럼 미군 조달원가에 각종 부수비용을 붙이고 수출 전에 수출 기술과 무기 판매의 적합성 여부를 심의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미국도 불협화음과 비리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무기 장사꾼이 되었고, 무기산업이 민수용에도 적용되는 생산체제를 갖추었다. 여기에다 실업률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산업에 기폭제 역할을 한다. 이를 우리 정부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무기 가격 외에 한국이 차별받는 조항은 무엇인가?
"국가별 등급에 따라 살 수 있는 무기가 있고, 살 수 없는 무기도 있다. 한국의 경우 1400만 달러 이상인 무기와 기술은 의회에서 30~50일 심의를 받는 반면 NATO+3국은 2500만 달러 이상인 무기와 기술은 의회에서 15일만 심의를 받는다. 거의 모든 첨단무기와 기술이 1400만 달러 이상이다. 즉 모든 첨단장비와 기술 도입시 비싸게 사야 하고 팔지도 않으며, 도입해서 전력화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도입한 무기와 기술을 제3국에 수출하려고 해도 까다로운 의회승인 절차가 있다. 더 한심한 것은 그동안 우리는 바가지 여부를 검증할 필터도 없이 바가지를 써왔다는 사실이다."

"NRC는 6개 사업, 군수지원비는 11개 사업에서 문제 있었다"
        
- 사업추진 지침을 하달해서 점검해보니 어땠나?
"NRC는 6개 사업, 군수지원비용은 11개 사업에서 문제가 있었다. 화생방물자, 훈련표적기부속, 함정위성항법장비 등이 있었는데, 백두·금강사업이 가장 많았다. 이런 무기들을 구입할 때에는 바가지 쓰지 않도록 하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바가지 안 쓰고 제대로 받은 것도 있고, 바가지 쓴 것도 있었던 것 같다."

- 그 차이는 어떻게 생긴 것인가?
"실무자가 똑똑하면 면제받고, 모르면 바가지 쓰는 것이다. 바가지 쓰는 것도 모르게 비싸게 사는 것이다."

- NRC와 군수지원비용 외에 다른 문제점들도 찾았나? 
"추가로 조사해 보니 불평등한 것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첨단무기를 사와야 하는데 미국이 안파는 것이다. 2500만 달러 이상 첨단무기의 경우 나토+3국에는 15일의 심의기간을 거쳐 바로 판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구입하려고 하는 경우 심의기간도 길고, 그에 따라 전력화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중요군사장비 구매는 물론 구입한 무기와 기술을 제3국에 이전하는 조건에서도 우리나라와 나토+3국에 차별을 두고 있다."

- 한국은 심의 기간이 얼마나 되나? 
"우리는 C급 국가여서 미 의회에서 심의하는 데 30일-50일 걸린다. 게다가 나토+3국은 25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를 15일 만에 심의하는데 우리는 1400만 달러 이상이다. 우리한테는 매우 까다로운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못 사왔다. 그리고 계약행정비(CAS, Contract Adminstration Service)라는 것도 있다. 나토+3국에는 무기가격의 0.2-1.05%를 계약행정비로 부과하는데 우리한테는 1.7%를 부과한다."

- 계약행정비는 무슨 명목인가?
"미국이 무기를 팔려면 각 나라에 무기 판매 요원들이 있어야 하고, 사무실도 있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품질보증과 검사비용도 여기에 포함된다."

- 그런 비용은 물건(무기)을 팔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아닌가?
"미국은 무기를 미군 무기 조달원가로 주는 대신 부가비용은 니들이 내라는 주의다. 이익도 없고 손해도 안 보고(No profit, no loss) 무기를 판매하는 것이 FMS의 기본정책이다."

- 품질보증도 물건(무기)을 파는 쪽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미국은 무기를 미군 조달원가로 파는 대신에 계약행정비를 포함한 부가비용을 상당히 청구한다. 미국은 포장비, 행정비, 수송비, 군수지원비용, 계약행정비용, 연구개발비용으로 세분화해서 구매국에 상당한 부수비용을 청구한다."

- 그런데 미국은 왜 무기를 원가로 주나?
"미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까지 미국 무기를 사가면 생산 단가가 낮아진다. 당연히 미군은 더 싸게 무기를 구입할 수 있고, 무기를 많이 생산하니까 군수산업이 팽창한다. 한마디로 '다다익선'이다. 프랑스의 라팔이 파격적인 기술이전 조건을 내걸고 한국이 손익분기점만 넘겨서 무기를 사가라고 제안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이 글로벌 호크를 팔지 않은 이유
무기수출통제법 개정 관련 내용은 NSC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2005년 2월).
 무기수출통제법 개정 관련 내용은 NSC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2005년 2월).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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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자료를 조사해보니 미국무기수출통제법에는 다른 '어떤 문제'가 있었나?
"최혜국과 그렇지 않는 나라 사이에 교육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C급 국가로 분류되어 교육비 500만 달러의 30%인 150만 달러를 지불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처럼 우리나라는 나토+3국이 받는 고급정보가 포함된 FMS 교육을 받지 못해왔다. 자칭 FMS 전문가라는 어떤 사람은 '한국이 나토+3국에 포함되면서 얻은 이익과 교육비를 150만 달러 더 내는 것으로 이미 그 효과는 없어졌다'고 촌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 그동안 한국은 중요군사무기를 살 수 없었나?
"거의 못사게 태클이 들어온다. 노무현 정부도 못 샀던 글로벌 호크가 대표적이다."

- 미국이 글로벌 호크를 한국에 안 팔았던 이유가 뭔가?
"당시 주한미국군사고문단에 강력히 항의했다. 그랬더니 러브 조이 소령이 이렇게 얘기하더라. '글로벌 호크가 휴전선에서 비행하다가 사고로 추락해 북한에 들어가면 첨단기술이 새지 않겠냐? 그런 이유로 판매를 거절했다'."

- 첨단기술이 샌다는 이유라면 다른 무기도 다 마찬가지 아닌가?
"글로벌 호크를 안 팔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지난 2004년 6월 한미안보협력회의 때 로스 국장에게 물어봤다. '왜 미국은 나토+3국만 우대하나? 동유럽 국가들도 최혜국 대우를 해주면서 우리는 안 해주는 것이 말이 되냐?' 그랬더니 로스 국장이 '실질적으로는 무기수출통제법 때문이다'고 답변했다. 나토+3국 최혜국 대우는 무기수출통제법에 근거가 있다. 폴란드는 무기 구매순위에서 우리보다 한참 뒤지는데도 최혜국 혜택을 받는다. 이렇게 차별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데 그것은 '법적인 문제이니 개정하라'는 것이 미국 쪽의 의견이었다."

- 왜 미국은 한국을 혈맹이라고 하면서 나토+3국 지위에도 못 미치는 무기구매국으로 취급한 것인가?
"미국의 법을 우리가 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법 개정을 요구하지 않아서 그렇다. 울어야 젖이라도 주는데 울지도 않으니 미국이 젖을 줄 리 있겠나? '한국이 나토+3국 국가군에 포함돼 상당한 액수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이는 미국에는 거의 동일한 액수만큼 정부 수입이 줄어드는 민감한 문제이니 정치적으로 상·하원과 미 정치권을 잘 설득해보라.' 이것이 내가 미국으로부터 받아본 암호문서의 핵심내용이었다."

- 이런 정책을 추진했을 때 국방부에서는 어떻게 반응했나?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한테 '전부 열심히 일했고, 몰라서 바가지 쓴 것인데 그 사람들 죄인 다루듯 하면 안 된다'고 오히려 불평등한 미국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 조달본부 FMS과에서 무고죄로 합조단(합동조사단)에 투서해 조사받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

- 어떤 내용으로 투서한 것인가?
"조달본부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국방부에서 바가지 쓰고 무기를 구입했다고 하니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었다. 합조단에 가서 '이것은 바가지를 쓴 것이고, 저것은 바가지를 안 쓴 거다'고 무기별, 사업별로 설명했더니 수사관도 인정했다."

- 당시 수사단장은 뭐라고 했나?
"'야전군을 만든 것 이상'이라고 극찬했다. 고생했다고 점심까지 사주더라. 당시 이해영 수사단장한테 격려를 많이 받았다. 수사관들한테도 칭찬을 많이 받았다."

- 결국 투서사건은 혐의 없는 것으로 결론 났나? 
"당연하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제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2004년 6월 한미안보협력회의에서 법 개정 공식 요구

- 2004년 6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미안보협력회의에 직접 참석해서 무기수출통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미국 측은 어떻게 반응했나?
"로스 국장이 이렇게 얘기했다. '정치적인 문제다, 로비스트를 고용해라, 대통령이 정치적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야 개정될 수 있는 사안이다.'"

- 이후 NRC나 군수지원비를 환수받았나?
"안타깝게도 못 받은 것 같다. 나도 하도 궁금해서 방사청(방위사업청)에 문의했는데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승인서인 LOA로 확인해야 하는데 요청서인 LOR로 확인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부 사업은 못 받은 것 같다."

- 방사청에서는 올해 7월 6개 사업 중 4개 사업에서 요청금액 하향을 통해 비순환비용을 면제받았다고 했는데.
"LOA로 받아야 하는데 LOR로 면제받았다는 답변인데 실제 돈은 우리에게 안 온 것이다. 문서도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

- 왜 이런 상황이 왜 생겼을까?
"기강해이가 아닐까? 사업 관련 문서는 영구보존인데 10년이 지나서 파기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나에게 보내 온 답변서에는 환수받은 것처럼 두루뭉실하게 위장했다. LOA로 안 받고 LOR로만 요청했다는 답변은 이해가 안 된다."

- 당시 백두·금강사업과 관련해 285만 달러를 환수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제가 국방부에 있을 때만 해도 미국이 환수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2007년 10월 1일부터 부과하지 않겠다고만 하고, 그 이전까지 문제되는 사업에는 환불을 못해주겠다고 했다."

- 결국 환수를 못받은 것인가?
"방사청쪽의 답변으로는 환수가 안됐다."

- 언론에서는 엄청나게 환수될 것처럼 보도했는데.
"실무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했어야 하는데 흐지부지 넘어간 것 같다."

- 그렇다면 무기수출통제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절약한 비용이 없는 것인가?
"그런 셈이다. NRC 약 5%, 군수지원비용, 3.1%는 바가지 쓰지 않고 절약할 수 있어서 두 가지 지침을 내린 것이다."

- 지침을 내린 시기와 무기수출통제법이 개정된 시기에 차이가 있다. 그 사이에라도 비용을 절약한 것인가?
"계속 절약됐을 것이다. 지침을 내린 때는 2004년이고 무기수출통제법이 개정된 때는 2008년이니까 4년 동안은 비용이 절감됐을 것이다. 그동안 NRC와 군수지원비용은 바가지를 안 쓴 것 같다."

- 지침을 내린 이후 환수받은 비용은 없지만 바가지는 안 썼다?
"그렇다."

[관련기사]
[인터뷰①] "MB정부, 미국무기수출통제법 개정 포상 거부했다"
[인터뷰③] "노무현 정부의 노력으로 무기수출통제법 개정됐다"


태그:#문창수, #무기수출통제법,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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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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