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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가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괴로움 없이는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고 리영희 선생이 자신의 저서 <우상과 이성>에서 밝힌 내용이다. 글을 쓰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글만 쓰면서 일상을 살 수 있을까? 그것도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살면서 말이다. 게다가 혼자도 아니고 네 가족을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그런 삶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

일상사에 관한 글이나 소소한 주제도 아닌 정치에 관한 무거운 주제로 매일 공기를 마시듯이 글을 써서 세상에 알리는 주인공은 바로 '아이엠피터'란 파워블로거로 널리 알려진 임병도씨.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에 가기만 하면 명문대 졸업장을 따서 금의환향할 줄 알았는데 공부도, 사업도 완벽하지 못했던 나에게 돌아온 유일한 칭찬은 한인신문에 기고했던 칼럼이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블로거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등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부지런함은 글쓰기 삶의 중요한 밑천... 자료수집 한나절 걸리기도"    

 거주하고 있는 제주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체육대회에서 찍은 가족사진.
 거주하고 있는 제주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체육대회에서 찍은 가족사진.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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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글을 쓰며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주요 뉴스들을 확인하고 전날 작업했던 글을 다듬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된다.

오전 9시가 되어서야 갈고 닦은 첫 글을 발행하는 그는 그런 다음에야 아침을 먹을 정도로 바쁘다. 그가 쓰는 글은 언제나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무거운 화두인지라 기사가 길다. 기사에 삽입되는 데이터와 직접 만든 표 그리고 자료 이미지가 다른 기사들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방대한 자료들을 찾고 정리하는 데만 해도 꼬박 한나절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이러한 글쓰기가 뗄 레야 뗄 수 없는 삶의 과정이라며 즐긴다. 글쓰기를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그의 글에는 시의성, 전문성뿐만 아니라 호소력과 설득력이 단연 돋보이는 글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중 전자결재 사례'(2016.9.5), '미국 인사청문회와 한국 인사청문회 절차와 특징'(2010.8.23),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숨겨진 비밀'
(2016.8.19) 등 그가 써서 블로그와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들에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꼼꼼한 자료수집과 예리한 분석, 통렬한 전망을 담은 글쓰기 외에도 그는 요즘 방송에도 자주 출연한다.   

"요새는 일주일에 1~2번씩 방송 때문에 서울을 가는데, 이때를 제외하고 제주에서의 일상은 매일 자료 검색과 글쓰기로 보낸다"는 그와 이메일 그리고 SNS 메신저 등을 통해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다.

"바쁘더라도 올곧은 지역언론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예비언론인들과 아이엠피터와 같은 멋진 1인 미디어를 꿈꾸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을 시민기자들 또는 블로거들을 위해 멋진 경험담을 들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무려 열 가지 질문을 미리 보내주었는데 성실하게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아이엠피터(임병도 시민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아빠가 진행하는 방송이 TV에서 나오자 갑자기 보기 싫다고 울음을 터트린 딸 에스더.
 아빠가 진행하는 방송이 TV에서 나오자 갑자기 보기 싫다고 울음을 터트린 딸 에스더.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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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시절 칼럼 인연, 2010년 전업 블로거로 살기 위해 제주 이주

- 왜 아이엠피터란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미국에서 본명인 임병도라는 이름이 어려워 'Peter Byeoungdo Im'으로 사용했다. 외국인들이 임 피터(Im Peter)를 '아이엠피터'로 발음했고, 블로그 개설할 때 아이디처럼 '아이엠피터'라고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글쓰기는 언제부터 시작됐으며, 어떤 동기가 있었는지?
"미국에 거주하던 2000년 미주조선일보 게시판에 '사업자 퍼밋'을 내는 경험담을 올렸다.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아 별도의 칼럼니스트 섹션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서 미국과 한국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고, 2010년 전업블로거로 살기 위해 제주로 이주했다.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제가 겪은 경험담과 정보를 남과 공유하자는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 언론사에서 다루지 않는 작은 정보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꾸준하게 중고서점을 소재로 글을 쓰는 블로그를 통해 희귀본을 찾아낸 역사 학자의 사례도 있다.

글을 쓰면서 기존 언론이 가진 방식과 생각보다는 개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한다. 한 편의 글을 읽어도 정리가 될 수 있고, 다양한 정보와 자료가 담겨 있는 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티스토리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최근엔 블로그를 옮기고, 몇몇 언론사에 같은 글들을 전송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어떤 매체와 주로 연계해서 글을 파급시키는지?
"대한민국 인터넷 특성상 블로거는 포털을 통하지 않고는 글을 확장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블로거의 글은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블로그에 글을 썼다고 해도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는다면 자기만족 내지는 일기장에 불과하다. 블로거라면 당연히 자신의 글을 확장하기 위한 마케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현재 블로거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직썰'이라는 뉴미디어 매체와 '오마이뉴스', '허핑턴포스트' 등에 중복 게재를 하고 있다. 일부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 등에는 글을 퍼가도록 허용하고 있다."

"주 수입원은 '원고료', '출연료', '강사료', '후원금'" 

 지난 4월 한 달 간의 일정으로 1인미디어,국민TV와 함께 ‘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 간다’를 기획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총선을 취재했다.
 지난 4월 한 달 간의 일정으로 1인미디어,국민TV와 함께 ‘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 간다’를 기획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총선을 취재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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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 살면서 글을 거의 매일 쓰는데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4시경 일어나 조간신문 등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전날 작업했던 글을 다듬는다. 오전 7시~9시 사이에 글을 발행하고, 이후 소셜미디어 등에 글을 알리는 작업을 한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면서 계속해서 자료를 찾다가 오후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녁까지 함께 논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자료 검색 및 1차 글쓰기 작업을 하고 다시 새벽에 일어난다.

요새는 일주일에 1~2번씩 방송 때문에 서울을 가는데, 이때를 제외하고 제주에서의 일상은 매일 자료 검색과 글쓰기로 보낸다."

- 글을 쓰면서 원고료로 주로 생계를 이어 간다고 블로그에 소개했는데, 솔직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정말 생활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원고료는 한 달에 어느 정도나 되는지? 후원하는 분들도 많던데 후원자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수입은 '원고료', '출연료', '강사료', '후원금'이 있다. 그중에서 출연료와 강사료는 대부분 항공료 등의 교통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실제 수입을 차지하는 것은 원고료와 후원금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게 지급되는 원고료가 월 평균 50~80만원 사이이다. 여기에 정기 후원자 70여 명으로부터 들어오는 후원금 100여 만원이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가장 큰 수입인 셈이다.

수입 대비 지출이 가장 높은 항목은 식품 구입비이다. 아이들이 너무 잘 먹어서 장을 봐도 며칠을 가지 못한다. 서울에서 살았다면 이 정도 금액으로 4인 가족이 살기는 어렵겠지만, 제주 산골마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빌라(제주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 자녀를 둔 가정에게 월 5만원에 18평 빌라 임대) 덕분에 생활이 그리 고단하지는 않다." 

- 가족을 무척 사랑하시는 가장으로 페이스북에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가족 소개를 부탁한다.
"아내와 유치원생 7살 딸,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있다. 아빠라면 누구나 가족을 사랑한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가족들이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힘이자 소재가 되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커주고 있어서 참 기특하다. 특히 아들은 아빠의 글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처럼 성장하고 있어 좋다. 간혹 남자들하고만 어울리는 딸이 걱정되기도 한다. 공부보다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 소소한 행복이 물질의 풍요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쓰고, 없으면 쓰지 않는 참 고마운 아내"

 제주 산골마을에 사는 까닭에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을 수가 없다.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 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는 아이들.
 제주 산골마을에 사는 까닭에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을 수가 없다.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 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는 아이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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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에게는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미안한 생각은 없는지.
"처음 전업 블로거를 결심하고 제주로 내려 올 때 아내는 한 마디의 불만도 하지 않았다. 후원금이나 원고료 수입이 거의 없을 때에도 아내는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쓰고, 없으면 쓰지 않으며 살았다. 참 고마운 아내다."

- 요즘에는 주로 어떤 분야의 글을 쓰고 있으며 글을 쓰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가 있었다면 언제인지?
"주로 쓰는 분야는 정치, 시사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제주에 관한 글을 꾸준하게 올린다. 정치 관련 글을 쓰는 이유는 가장 오랜 시간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글을 한 편 쓰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글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으며, 개인의 생각보다는 자료나 데이터 차트 등을 중심으로 글을 발행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글에 포함된 자료 등을 정청래 전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이나 국정감사장에서 활용할 때이다. 썼던 글이 부실하지 않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가 있다면 열심히 쓴 글이 외면 받거나 많이 읽지 않았을 때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가 아닌 글의 경우는 며칠을 고민해서 썼어도, 대부분 묻히기도 한다. 간혹 명예훼손 등으로 블라인드 처리가 될 때는 화가 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가면 대부분 무혐의 처리를 받기도 한다.

긴 글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는 세상이지만, 정말 잘 쓴 글은 분명히 사람들이 읽어 주리라고 본다. 다만, 나의 문장력이나 필력 등이 약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국독립저널리스트센터 만들어 내년 대선 때 전국 취재할 것"

- 아이엠피터와 같이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한 많은 예비 블로거들과 시민기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매일 꾸준하게 글을 썼으면 한다. 한 사람이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사실 쉽고도 어렵다. 성과가 쉽게 나오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꾸준한 글쓰기도 언젠가는 결과를 만들어 내리라 본다.

블로거나 논객, 시민기자들이 열심히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최소 3년 이상 계속 글을 쓴다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하고, 문장력 등이 성장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아도 온라인의 글은 언젠가는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쉽게 포기하거나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꾸준하게 자신의 실력을 키우면서 장기적으로 글을 쓰거나 활동하기를 권한다."

- 향후 언론매체로 영역을 확장한다거나 다른 1인 미디어들과 연대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몇 년 전 부터 가칭 '한국독립저널리스트협회'를 추진하고 있다. 1인 미디어나 시사 블로거 등과 함께 활동하기 위한 단체를 꿈꿔왔다.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1인 미디어들의 특성상 협회 등의 연대는 쉽지 않다.

이번에는 자비로 '한국독립저널리스트센터'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소수의 1인 미디어들과 함께 언론사 등록까지 생각하고 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들의 지원이나 컨텐츠 유통, 동영상 프로그램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DB를 동영상과 텍스트로 구축하려고 준비 중이다. 유투브 기반의 동영상이나 정치오디오 드라마 등도 제작할 예정이다. 혼자서 활동할 때와 다르게 사무실 공간이나 인건비 등에는 많은 자금이 소요되고 지출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그렇지만 빠른 시간 내에 '한국독립저널리스트센터'를 만들어 내년 대선 때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하려고 계획 중이다."


#임병도#아이엠피터#제주도#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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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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