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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교토 북동쪽 주택가 속에 있는 슈가쿠닌리쿠(修学院離宮) 궁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일본 구나이초(宮内庁)에서 관리하는 관광지입니다.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외국인은 미리 여권번호를 가지고 신청해야 하고, 일본 사람들은 엽서로 신청하여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봄철과 가을철에는 일본 사람을 대상으로 일주일 정도 일반 공개를 하기도 합니다.

    교토 슈가쿠닌리큐 궁 문 앞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주차장이 없습니다. 안에서 인솔자 설명을 들으면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교토 슈가쿠닌리큐 궁 문 앞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주차장이 없습니다. 안에서 인솔자 설명을 들으면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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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있는 교토고쇼(京都御所) 궁, 센토고쇼(仙洞御所) 궁, 가츠라리큐(桂離宮) 궁, 슈가큐닌리큐 궁 등 오래전 지은 왕궁이 네 곳이나 남아있습니다. 이들을 보려면 교토고쇼에 있는 구나이쵸 신청사무소에 가서 미리 신청을 해야 합니다. 1일 오후 방문하여 신청할 경우 다음날이라도 갈 수 있는 곳은 슈가쿠닌리쿠 궁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예약이 끝나서 사흘 이후에나 갈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요즘 외국 관광객이 많기 때문인가 봅니다.

최근 오사카나 교토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아온 관광객은 18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쓰고 간 돈은 8조 엔 이상이라고 합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호텔방이 부족하여 민박이 늘고 있고, 호텔에 대한 건축 규제를 완화시킨다고 합니다.

슈가쿠닌리쿠 궁의 경우 한 시간에 한 팀 20~50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9시 이후 하루 다섯 번 매시 정해진 시간에 정문에 가면 신청서를 확인하고 입장할 수 있습니다. 입장을 신청할 때는 한 조 네 명이 한 단위입니다. 네 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같은 시간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슈가쿠닌리쿠 궁 안에 있는 가미노오차야(上御茶屋)에 있는 요쿠류우치(浴龍池) 연못과 둑에 심어놓은 벚꽃입니다.
 슈가쿠닌리쿠 궁 안에 있는 가미노오차야(上御茶屋)에 있는 요쿠류우치(浴龍池) 연못과 둑에 심어놓은 벚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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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쿠닌리쿠 궁에 들어가면 먼저 이곳에 대해 소개하는 비디오를 봅니다. 이 비디오를 보고 나면 직원의 안내로 슈가쿠닌리쿠 궁 안 정원이나 건물 밖을 둘러봅니다. 마침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이곳 직원 출신 77세 할아버지께서 안내해 주셨습니다. 슈가쿠닌리쿠 궁 세 곳 전체를 둘러보는데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습니다.  

슈가쿠닌리쿠 궁은 1653~1655년 고미즈오노텐노(後水尾天皇)에 의해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교토 북쪽 히에이잔 산 서쪽 경사지에 가미노오차야(上御茶屋) 궁, 나카노오차야(中御茶屋) 궁, 시모노오차야(下御茶屋) 궁이라고 불리는 세 곳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궁 셋을 잇는 길 양옆엔 소나무를 심었습니다. 슈가쿠닌리큐 궁의 슈가쿠닌은 이곳의 땅이름이고, 리큐는 임금이나 윗 임금이 살거나 별장으로 쓰는 왕궁이라는 뜻입니다.

            사진 왼쪽> 세 곳으로 나누어진 궁 사이에 있는 논에서 유채꽃을 따고 있습니다. 이렇게 딴 유채꽃은 소금에 절여서 장아찌<사진 오른쪽>를 만듭니다.
 사진 왼쪽> 세 곳으로 나누어진 궁 사이에 있는 논에서 유채꽃을 따고 있습니다. 이렇게 딴 유채꽃은 소금에 절여서 장아찌<사진 오른쪽>를 만듭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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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세 곳을 연결하는 길 사이에는 지금도 농사를 짓는 논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원래 이 땅은 개인 소유였으나 무분별한 개발로 풍경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여 1964년 무렵 구나이초에서 땅을 샀다고 합니다. 원래 땅을 지니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지금도 소작료를 내면서 농사를 짓고 있으나 이들이 나이가 들어 놀고 있는 땅이 늘어나서 걱정이라고 합니다.    

슈가쿠닌리쿠 궁 안에는 사람이 살던 집이나 차실이 마련되어 있고, 숲으로 둘러싸여 물이 흐르는 정원이 꾸며져 있습니다. 특별히 이곳은 산의 비스듬한 땅이나 골짜기에서 흘러오는 물을 이용하여 정원을 꾸몄습니다. 일본 정원 가운데 이곳은 자연 경치를 빌려 끌어왔다고 하여 차경(借景) 정원이라고도 합니다.

가미노오차야(上御茶屋) 궁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둑으로 가두어 해발 140미터 지점에 요쿠류우치(浴龍池)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연못 안에는 섬이 두 곳이나 있고, 교토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뱃놀이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슈가쿠닌리쿠 궁 차실 방에 있는 미닫이 문이나 벽에는 교토 출신 화가들의 그림이나 글씨도 볼 수 있습니다. 기온마츠리 축제 때 사용하는 신 가마를 그려놓기도 하고, 중국 고사에 나오는 주제를 그려 놓기도 했습니다. 잘 정돈된 뜰과 숲, 마침 벚꽃이 피는 봄,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더욱 싱그럽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차실 방에 그려진 기온마츠리 신가마와 장식용으로 꾸며놓은 선반입니다.
 차실 방에 그려진 기온마츠리 신가마와 장식용으로 꾸며놓은 선반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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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법> 교토 역 앞에서 슈가쿠닌리큐 궁 행 버스를 타고 가서 슈가큐닌리쿠미치(修学院離宮道)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갑니다(15분 정도). 게이한 전철 데마치야나기역에서 에이잔전철(叡山電鉄)을 타고 슈가쿠닌리큐 역에서 내려서 걸어갑니다(20분 정도).

<참고 누리집> 슈가쿠닌리큐 궁,  http://sankan.kunaicho.go.jp/guide/shugakuin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슈가쿠닌리큐 궁, #교토, #왕궁, #구나이초(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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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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