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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한국교회대선정책연대'(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의 1차 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그리고 결의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결의문의 '1항'에 대한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1차 포럼 결의문'의 '1항'인 만큼, 현재 보수 기독교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가 그 항목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국교회는 건강한 국가 장래를 혼란케 하고, 헌법상 국민의 자유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에 대해 교파를 초월한 전국적인 반대 운동을 펼쳐 왔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동성애를 옹호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지지하거나 대변하는 대선 후보자가 있다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

'동성애 반대'

건강한 국가 장래를 혼란케 하는 가장 큰 주범이 동성애? 그러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국은?
 건강한 국가 장래를 혼란케 하는 가장 큰 주범이 동성애? 그러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국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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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건강한 국가 장래를 혼란케' 하는 가장 큰, 제 1의 주범이 '동성애'인가?'

건강한 국가장래를 혼란케 하는 가장 큰 원인이 정말 '동성애'라고 생각하십니까?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짓고 그들을 차별하면 '국가 장래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2015년 동성결혼을 합법화시킨 미국은 조만간 국가적인 혼란을 맞닥뜨리겠군요. 동성애 때문에.

동성애 때문에 망한 나라가 있습니까? 그리스 경제위기,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일본의 20년 장기불황 등이 '동성애' 때문에 왔습니까? 조선이 동성애 때문에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나요? '잘 나가던' 제국주의 일본이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것이 동성애 때문이었나요? '고난의 행군'과 3대 세습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은 동성애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는 왜 그렇게 가난할까요? '동성애 때문에 국가의 장래가 혼란스러워진다'는 생각에 쉽사리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국민의 자유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고 적시되어 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면 국민의 자유권이 보장되는 것인가요? 그럼 동성애자들의 자유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그들은 국민 아닌가요?

동성애'만' 싫어하시는 하나님(?)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위의 결의문에 나온대로 동성애에 대해 '교파를 초월한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것도, '동성애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에 동의합니다. 동성애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또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동성애'만' 싫어하십니까? 권력의 불의함과 부정부패, 정경유착에 대한 '교파를 초월한 전국적인' 반대운동은 왜 없습니까? 종교권력세습에 대한 그것은 왜 없습니까? 하나님이 '부정부패'와 '교회세습'은 기뻐하실까요?

하나님이 십계명의 제 1계명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해주신 것이 있습니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출애굽기20:3, 개역개정)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것은 '우상숭배'입니다. 교회라면, '우상숭배'를 가장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우상은 무엇입니까? 우리 한국사회의 우상은 무엇입니까? '돈' 아닙니까?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 6:24, 개역개정)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성자 예수님께서는 재물에 대한 욕망을 경계하셨습니다. 골로새서에서는 "탐심은 우상 숭배"라고(골로새서 3:5) 명시적으로 못 박아 두고 있습니다.

교회의 경계 1순위

교회가 경계해야 할 것은 '물질만능주의'입니다. 물질에 대한 탐욕입니다.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것이고, 동시에 국가 장래 혼란의 핵심 원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부를 쉽게 늘리고자 하는 월가의 탐욕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일본의 20년 장기불황 또한 탐욕에 눈이 먼 정치인과 건설사의 커넥션, 즉 '토건족'의 전횡이 그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벌들의 탐욕에 중소기업도 골목상권도 처참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수백만 비정규직 근로자가 양산되었습니다.

기득권자들의 탐욕 때문에 계층이동의 역동성은 사라져버리고, '금수저·흙수저'로 표현되는, 계층이동의 가능성이 봉쇄되는 폐쇄적인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고, 인구감소의 공포가 한국을 옥죄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망합니다. '재물에 대한 탐욕'이 낳은 결과입니다. 건강한 국가 장래를 망치는 것은 바로 '탐욕'입니다.

한국 교회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해 보여 너무나 아쉽습니다.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2013년에 "우리는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냈다"며 '돈에 대한 숭배'를 언급하고 경계했습니다. 현재의 자본주의를 '새로운 독재'라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 우리도 이 정도의 문제의식과 용기는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교회에 이에 대한 각성과 결단을 촉구합니다. 나라를 살리고, 교회를 살리는 길입니다.


태그:#동성애, #물질만능주의, #기독교, #탐욕, #동성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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