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야구에 해설가와 행정가로 굵은 발자국을 남긴 하일성 씨가 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67세다.

"야구 몰라요"라는 명언과 함께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야구팬에게 현장을 충실하게 전한 고인은 2006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으로 변신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힘썼다.

2009년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 잠시 현장을 떠났던 고인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거액의 채무로 괴로워했고,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의 큰 별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야구계도 큰 충격에 빠졌다.

고인과 함께 프로야구 중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린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충격적이다. 최근 야구계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허 위원은 "해설자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발전해왔던 사이다. 나이 많은 선배가 현장에 있다가 (내가) 최연장자가 되니까 허전하다"면서 "'야구 몰라요'라는 형 멘트처럼 인생도 어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야구계도 어찌 될지 모르니, 미래를 생각하며 우리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고인을 기렸다.

KBO 역시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의 사무총장 재직 시절부터 함께 한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은 하 총장님의 가장 큰 업적이다. 하 총장님의 열정이 없었다면, 올림픽 금메달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너무 충격이 크다"고 한숨 쉬더니 "내가 고교 3학년, 하일성 전 총장이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긴 인연으로 여러 일을 함께 많이 겪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늘 밝고 쾌활한 친구라 내가 많은 위로를 받았다. 유쾌한 해설을 좋아하는 팬도 많지 않았나. 최근에는 어려운 일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1월 개인적으로 통화를 한 번 한 후 연락이 없었다.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인연을 맺은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도 "얼마나 힘든 일이 있었던 걸까. 너무 안타깝다. 항상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깊이 애도한다"고 했다.

KBO는 고인을 기리는 의미에서 이날 5개 구장에서 열릴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전광판에 추모글을 띄우고 묵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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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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