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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케냐 엘루이드 킵초게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2016년 8월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케냐 엘루이드 킵초게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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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잘 달리도록 진화해왔습니다. 두개골과 목을 연결하는 목덜미인대가 그 증거입니다. 목덜미인대는 네 발로 달리는 동물에게서 발달한 인대입니다. 달리는 도중 머리를 들어 정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원숭이는 가지고 있지 않으며, 300만 년 전 초기 인류에게도 이 인대는 없었습니다.

오래 달리는 것으로 치자면 인간은 포유류 가운데 아주 뛰어난 수준입니다. 두 발로는 네 발로 달리는 동물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저만치 도망가는 초식동물을 잡기 위해서는 지칠 때까지 따라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오래 달리기, 인간을 따를 동물은 없다

실제로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들은 지금도 영양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땡볕을 달립니다. 땀샘으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인간과 달리 영양은 털로 몸이 뒤덮여 있지요. 결국 과열돼 쓰러져 죽고 만답니다.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더위를 견디며 오래 달릴 수 있는 동물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창이나 활을 사용하는 것보다 성공률이 높은 사냥방법입니다. 달리기는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은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본능입니다.

사냥을 위해 달리던 인간이 한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은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3일 사이언스지에는 '2020년까지 2시간 장벽을 깨트릴 수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현재 마라톤 세계기록은 2014년 베를린마라톤 대회에서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가 세운 2시간 2분 57초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3분 기록 단축을 위해선 경기력이 2.5% 향상되어야 합니다. 케이프타운 대학의 스포츠과학자 로스 터커는 "최고 수준의 프로선수에게 이 정도의 경기력 수준을 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경기력을 올리는 방법으로 우선, 마라톤 선수를 강하게 훈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핵심은 최대산소섭취량을 올리는 것입니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체중 1kg 당 1분 동안 필요한 산소량을 나타내는 값으로 이것이 높을수록 운동능력이 뛰어남을 뜻합니다. 누구든 운동으로 최대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치의 상한선만큼은 선천적으로 타고납니다. 부모에게 뛰어난 유전인자를 물려받지 않았다면 다른 선수와 기량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왠지 씁쓸하군요.

물론 헤모글로빈 수치를 증가시키는 약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마라톤 경기에 참여할 수는 없겠죠. 기록을 세우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약물 사용은 불법이니까요.

운동화에 스프링 달고... 마의 2시간 벽을 깨라

운명으로 결정된 것 말고, 뭔가 다른 방법으로 기록을 올리는 방법은 없을까요? 과학자들은 효율성에 주목합니다.

사실 달리기는 대단히 비효율적인 운동입니다. 달릴 때 다리에서 만들어지는 힘 중 절반도 안 되는 45%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사용됩니다. 왜냐하면, 힘의 절반은 발이 땅을 미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땅으로 파고 들어가는 힘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운동화에 스프링을 장착하는 것입니다. N사는 최근 신발전용 스프링을 계발해 특허신청을 했습니다. 1월 말,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두바이마라톤에서 한 선수가 스프링이 장착된 N사 운동화를 신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안타깝게도 경기를 완주하지 못해 실제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월 24일 A사는 스프링 대신 '부스트' 기술을 이용해 만든 '아디제로 서브2'라는 운동화를 선보였습니다. 케냐의 윌슨 킵슨 선수가 26일 도쿄마라톤 대회에서 이 운동화를 신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기록은 2시간 3분 58초였습니다. 2시간 장벽은 깨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중에선 가장 빠른 기록입니다.

한편, 운동화 대신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가능성을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 영국 브라이튼 대학교 연구원 야니스는 에티오피아나 케냐 등 최고의 기록을 낸 동아프리카 마라톤 선수들이 식단 조절이나 훈련 방법, 기술면에서 최적화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수분 공급' 등 그동안 무시되어 온 많은 요소들을 조정하면 선수들이 2시간 기록을 깰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적의 마라톤 코스를 상상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상적인 날씨에 뒤바람을 맞으며 내리막길을 달리는 것입니다. 해수면보다 고도가 낮은 길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산소농도가 높아 호흡이 한결 쉬워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상적인 조건의 마라톤코스는 아마 세상에 없겠죠?

사실, 2시간 안에 42.195km의 마라톤코스를 달린다는 건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1분에 350미터, 즉 100미터를 17초에 달리는 속도로 2시간을 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마어마하죠? 마라톤선수들은 전속력으로 달리듯, 두 시간 동안 (때론 오르막길도) 달려야만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스프링 신발이나 다른 특수 효과에 의존하지 않고도 2020년까지 2시간 장벽이 깨질 거라 낙관합니다. 가능할까요? 인간의 지구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3년 동안 기다려봐야겠습니다.


태그:#마라톤, #마라톤 2시간 장벽, #사이언스지,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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