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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심리학자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한다"라고 한다. 청소년, 대학생뿐만 아니라 요즘은 직장인 심지어 퇴직한 중장년들도 '나에게 맞는 일이 뭘까?' 고민한다. 이처럼 자기에게 딱 맞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찾았다 해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중한 번역 공부를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장박문(24)씨는 자신의 적성을 찾아 한국행을 택했다. 중국 우한의 삼협대학교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컴퓨터학도의 길을 포기했다.
컴퓨터에 투자한 4년이라는 시간과 몇 해 전부터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IT 분야지원정책을 생각한다면 손바닥 뒤집듯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게 자신의 적성을 찾아 한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들어보기 위해 10월 4일 인사동의 어느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인사동 쌈지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박문 유학생
 인사동 쌈지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박문 유학생
ⓒ 강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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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장박문이라고 합니다. 중국 우한에서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에 건너와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번역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한국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은 대학생 때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제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 후 학과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기 시작했어요. 직접 컴퓨터 공부를 하기 전에는 컴퓨터 다루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선택했지만 직접해 보니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코딩을 하는 게 많이 지루하고 저에게 안 맞았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의 성격은 다양한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하고 방황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 아주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 잠깐 오게 됐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때 한국에서 받은 좋은 인상들 때문에 나중에 다시 한국에 공부하러 와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 대학교 4년의 시간이 아깝지는 않나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 통번역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언어공부를 할 때 배경 지식이 중요해요. 해당 분야의 배경 지식을 가지고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 차이가 크거든요. 저는 컴퓨터 관련 대화나 지문을 접할 때 다른 학생들보다 쉽게 이해를 하고 외국어로 풀어내는 편이에요. 그래서 4년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해요. 하지만 그 결심을 처음 했을 때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 대학원 수업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가요?
"지금은 어느 정도 수업내용을 알아듣고 이해를 해요. 하지만 처음 수업을 들을 때는 말 그대로 '멘붕'이었어요. 교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수업내용도 빠르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수십 번 들었어요. 그런데 언어는 컴퓨터처럼 책상 앞에 혼자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최소 두 명 이상씩 짝지어서 공부 하거든요. 그래서 힘들어도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 있어서 재미있고 끝까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인사동에는 사람구경하러 자주 오는 편이에요"
 "인사동에는 사람구경하러 자주 오는 편이에요"
ⓒ 강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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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가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한국어 공부를 하셨어요?
"한국에 오기 전 혼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제가 살았던 동네가 시골이라 한국어 교재와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와 한국 뉴스를 봤어요. 특히 한국드라마는 두 번 세 번 봐도 재미있어요. 쉽게 질리지 않죠. 그리고 드라마 하나당 회수도 짧은 편이라서 하루 만에 드라마 하나를 다 볼 수도 있고요.(웃음)"

- 한국어 공부 방법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봐도 될까요?
"먼저,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 하나를 골라요. 사극이나 액션보다는 멜로나 시트콤이 좋아요. 사극은 지금 시대랑 말투가 다르고, 액션은 내용 대부분이 폭력이나 거친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초보자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재미있는 드라마를 골랐다면 중국어 자막을 띄워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 봐요. 한 번 더 봐도 좋고요. 내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으면 이번엔 한국어 자막을 띄워 놓고 봐요. 그 다음엔 드라마 대본을 구해서 잘 안 들렸던 부분을 체크하면서 그 부분들만 반복적으로 보고 듣고 따라 하는 거예요. 구간 반복을 설정해두고 귀와 입에 익숙해질 때까지 따라 하는 거죠.

이렇게 한 달 두 달 꾸준히 하다보니깐 저는 한국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매우 힘들고 지루한 작업인데 한국 유학에 대한 목적이 있으니깐 힘든 줄 모르겠더라고요."

인사동 쌈지길 계단에서
 인사동 쌈지길 계단에서
ⓒ 강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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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왔을 때 신기했던 것이 있나요?
"지금은 적응이 됐는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의 회식 문화가 신기했어요. 한국 사람들은 회식을 한 번 하고 2차, 3차 심지어 4차까지 가잖아요? 밥을 먹었는데 왜 또 나가서 밥을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한 곳에서 술을 마시고 또 다른 가게로 가서 술을 마시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중국에서는 보통 한 자리에서 요리와 술을 같이 배불리 먹고 끝내거든요. 그리고 노래방을 가거나 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회식을 하는데, 음식점 장사하면 잘되겠다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한국 청년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취업난 때문에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을 거예요. 저도 그렇거든요.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단지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과정 없이 취업한 주변 친구 중에 자신의 업무에 회의감을 느끼는 친구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꼭 시간 내서 자신에 대해서 질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m.post.naver.com/my.nhn?memberNo=4832522)>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태그:#중국인, #중국인유학생, #중국, #한국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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