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라는 단어 뒤에는 '만드레'가 따라붙습니다. 곤드레만드레.
우리는 술을 너무 마셔 몸을 잘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을 때 '곤드레만드레'라는 말을 합니다.
'곤드레'라는 풀이 있습니다. 원래 고려엉겅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나라 특산종이지요. 곤드레나물밥으로 유명해져 요즘 고려엉겅퀴가 많이 알려졌습니다.
나는 잘 아는 분께서 자기네가 가꾼 모종 몇 포기를 분양해줘 감나무 밑에 심었습니다. 그늘 밑인데도 잘 자랐습니다.
봄에 생잎을 따 곤드레나물밥을 두어 차례 해먹었습니다. 생잎을 삶아서 지은 거라서 그런지 묵은 나물보다 향도 더 깊고, 맛도 참 좋았습니다. 음식점에서 먹었던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 고려엉겅퀴가 장마철인 지금 1m넘게 자랐습니다. 큰 키 때문인지 제 몸을 못 가누고 쓰러지고 난리입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더욱 그렇습니다. 마치 곤드레만드레 술 취한 사람처럼 말입니다.
고려엉겅퀴를 처음 보는 아들이 집에 와서 뭔 풀이 이렇게 크냐면서 뽑아버리자고 했습니다.
"녀석아, 그거 곤드레나물밥 하는 고려엉겅퀴야!""그래요? 이걸로 곤드레나물밥을 해요?""그렇다니까! 그리고 거기 꽃을 좀 봐! 얼마나 예쁜가?""야! 요 녀석, 생긴 것은 그래도 꽃은 멋지네요!"줄기는 어지럽게 쓰러졌지만, 꽃이 참 예쁩니다. 고려엉겅퀴꽃은 관상화(管狀花)로 원줄기와 가지 끝에 피어납니다. 관상화란 꽃부리 형태가 가늘고, 긴 관이나 통 모양인 꽃을 말합니다.
고려엉겅퀴 꽃 한 송이는 수십 개의 통꽃으로 되어있습니다. 꽃잎이며 수술, 암술이 모두 붉은빛을 띤 보라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암술대가 살짝 안쪽으로 구부려져 있어 멋을 더합니다.
보라색 꽃에 흰 나비가 찾아왔습니다. 꽃의 유혹에 넘어간 것인지, 나비는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나비가 꽃의 친구가 되어 함께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고려엉겅퀴는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꽃을 피워 씨로 자손을 퍼트립니다. 쓰러졌어도 꽃망울은 많이도 달렸습니다. 꽃을 피워 씨를 맺고, 그 씨가 땅에 떨어지면 봄에 싹이 틀 것입니다.
꽃은 보면 볼수록 예쁘고, 자세히 보면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