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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일을 현실에서 마주할 때 우리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흔히 말한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종종 일어나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도가 지나쳤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70년대 유신독재 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7일 검찰은 4.13 총선 당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선정한 당선 반대 후보들을 알리는 <오마이뉴스> 칼럼에 대해, 그것이 공직선거법 58조 2 투표참여 권유 활동 조항 등을 위반했다며 편집부 김준수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한 후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면서 불현듯 1975년 8월에 있었던 사건 하나를 떠올렸다.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님의 타살 의혹을 제기했던 <동아일보> 보도 후 이 기사를 편집한 성낙오 기자를 유신독재 권력이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한 사건이었다.

성낙오 기자 구속 사건은 이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독재 권력이 어떻게 지배했으며, 또 탄압했는지 회상시키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그 잊힌 일이 그의 아버지 시대에 이어 다시 그 딸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지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칼럼, 다시 읽어봐도 '뭐가 문제지'

먹구름과 검찰 로고 지난 2016년 8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유리창에 새겨진 검찰 로고가 먹구름에 둘러싸여 있다.
▲ 먹구름과 검찰 로고 지난 2016년 8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유리창에 새겨진 검찰 로고가 먹구름에 둘러싸여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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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쓰기 전, 검찰이 문제 삼은 <오마이뉴스> 당시 칼럼부터 찾아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검찰이 이 칼럼을 왜 문제 삼는 것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칼럼은 언론사라면 선거를 앞두고 당연히 보도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담겨진 사실도 별반 새로운 것이 없었다. 남들이 모르는 내용도 아니었다. 각각의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자기 입장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지 말았으면 하는 후보 명단을' 여러 경로로 이미 밝혔고 이 칼럼은 다시 한 번 그 명단을 총정리한 것이 전부였다.

더구나 칼럼은 특정 정당의 후보만 언급하고 있지 않았다. 편향도 없었다. 시민단체가 선정한 당선 반대 후보의 명단을 여야 구분없이 명시하고 있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역시나 사법 처벌의 대상이 된 편집기자의 역할이다. 검찰은 칼럼을 쓴 기자도 아니고, 또한 <오마이뉴스>를 대표하는 사람도 아닌, 편집기자를 겨냥했다. 글을 쓴 하성태 시민기자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가 공모했다면서 말이다.

법을 상대하는 검찰이 '공모(共謀)'의 뜻을 모를 리 없다. '공모'란 법률용어로, 두 사람 이상이 어떤 불법적인 행위를 하기로 합의한다는 뜻이다. 하루 수백 건의 시민기자 기사를 편집하는 부서에서, 그날 들어온 해당 기사를 편집한 기자가 글을 쓴 시민기자와 무슨 공모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통상 보도에 대해 검찰은 기사를 쓴 기자나 언론사 대표를 문제 삼는다. 그런데 이번엔 쓴 사람도 아니고 법적 책임자도 아닌 편집부 기자를 향해 오랏줄을 던진 것이다. 1975년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을 보도하자 이 기사를 쓴 기자도 아니고 동아일보 대표도 아닌 편집부 기자를 구속하여 많은 이들을 어이없게 한 그 사례와 너무도 완벽한 데자뷰가 아닐수 없다.

결국 고개를 드는 의심은 하나다. '말할 자유를 간섭하겠다'는 비열한 메시지가 아닐까. 특히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시민기자들의 글쓰기를 도입한 최초의 인터넷 언론 매체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정치적 신념과 관점을 가진 이들이 자기 양심에 따라 소신껏 자기 생각을 글로 써 기고한다.

그런데 지금 검찰은 이 사건을 통해 '결과적으로' 그 자유를 위축하려 하는 것이다. 더구나 다가오는 내년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새로 뽑는 선거의 해다. 이를 앞두고 현 집권 세력에 비판적 논조를 가진 <오마이뉴스>를 향해 '스스로 자기 검열의 작동이 이뤄지도록' 사법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닐까.

실제로 검찰의 발표 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상당한 위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글 한줄 쓰는 것도 부담스럽게 여겨졌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러다 또' 같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의도는 바로 이것을 기대한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이유다. 매우 심각한 언론 자유의 위축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의 부당한 선거법 위반 불구속 기소, 취소되어야

유신시대에 남발되었던 긴급조치는 결국 훗날 민주주의 시대에 이르러 부끄러운 오점으로 남았다. 그리고 진실을 전하기 위해 언론인으로 본분을 다한 <동아일보> 성낙오 기자를 긴급조치로 구속했던 그때의 폭압적 횡포는 '대한민국 검찰의 참 부끄러운 일화'로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검찰이 <오마이뉴스> 편집부 김준수 기자를 상대로 공직선거법 관련 불구속 기소한 건은 훗날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까? 단언컨대, 또 하나의 부끄러운 오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준엄하게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항의한다. 과거 유신독재 하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낡은 잣대를 가지고 2016년 현재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검찰의 낡은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마이뉴스 공직선거법 적용 불구속 기소, 검찰은 철회하라."


#언론 탄압#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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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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