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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면서도 서글퍼지는 이야기입니다. 1980년 대 말, 석사과정 논문을 작성하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같이 공부를 하던 동기 중 한 명이, 한 마디로 꼭지가 확 돌아갈 만큼 화가 나 있었습니다. 며칠간 씩씩 거렸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사정을 들어보니 충분히 그럴 만하였습니다.

학위 논문을 쓰기위해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던 플로피디스켓을 동생이 확 포맷시키는 바람에 모든 데이터가 다 날아가 그렇게 화가 나 있었다고 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 중, XT나 AT라는 말이 익숙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XT, AT, 286, 386 … 그리 오래된 용어가 아닙니다.

요즘이야 스위치만 누르면 저절로 컴퓨터가 켜져 사용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A드라이브에 부팅용 플로피디스켓을 넣어 부팅시키고, 데이터가 저장된 플로피디스켓을 B드라이브에 넣고 사용하는 XT급 컴퓨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드디스크가 내장돼 있어 플로피디스켓을 넣지 않고도 켤 수 있었던 AT급 컴퓨터는 그리 흔하지 않던 시대였습니다.

게임에 빠져있던 동생이 친구로부터 게임을 복사해 오느라 형에게는 중요하기 그지없는 그 플로피디스켓을 몰래 가져가 포맷시키는 바람에 그동안 저장해 놓은 데이터가 순식간에 다 날아가 버리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집집마다 있는 컴퓨터, 대개의 사람마다 주머니에 하나씩은 넣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가능하게 한 컴퓨터는 그리 오래 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1950년, 영국의 젊은 수학자였던 앨런 튜링(Alan Turning)이 최초로 성공한 자동계산기계가 오늘날 컴퓨터의 시작입니다.

과학사의 위대한 100가지 발견들 <과학 100>

<과학 100>(지은이 폴 파슨스 / 옮긴이 김지원 / 발행처 청아출판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과학 100>(지은이 폴 파슨스 / 옮긴이 김지원 / 발행처 청아출판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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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100>(지은이 폴 파슨스, 옮긴이 김지원, 발행처 청아출판사)은 우리의 지식을 혁신적으로 넓히며 삶의 질을 개선시킨 과학사의 위대한 100가지 발견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편리성이나 위대함에 대해서는 의식조차도 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별별 무수한 것들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쑥 솟아난 건 아닙니다.

과학자나 발명가로 불리는 사람들이 남긴 연구결과, 그 연구결과를 이어 발전시킨 또 다른 과학자들이 맺은 결실인 동시에 미래 과학자들에 의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른 위대한 과정들입니다. 

책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숫자를 세거나 차례를 매기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1, 2, 3, 4, 5, 6, 7…'과 같은 숫자, 진법 등을 이용한 '셈법'부터 아직은 그 이름조차 생소한 '합성생물체'까지 천문학, 물리학, 지구과학, 생물학, 심리학 등을 아우르며 과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100가지 발견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뒤바꿔 놓은 컴퓨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데딩턴의 국립 물리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그는 전적으로 프로그램이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 최초의 전기적 범용 튜링 기계를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자동계산기계Automatic Computing Engine ACE였고, 이것은 1950년에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 419쪽.

2009년,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은 튜링에 대한 정부의 처분을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였습니다. 952년, 튜링은 법으로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던 영국 정부에 1체포되어 정부의 화학적 거세 프로그램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처분은 그의 사회적, 개인적 삶을 완전히 무너트렸고, 튜링은 2년 후에 자살했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가정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 만약, 아주 만약에 앨런 튜링이 4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하지 않았다면 컴퓨터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의문, 또 다른 뭔가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입니다.

위대한 발견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합니다. 하지만 위대한 발견은 또 다른 발견이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발판과 같은 배경이 되기에 더더욱 위대하고 소중합니다.

사람의 생각도 읽을 수 있는 시대

조선의 명의 허준은 사람의 몸 내부를 들여다 보기위해 누군가의 몸을 갈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을 가르지 않고도 X-레이나 CT, MRI 등을 이용해 몸속을 살피는 것이 보편화된 시대입니다.

이에 멈추지 않고 머지않아 사람의 생각조차도 읽어 내는 게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니니 위대한 연구자들이 가져오는 발견들이 한편으로는 기대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무한히 염려됩니다.

흥미롭게도 MRI 뇌 스캐닝은 현재 문자 그대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밝혀내는 의학 외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 562쪽

셈범, 기하학, 대수학, 미적분, 광합성, 예방접종, 전기, 분자, 주기율표, 엑스선, 방사능, 비타민, 바이러스, 초전도, 인슐린, 레이더, 컴퓨터, 레이저, 끈 이론, 복제, 인간 유전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00가지 발견들은 이미 우리들 생활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것들이자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사이자 발견들입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00가지 발견마다 정리 돼 있는 '정의', '발견', '돌파구', '중요성'과 네댓 쪽 분량으로 함축해 설명하고 있는 내용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과학, 과학이 발전해온 발전사를 더듬어 보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이루어질 발견들까지를 두루 어림해 볼 수 있는 선견지명 같은 위대한 상식을 가져다 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과학 100>(지은이 폴 파슨스 / 옮긴이 김지원 / 발행처 청아출판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과학 100 - 과학사를 움직인 획기적인 100가지 발견

폴 파슨스 지음, 김지원 옮김, 청아출판사(2016)


태그:#과학 100, #김지원,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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