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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이 열려 만화도시라고도 불리는 경기도 부천시는 아기공룡둘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도시엔 별칭에 걸 맞는 전통재래시장이 있다. 원미구 역곡동에 있는 역곡상상시장이 그곳으로 몇 년 전 역곡북부시장에서 개명한 시장이다.  

역곡동의 옛 이름은 역마골로 이름에서 느껴지듯 조선시대 30리마다 역이 설치된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수도권 1호선 전철 역곡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찾아가기도 좋은 역곡상상시장에 들어서면 양손에 바나나와 사과를 든 백곰 캐릭터 '빼꼼이'가 여행자를 맞아준다. 지난 9월 25일, 마치 보고 싶었던 만화책을 펼친 듯 흥미롭게 시장통으로 들어갔다.

구내식당에서도 찾는 반찬가게, 매일 식단이 바뀌는 백반집 

바나나와 사과를 든 백곰이 맞아주는 부천시 역곡상상시장.
 바나나와 사과를 든 백곰이 맞아주는 부천시 역곡상상시장.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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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떡을 만들어 소포장으로 파는 떡집.
 개성있는 떡을 만들어 소포장으로 파는 떡집.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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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역곡상상시장은 생활밀집형 골목시장으로 1984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시장 주변이역세권에다 아파트 단지, 대학가가 있다 보니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났다. 점포수가 늘어나자 2011년 비와 햇볕을 가릴 지붕을 짓고 유모차도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바닥을 개선하는 등 시설현대화사업을 했다.

이후 2014년 5월 문화 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시장 이름을 역곡북부시장에서 역곡상상시장으로 바꾸고 시장안내 누리집, 손님들의 쉼터를 겸하고 있는 고객센터, 라디오 방송국을 구축하는 등 새롭게 변신했다. 이런 노력 덕택에 불과 500m 거리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있지만 동네 주민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

문화 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 시장 1500개 가운데 220여개가 이 같은 특화 시장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동대문 시장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시장은 '글로벌 명품 시장'으로, 유명 관광지 주변 시장은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동네 소규모 시장은 '골목형' 시장으로 나눠 특색 있는 전통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전통재래시장에 많이 있는 점포 가운데 하나가 떡집인데, 역곡 상상시장을 지나다 조금 특별한 떡집을 만났다. '성백영 민속떡'이란 떡집에선 자체 개발한 특색있는 떡을 1개씩 포장해 팔고 있었다. 1, 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과일이나 채소를 작게 담아 팔기도 하는데 떡도 소포장으로 팔다니 저절로 눈길이 갔다. 가짓수가 많은 떡들 가운데 취향에 맞게 조금씩 살 수 있으니 인기 떡집이 될 만했다.    

푸짐하고 넉넉하게 만든 '맛있는 반찬가게' 반찬들.
 푸짐하고 넉넉하게 만든 '맛있는 반찬가게' 반찬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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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날 메뉴가 달라지는 단골 삼고 싶은 백반집.
 그날 그날 메뉴가 달라지는 단골 삼고 싶은 백반집.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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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반찬가게'는 매주 오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전라도 함평이 고향이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맛깔난 반찬들이 3팩에 5000원이다. 잡채, 양념두부, 도라지 무침을 샀는데 반찬들마다 용기가 터질 정도로 양이 많다. 잡채를 시식하고 그 맛에 반해 내가 사는 동네 시장에 분점 내실 생각 없냐고 진담 반 농담을 건넸더니, 시장 인근 회사와 공장에서 구내식당의 반찬을 대달라고 요청이 온단다. (이후, 이 가게에 있는 반찬들을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어 매주 한 번씩 전철을 타고 찾아가고 있다.)  

역곡상상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본 맛집 가운데 '조 부장네 밥집'이 있다.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조 부장이 직접 배달도 하는 밥집이지만 인근 회사원들도 찾아오는 곳이다. 사람들이 이 밥집을 찾는 건 매일 바뀌는 백반 메뉴 때문이다. 제주도나 남부지방을 여행하다 만난 그날그날 반찬이 달랐던 소박하고 맛있었던 백반집이 생각나 무척 반가웠다.

밥집 주인인 조 부장은 서글서글한 인상과 말투에다 머리에 불끈 띠를 두르고서 밥을 나르고, 바쁘다며 전기 킥보드를 타고 시장통을 다니고 있는 모습이 만화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익살스러웠다. 가족식당인 조 부장 백반은 6000원이다. 이날 백반 메뉴는 오징어 찌개. 동태찌개와 함께 어릴 적 소시지를 잘 안 먹는 내게 어머니가 자주해주었던 음식이라 그랬는지 반갑고 아련한 맛이 났다.

라디오 방송국, 카페, 모임방, 도서관이 있는 시장 고객센터 

상인, 동네주민들이 DJ로 나오는 라디오 방송국.
 상인, 동네주민들이 DJ로 나오는 라디오 방송국.
ⓒ 역곡상상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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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서관, 모임방이 있는 알찬 고객지원센터.
 카페, 도서관, 모임방이 있는 알찬 고객지원센터.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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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곡상상시장에선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상인과 동네 주민들이 DJ가 되어 라디오방송을 한다.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음악과 사연을 들려주고 시장 소식과 행사 정보도 안내한다. 시장 안내방송을 하던 공간을 개방형 스튜디오로 개조해 'YG 방송국'으로 만들었다. 방송국은 고객센터 안에 있는데 이곳엔 이외에도 쉬어가기 좋은 야외 카페, 주민들이 모여 노래도 부르고 요가와 요리도 배울 수 있는 모임방, 홀씨 도서관, 장난감 대여소 등이 있다.

시장 누리집(http://ygmarket.co.kr)을 구축해 놓아 시장에서 열리는 행사나 점포 세일정보를 미리 알고 찾아가면 더욱 좋겠다. 누리집안에 쇼핑몰이 있어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경비실이 없는 다세대주택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센터 입구에 무인택배시스템도 설치했다. 내가 가본 전통재래시장내 고객센터 가운데 가장 알차고 손님과 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 아닐까 싶었다.

젊은 주부들이 많이 찾아오는 고객센터내 장난감 대여소.
 젊은 주부들이 많이 찾아오는 고객센터내 장난감 대여소.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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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 한가운데 햇살을 즐기며 카페 라떼를 손에 들고 노천 카페에서 쉬고 있자니 이채로운 기분이 들었다. 일반 카페처럼 다양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의 커피 값(1000~2000원)도 부담이 없어 시장에 오면 꼭 들리게 될 것 같았다. 2층에 있는 '홀씨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대여비 또한 하루 1000원~3000원으로 저렴해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찾아오는 젊은 가족에게 인기다.

야외 카페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상인회장 아저씨는 고객지원센터는 그 이름대로 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상인은 물론 시장을 찾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늘 열어두고 있단다. 향우회, 조기축구회 등 지역 주민들의 모임도 고객지원센터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이런 노력을 하는 까닭은 전통시장이 살기 위해서는 상인과 지역주민 사이에서 소통과, 공동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http://sunnyk21.blog.me 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부천시역곡상상시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문화관광형시장, #부천맛집, #조부장네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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