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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진짜 매섭습니다. 땡볕에 5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다행히 그늘에 들어가면 좀 낫습니다.

찜통 같은 더위에다 날이 많이 가뭅니다. 올 장마는 비도 많이 내리지 않고, 일찍 끝났습니다. 장마 끝난 뒤로 보름 이상 무더위에다 비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더위에다 가뭄까지 이중고

요즘 더위에다 가뭄까지 겹쳐 밭작물이 시들시들 합니다.
 요즘 더위에다 가뭄까지 겹쳐 밭작물이 시들시들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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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아저씨가 더위를 피하러 우리 나무 그늘로 놀러왔습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 좀 해봐, 소나기 소식이라도 있는가?"

나는 핸드폰으로 일기예보를 들여다봅니다.

"열흘간 예보 모두 해가 그려졌네요!"
"그럼 앞으로 열흘 안에 비 온다는 소식 없는 거야?"
"지금 예보는 그러네요."
"이거 큰 일 났구먼!"

아저씨는 이러다 논이고 밭이고 간에 피해가 클 것 같다며 걱정을 하십니다. 예년 같으면 가끔씩 소나기가 한 줄기씩 내렸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없다고 혀를 찹니다.

고추밭에도 가뭄을 심하게 타고 있습니다.
 고추밭에도 가뭄을 심하게 타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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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텃밭 작물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지금 한창 붉어지고 있는 고추도 맥을 못 추는 것 같습니다. 고추이파리가 싱싱한 맛이 없습니다.

키가 엄청 자란 들깻잎도 시들시들합니다. 들깨밭은 땅이 쩍쩍 갈라졌습니다. 물기라고는 없습니다.

들깨밭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가뭄을 심하게 타고 있습니다.
 들깨밭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가뭄을 심하게 타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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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잎도 끝이 마르고 있습니다.
 토란잎도 끝이 마르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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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잘 적응한다는 서리태도 가뭄에는 별 수 없나 봅니다.
 가뭄에 잘 적응한다는 서리태도 가뭄에는 별 수 없나 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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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도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생강도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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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토란잎은 끝이 말라비틀어졌습니다. 서리태며, 생강잎도 시원찮습니다. 작물들이 목이 타는 것이 눈에 확연히 드러나 보입니다.

아저씨는 고추밭은 공을 많이 들인 거니까 고랑에라도 물을 줘 보라고 합니다.

"고랑에 물 주어야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요?"
"아냐! 밭고랑에도 뿌리가 닿았을 테니까, 물을 적셔주면 좀 낫겠지!"
"그럴까요?"

아저씨는 가뭄에 밭작물 타들어가는 걸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애써 가꿨으니 하는 데까지 해보는 게 도리라는 걸 강조합니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아저씨께서 다시 말을 꺼냅니다.

"요즘 벼 모가지 올라오는 것 알제?"
"지금 막 벼이삭이 패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때 논물이 넉넉해야 하는데, 논도 마를 거야?"
"그래서 그런지 수로에 물이 많이 흐르데요!"

수로관계시설이 잘 되어서 망정이지, 요즘 같이 가물면 한 해 논농사도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수'가 있다고 하십니다.

나는 지하수 호수를 끌어다 고추밭고랑에 물을 적셔줍니다.

예전 어른들 말씀이 생각납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마른 논에 물들어가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다'

농사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으면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자식들 목구멍에 밥 들어가는 소리'와 같다고 비교했을까요?

농사가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소중한 식량을 생산하고, 환경을 지키는 소중한 일임을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옛말이 요즘 들어 많이 퇴색되어가는 게 안타깝습니다.

고추밭 고랑에 지하수로 물을 적셔주었습니다.
 고추밭 고랑에 지하수로 물을 적셔주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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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통해 고추밭 고랑에 들어간 물이 해갈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마음은 흐뭇합니다.

요즘 같은 날에는 한줄기 소나기가라도 내렸으면 좋겠어요. 소나기로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도 해갈되고 말입니다.

아저씨가 돌아가시며 하신 말씀에 희망을 갖습니다.

"입추 지났으니 하늘이 알아서 더위도 쫓아내고, 비도 내려줄 거야! 모든 게 그냥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


태그:#불볕더위,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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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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