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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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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올 때 어느 정도 기간 동안의 생활비를 마련해왔고, 미니잡으로 월세벌이는 충당하는 셈이니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지출구조가 형성되었다. 허나 저축한 돈이 고갈되는 즈음에는 미니잡만으로 생활은 어려우니, 그 다음 노동시장으로 뛰어들 준비를 해야 했다.

삶의 근간인 '노동'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과연 얼마를 벌어야 '적당한 벌이'일까 의문이 들었다. 어느 정도의 급여를 받아야 직업을 통해 개인의 의식주와 더불어 인간다운 생존이 유지되는 것일까.

한 달 기본적인 의식주(주거비, 통신비, 식품비, 교통비 등등)를 챙기고, 더불어 학자금 상환과 기타 보조금 경조사를 위한 조금의 저축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정도가 한 달 급여라면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삶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어느 정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박봉의 지난 이십대 시절은 하루살이와 같은 나날이었다. 물론 스스로 선택한 박봉 시민 단체 직업군이었고, 해당 활동가들은 '신념을 위한 직업' 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갖기도 하였다.

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구질함으로부터 몰려오는 처참함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삶에 대한 원망 때문에 종종 힘들었지만, 후회스런 시절은 아녔다.

젊었으니 그래도 버틸만했고, 이모저모 주변의 손길로부터의 도움이 컸다. 물론 이렇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직 미혼으로서 육아나 살림에 대한 압박이 없는 것도 큰 전제다.

독일은 현재 한 시간 시급 8.50유로(환화 약 10840원-2017년 8.84유로로 상향조정)으로 한 끼 먹는 일이 가능하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시급이기도 하지만, 그에 비해 한 끼 식사가 현저히 단조롭기도 하다.

빵 하나 커피 한 잔 혹은 요플레, 샐러드 정도는 한식에 비해 간단하며 재료비도 물론 저렴하다. 물론 레스토랑이나 값비싼 식당에서는 무리다. 한국은 현재 최저시급이 6470원이다. 정확히 지키는 곳 비율은 또 알아봐야겠지만, 여기서와 같게 길거리 음식이나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한 한 끼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임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노동시간으로 인한 개인 시간의 보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시간이란 결국 '직업시간 외의 삶'을 말한다. 노동하는 인간은 결국 노동하지 않는 인간의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으로 인해 개인 시간(노동 외 개인의 삶)이 사라진다면 결국 우리 존재는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흔히 대부분 은퇴 후 삶의 의미를 잃거나, 사업이 급작스레 파산에 다다랐을 경우 재기가 어려운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나 또한 20대 시절엔, 직업 자체에 내 모든 에너지를 던지고 그 결과에 따라 내 존재까지도 크게 좌지우지 되었다. 때로는 동일시되지 않는 일과 나를 보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자책하기도 했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때는 원망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둘러보면 '평생 직장'이란 없다. 오랜 시간 투자한 전공분야와는 다른 길로 개척해 나가기도 하고, 그저 취미로 시작했던 일로 먹고 사는 일까지 가능해진 사람도 여럿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직업'을 개인이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각 개인이 쌓아온 경험과 능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그 시기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고, 그 경험을 통해 그 다음 길을 열어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직업 자체를 자신과 동일시하기 보다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수월할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적정 노동시간) 외에 자신과 가족들, 사랑하는 이들을 돌볼 시간이 절대 필요하다. 그래야 사람이 자신과 더불어 갈 타인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여유'도 갖게 되는 것이다.

독일 사회의 사회적 시스템은 대부분 그렇게 보장되는 '여가적 시간'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저녁시간이 보장되니 가족들과 식사 및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 그로부터 더 나아가 이웃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더불어 하게 된다.

지역문제나 정치참여 개인의 삶과 얽힌 작고 큰 일련의 문제에 자신이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 참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노동시간 외 개인시간(삶)이 보장되는 것으로부터 전제된다.

내가 독일에서 무엇을 하고 싶든 먹고, 자고, 소비하는 일상은 파도와 같아서 그것이 먼저 해결되어야 그 다음 걸음- 파도를 밟고 뜨는 일상이 가능해진다. 만약 의식주 일상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곳이 선진국 독일이든 한국이든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사치스럽게 사는 것을 원친 않으나, 길가다 가끔 예쁜 걸 보면 사고 싶고, 떠오르는 누군가에게 흔쾌히 선물을 전하고 싶다. 한 달 꼬박 문화생활에 일 년 한두 번 정도는 일상을 전복시키는 여행 길에 오르길 원한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이 소박한 욕심이 사치일까? 

덧붙이는 글 |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노동하는 나의 존재를 응원해! 나의 수고를 칭찬해!



태그:#독일, #워킹홀리데이, #청년, #시민사회,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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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국문학+시민정치문화를 전공했고, 현재는 독일 중서부 뒤셀도르프에서 유아 청소년 교육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아동기관에서 재직중입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일에 관심이 많고, 더 나은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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