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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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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을 어떻게 생각하나?"(오세정 국민의당 의원)
"여러 의견이 있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출신답게 통신비 인하를 비롯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선 크게 흠잡을 데 없었지만, 미래부의 다른 한 축인 과학기술 쪽에선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

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를 넘어 유영민 후보자를 괴롭힌 문제는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같은 '5대 비리'도, 통신비 인하도 아닌 '창조과학' 문제였다.

창조과학 신봉자 오인 받다 '진화론' 답변 회피로 진땀

유 후보자는 지난 6월 14일 장관 지명 직후 <상상 현실이 되다> 공저자인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 때문에 '창조과학 신봉자'로 오해받았다. 당시 유 후보가 자신은 창조과학과 무관하다고 해명했고, 차원용 소장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은 창조과학론자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이날 청문회까지 이어졌다.(관련기사: 미래부 장관 후보가 창조과학 신봉자? "황당한 소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 때 유 후보자와 차원용 소장이 <바이블 매트릭스> 완간 기념으로 찍은 사진까지 공개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집요하게 물었다. <바이블 매트릭스>는 미래학자인 차 소장이 성경 내용을 과학 이론으로 설명한 책으로, 창조과학 저서로 의심받기도 했다. '창조과학'은 성서의 창조론을 바탕으로 진화론을 부정하는 일부 기독교계 움직임이다. 

최 의원은 "창조과학론은 기독교 내에서도 극단적 보수 기독교관"이라면서 "반과학적이고 과학 발전을 적대시하는 그런 사람과 책을 같이 쓰는 건 과학 분야 장관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후보는 "본인(차원용 소장)도 (창조과학론자라는 걸) 부인했고, 나도 창조과학 내용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창조과학은 비과학, 반과학적이라고 생각하고 창조과학 모임이나 단체에 가입하거나 참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화론'에 대한 유 후보의 어정쩡한 답변이 또다시 화근이 됐다. 물리학자 출신인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이날 오후 "앞서 창조과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진화론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유 후보는 "여러 의견이 있어 장관으로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오 의원이 "미래부 장관은 과학기술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진화론을 인정 안 한다면 생물학자의 생태계 연구를 인정 못할 수도 있다"고 거듭 질문했지만, 유 후보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어 미래부 장관으로 답변하는 게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며 거듭 답변을 유보했다.

이에 오 의원은 "진화론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데 가르치지 말라는 건가"라면서 "과학부 장관으로서 의외다"라고 지적했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청문회 나온 유영민 후보자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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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 동의하지 않고 진화론 부정 안 해"

급기야 여당 의원까지 유 후보의 유보적 답변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세정 의원 질문에 대한 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 내용은 신상이나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니 신중히 생각해서 다시 답하라"고 주문했다.

유영민 후보자는 자신이 개신교 신자임을 밝힌 뒤에야 "(서면 질문 내용처럼) 진화론과 창조론 가운데 어떤 걸 믿느냐는 질문으로 오인했다"면서 "종교 쪽과 과학 쪽에서 예민해 말하지 않은 건데 진화론만 갖고 얘기한다면 진화론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교과서에 실리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동성애 문제도 아니고 진화론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인데 답변 못한다고 해서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과학부 장관으로서) 너무 소심하게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최명길 의원도 "과학부 장관으로서 과학 철학과 과학관을 물은 건데, 오세정 의원 질문에 답변하는 걸 듣고 놀랐다"면서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다시 답변했지만 (차 소장과의 관계 때문에) 아직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 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유영민, #미래부장관, #창조과학, #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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