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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미술판에 시원한 바람이 불까? 트렁크 만한 공간에 색다른 3가지 전시가 함께 열린다. <디지털판화전>, <특별한소장품전>, <한국현대미술선33권전>이 그것이다.

이 전시는 동시대 주요한 미술작가를 발굴, 기록하는 출판회사 헥사곤의 '한국현대미술선' 33권 출간을 축하하고, 지속 발간을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현대미술선 기획위원회'가 주관하고, 트렁크 갤러리(대표 박영숙)가 마련한 전시다.

김선두 2016년작 아트포스터(부분도)
▲ 꿈동산 (부분도) 김선두 2016년작 아트포스터(부분도)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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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생전 목판화, 안창홍 드로잉 첫 공개

<특별한 소장품전>은 한국현대미술선기획위원들의 애장품 가운데 가려 뽑은 전시다.

특별히, 민중목판화 대표작가 오윤의 1984년 목판화와 시대의 통증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 안창홍의 1976년 드로잉을 세상에 처음 공개한다. 또한 주재환, 최경태, 류준화, 김태헌, 정정엽, 이진경 등 개성 넘치는 우리 시대 주요작가들의 흥미로운 원작들도 전시장에 걸린다.

오윤은 춤 추거나 일 하는 사람들을 주로 그렸다. 특히, 현실을 반영하는 민중의 정서를 담기 위해 애썼다. 이를 위해 오윤만의 굵고 곧은 선과 정확한 동작을 찾아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눈빛은 다정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또한 나눔과 소통을 위한 매체로 목판화와 출판미술을 활용했고 에디션이나 서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윤_ 한지에 목판화_ 28x38cm _1984
▲ 밭갈이 오윤_ 한지에 목판화_ 28x38cm _1984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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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갈이>는 1984년 오윤이 직접 찍은 작품이다. 아버지는 소에게 멍에를 걸고 잔등과 엉덩이를 토닥이고 있다. 곁에 아들은 쟁기를 들고 있다. 소의 눈과 다리를 보라. 단박에 갈아엎을 기세다.

밭은 현실이요, 소는 세상에 대한 민중의 마음으로도 읽힌다. 오윤은 현실에 대한 민중의 정서를 그만의 선으로 응축하여 감동을 담았고, 민족미술의 한 전형을 만들어 동시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안창홍_ 종이위에 잉크_ 21x15cm.1976
▲ 문명의 기슭 안창홍_ 종이위에 잉크_ 21x15cm.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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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의 1976년 에스키스 <문명의 기슭>도 40년 만에 처음 선보인다. 물가에서 먹이를 낚아챈 사람 모습을 펜과 잉크로 그렸다. 기어다니는 길짐승 같고 암수가 한 몸이다. 방금 낚인 물고기는 펄떡이고 의인화 했다.

식욕과 성욕, 생존과 번식, 약육강식 따위의 원초적 본능들이 깃발 꽂힌 현실을 그만의 풍경으로 담고 있다. 이 작품은 40여 년이 지난 요즘 상황과 다를 바 없어 안창홍 초기 작품에 담긴 특유의 예감과 조형력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이다.

잊을 수 없는 세월 오월, 디지털판화로 소장할 수 있다

아트포스터 전은 한국 동시대 작가들의 감동적인 대표 작품들을 일반 시민들도 부담없이 소장하고 즐길 수 있게 기획된 디지털 프린트 전이다. 작가의 친필서명이 있어 소장 가치가 있고, 전시와 운반이 간편하고, 합리적인 값으로 격조 있는 선물을 나눌 수 있어 미술 애호가들의 흥미를 끌만하다. 홍성담, 정복수, 김선두, 박불똥, 정정엽, 이윤엽, 양대원, 이하 등 우리시대 주요 작가들의 대표작 40여 종이 아트포스터로 제작되어 전시된다.  

홍성담_캔버스위에아크릴릭_290x1260cm_2014년작 걸개그림을 A3크기 두장으로 출력하여 아트포스터로 제작.
▲ 세월 오월 홍성담_캔버스위에아크릴릭_290x1260cm_2014년작 걸개그림을 A3크기 두장으로 출력하여 아트포스터로 제작.
ⓒ 홍성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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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선 33권전은 '한국현대미술선기획위원회'(박건, 정정엽, 김강, 현지연, 박영숙)가 기획하고, 출판회사 헥사곤(대표:조기수)이 발행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아트북전이다.

'한국현대미술선'은 동시대 한국 미술을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있다. 시대성, 독창성, 세계성을 구축하고 있는 작가들의 대표작품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내 손 안의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로 미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해 보다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한 아트북이다.

미술 문화의 공공성은 기록과 소통과 나눔에 있다. 거대출판자본이 상업성만 따진다면 풀뿌리 같은 출판 미술문화는 짓밟히기 쉽다. '딱! 망하기 좋은 책'을 33권까지 출간하고, 이어 발간하는 힘은 출판회사 헥사곤의 뜻과 공감하는 작가들이 직접 연대하여 노동으로 움직여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정엽 디지털프린트. 2016년 작
▲ 마을-밭두릅 정정엽 디지털프린트. 2016년 작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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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술계는 '진작', '위작', '대작'으로 얼룩진 형국이다. 작품 출처와 유통 경로가 투명하지 못한 탓이다. 작품성 보다 환금성, 예술을 축재의 도구로 다루는 거대 자본의 불평등한 구조가 문제의 원인이다. 이런 시점에서 그 경로를 투명히 하고, 합리적인 값으로 시민들도 향유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의 디지털 판화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동시대 주요 작가의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출판미술 또한 건강한 미술문화를 위해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소중한 일이다. 한국현대미술선 '트렁크에서 놀다'가 펼치는 3가지 전시가 신선한 까닭은 돈보다 사람, 수익보다 공익의 기쁨을 놀이처럼 즐기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 박건 기자는 한국현대미술선기획위원회 위원입니다.

전시명 : 한국현대미술선 트렁크에서 놀다
장 소 : 트렁크 갤러리 (서울 종로구 북촌5길 6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 옆.전화:02-3210-1233)
기 간 : 2016. 8.11-21 (10일간)
오프닝 : 8.11(목) 6시_ 작가 만남_ 녹음방초_ 치맥파티
퍼포먼스 : 6시30분_거문고 산조_김영종(에무갤러리관장)



태그:#한국현대미술선, #트렁크, #오윤, #안창홍,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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