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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카미노의 시작점, 고요한 '생장'의 새벽풍경... ⓒ 이성관
'프랑스' 순례자 협회 사무실 자원봉사자 분과 함께... ⓒ 이성관
2015년 10월 15일(목) (1일째 St-Jean-Pied-de-Port~ Roncevaux: 26.5km)

순례자숙소(Collegiale-'론세스바예스' 성당수도원, 10유로)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

오늘은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 '론세스바예스'까지 첫째날 하루 여정이 시작된다. 꿈의 미답의 길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붉으스레 희미한 불빛이 새벽 먼동을 사위여간다. 찬공기가 상큼하기도 하다. 옷깃을 살짝 여미여본다.

조금 늦은 시각, 오전 8시경 프랑스 순례자 협회 사무소에 들러 그곳에 출근한 자원봉사자 두 분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활짝 웃는 얼굴로 '부엔 카미노' V자를 보이며 배웅해준다.
'피레네' 산맥 가는 길... 첫걸음의 발품을 시작하다. ⓒ 이성관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길을 걸어간다. ⓒ 이성관
'피레네' 산맥의 목가적 풍경... ⓒ 이성관
어제 '바욘'에서 만난 일행과 함께 길을 나서니 '피레네' 산맥을 넘기 위해 모여든 카미노 친구들이 서로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모두가 밝은 표정들이다.

그 길의 동선은 어떤 풍경으로 다가올까... 사뭇 설레인다. 저만치 한적한 길을 카미노 둘이서 걸어가고 있다. 가을이 농익어간다. 고운 길이다.
'피레네' 산맥의 목가적 풍경... ⓒ 이성관
'피레네' 산맥의 목가적 풍경... ⓒ 이성관
한걸음 한걸음 삶의 길을 걷다. ⓒ 이성관
산길이 점점 가파라지고 그곳에 펼쳐지는 비경에 와!하는 감탄사의 연발이 감동 그 자체이다. 맑고 파란 하늘에 바람 선선한 산 아래 계곡과 계곡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의 군무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꿈'을 그리는 사람들... 그 소망의 염원이 '산티아고'를 향하고 있다. 아직은 요원한 바람이건만...
'피레네' 산맥의 목가적 풍경... ⓒ 이성관
'피레네' 산맥의 목가적 풍경... ⓒ 이성관
'꿈'을 달리는 사람들... ⓒ 이성관
살짝 아침 안개 드리우니 이곳 또한 몽환적인 그윽한 풍경을 자아낸다. 그 매혹에 빠져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가 쉴 틈이 없다.

거의 한고개를 넘을즈음 한국에서 원정온 산악자전거팀을 만났다. 서로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 장 찰칵...

'부엔 카미노!'
'오리손' 산장 ⓒ 이성관
'오리손' 산장 ⓒ 이성관
'오리손' 산장이 멀어져간다. ⓒ 이성관
점점 날이 화창해지고 8km여를 걸으니 그 유명한 '오리손' 산장이 보인다. 그곳에서 호박죽 비슷한 스프를 시켜 한 그릇 비우니 속이 든든하다. 털털하고 넉살좋은 주인장에게 셀요(스템프)를 부탁하니 기분좋게 '부엔 카미노' 하며 순례자 여권(Credencia)에 반듯하게 찍어준다.

(원래 '산티아고'는 성인 '야곱'의 스페인식 이름이며 스페인의 서쪽 땅끝 '피니스테라'로 전도를 위해 순례를 떠났던 고행의 길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daum)'이나 네이버(naver) 등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을 검색해 보시면 그 성인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참고 하시길...)
얼마쯤 걸어왔을까... 오후의 햇살이 따스하다. ⓒ 이성관
카미노 친구들... ⓒ 이성관
그렇게 '오리손' 산장을 남기고 떠난다. 언제 다시 오려나... 이곳에 오기전 인터넷에서 무수히도 봐왔던 풍경이라 그리 낯설지가 않다. 친숙함이란 바로 그 시선의 머무름이기도 하다. 

이미 길은 프랑스를 넘어 스페인으로 넘어온 것 같다. 국경을 넘는데 푯말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평화로움을 느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경은 '롤랑의 샘'을 지나면서 경계를 이룬다.)

쉼터. 무엇이 그리 바쁠일도 없거니와 그길을 함께 걷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카미노의 우정을 듬뿍 쌓아간다. 이 또한 작은 인연의 맺여짐이기도 한데... 웃는 모습들이 보기가 좋다.
양치기 청년... ⓒ 이성관
양떼들의 행진... ⓒ 이성관
양떼들의 행진... ⓒ 이성관
산등성이에 뛰엄뛰엄 자리잡은 목가적 집 풍경들이며 구불구불한 카미노의 동선들... 마침 양떼를 몰고 내려오는 목동의 선한 표정이 주변 풍광들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인 듯하다.

하늘이 참으로 맑고 곱다. 그 길을 사랑하며 걷는다. 이제 저 언덕을 오르고 나면 내리막길이 서서히 시작된다. 우리네 삶의 발자취도 한 번쯤은 되돌아 보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론세스바예스' 가는 길... ⓒ 이성관
'론세스바예스' 가는 길... ⓒ 이성관
길섶가에 노랗게 야생화가 피여있다. ⓒ 이성관
낙엽 수북히 가을을 그리고 있다. ⓒ 이성관
어느덧 '롤랑의 샘'을 지나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을 넘어섰다.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이 길에서 내 이기적인 생각들을 버리고 사랑스런 토끼들에게 자상한 아빠, 아내에게 부드러운 남편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리라 몇 번이나 다짐해본다. 마음 찡한 생각에... '산티아고' 길도 나의 이런 마음을 기특히 여겨 받아들이기는 할까. 눈물샘이 작은 도랑을 이루었다.

이 길에서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아직 난 모른다. 그저 내가 살아온 삶의 연륜만큼의 진솔한 마음을 얹여 이 길을 걸으려 할 뿐이다. 걸어걸어 '론세스바예스(Roncevaux)'가 지척인 듯하다.
여행 정보
알베르게(Albergue)는 순례자 전용 숙소를 말한다. 공용 알베르게와 사설 알베르게로 나뉘며 가격은 대략 공용은 5~8유로 사설은 8~12유료 정도이다.                      

스페인의 화폐단위는 1, 2, 5, 10, 20, 50센트 및 1, 2유로 동전이 있으며 지폐는 5, 10, 20, 50, 100, 200, 500유로가 있다. 1유로: (환율변동에 따라 한국돈으로 대략 1300원~1400원 사이)

태그:#카미노, #생장, #피레네, #오리손, #론세스바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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