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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산책을 겸해서 아침 일찍 집에서 15분 거리인 여수 교동시장 구경에 나섰다. 오전 7시쯤인지라 차량도 별로 없다. 하지만 시장이 가까워질수록 손수레를 끌고 오가는 여인들이 늘어났다.

 

추석은 추석이다. '여수교동시장 풍물거리'라는 명패가 붙은 아케이드 아래에는 상인과 추석 제수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얽혀 시끌벅적하다.

 

"전어 만원이요. 전어 만원"

 

수산물가게 아저씨의 외침이다. 고기상자를 나르는 아저씨, 빈 박스를 수집하는 할머니, 마실 것을 파는 아주머니들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해산물 구경을 하는 데 동태가게가 내 발목을 잡았다.

"동태 1마리 5천원, 2마리 만원, 잔 것 3마리 만원입니다"

 

놀라서 상인에게 "왜 이렇게 비싸요?"하고 묻자 "명태가 잘 잡히지 않고 원래 도매상에서 비싸게 부르니 비쌀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지갑을 열까말까 망설이던 아주머니가 만원어치를 사간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떡집이다. 시루에서 금방 나온 송편위에는 솔잎이 가로세로로 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주인에게  가격을 묻자 미소 띤 주인아주머니가 대답을 했다.

 

"쳐다보지만 말고 하나씩 잡숴봐! 새 쌀이여! 맛있당깨. 1㎏에 8천원이여"

 

흥정하던 아주머니가 2㎏을 샀다. 견과류 파는 점포 앞이다. 용량이 얼마나 된지는 모르지만  밤 한 되에 5천원, 대추 한 되에 3천원이다.  건어물 가게에서는 한 뼘쯤 되는 조기 3마리에 만원, 양태는 5마리에 2만원을 불렀다.

 

10여m 앞에 서있는 지인 부부가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추석 장보러 왔다는 지인은 "추석이라 이해하지만 물가가 비싸서 10만원 갖고 몇 가지 밖에 살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왕 시장구경 왔으니 더 돌아보기로 했다. '오징어 한 마리 5000원'이라고 써놓고 해산물을 파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손바닥 크기의 게는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당 3만원. 3마리면 1㎏이니 한 마리당 만원인 셈이다.

 

놀라 입을 쩍 벌리며 "왜 이렇게 비싸요?" 했더니 주인아주머니는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저 가격이면 차라리 쇠고기를 먹겠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더니 옆에 섰던 아저씨가 저리가라는 시늉을 하며 손짓한다.

 

추석물가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채 노점을 돌아보는 데 네 명의 노점상 아주머니가 아침식사를 하고 있어 "사진 좀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흔쾌히 허락한다.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인터뷰도 거부하는 게 상례인지라 "맛있겠다!"며 "몇 가지 물어도 되겠느냐?" 고 되묻자 미소를 지으며 허락했다.

 


"아주머니 시장에는 몇시에 나오세요?"

"새벽 2시나 2시 반에요"

"아니! 왜 그렇게 일찍나와요?

"멀리 떨어진 농가에서 새벽 2시쯤에 여기오시는 할머니들한테 물건을 받아 물건 팔 준비하고 나면 새벽 4시나 5시 돼요. 그때부터 장사를 시작해요. 늦게나오면 할머니들한테  물건을 못 삽니다"

 

농사짓는 할머니들은 꼭두새벽에 교동시장까지 물건을 가지고 와 중간상인들한테 넘기고 일을 나가기 때문에 일찍 나와야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노점장사 경력이 40년째라는 아주머니는 "이렇게 벌어서 살림하고 아이들 대학 다 보냈어요"라며 자랑했다.

 

반찬이 10여 가지인 밥상에는 커다란 그릇에 밥이 가득 담겨 있었다. "와 머슴밥이네!"라고 말하자 "새벽에 나와 한참 일하고 나면 정말 배가 고파요"라고 말한 아주머니가 "뜨내기손님들한테는 밥집에서 5천원을 받아도 단골 노점상들한테는 3천원을 받는다"고 말해줬다.

 

"3천원짜리 밥이지만  매일 다른 반찬을 해줘 맛있게 잘 먹는다"고 말한 아주머니는 "부모들이 못 배웠기 때문에 자식들을 열심히 가르쳐 변호사 아들도 있고 경찰관 며느리도 있어요"라고 자랑했다.


김치를 사기 위해 단골 김치집을 들러 김치 값을 물어보니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원이에요. 너무 비싸 사가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꼭 김치를 드시려면 배추를 사서 담가드세요"라고 말했다. 시장상인들한테 경기를 물으니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비싸더라도 손님들이 많잖아요?"

 

시장보기가 무서워진 손님들이 가게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지만 상인들은 "한가위만 같아라!"라며 신이 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교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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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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