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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제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강대국의 편 가르기도 노골화 되고 있다. 한국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고, 북한은 공단 내 기업자산을 동결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에 사드배치를 결정한 후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사드배치와 아시아-태평양으로의 군사력 이동에 반대한다.

여기서 한국정부의 오판이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한국이 엮여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남북한 당사자 간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정확한 분석과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우선 이번 사태는 미국의 국익추구가 낳은 비정상적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재 균형'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일본-한국의 결속에 의한 힘의 우위를 추구하고자 한다. 일본은 미일방위조약이라는 전통적 우호관계, 중국과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선뜻 미국의 편에 선다.

그러나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책에 쉽게 동조하지 못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전체의 25%가 넘는 등, 중국이 제1의 무역파트너이자 수출 및 수입대상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한국을 자국의 정책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견은 미국의 '선 핵폐기 후 지원'과 북한의 '선지원 후 핵폐기'였다. 이 부분은 '단계적 폐기와 지원' 내지 '동시이행'으로 접근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여, 아시아-태평양에서 자국우위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후, 곧바로 주한미군 내 사드배치를 결정했다. 한미군사훈련을 근거로 전략무기를 한반도로 총출동시키고 있다. 이는 2020년까지 해군 전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의 전초전과 다름없다.

한국정부는 현 상황을 남북문제로만 파악하고, 힘의 우위를 이용한 압박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사드로 핵미사일에 대응하고, 개성공단 폐쇄로 배수의 진을 치며, 한미군사훈련으로 두려움을 주겠다는 의도이다.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에 말려들었을 뿐이다.

한국은 사드를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무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핵 보복 능력, 즉 제2차 핵 공격력을 약화시키는 기능이 더 크다. 한국에게 킬체인(kill-chain)이 우선이고, 미사일 방어체계(KAMD)도 GBI나 SM-3 같은 고고도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중고고도인 사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우위정책, 이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방어전략.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무엇보다 한국은 막대한 안보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신무기 개발과 구입, 단독 및 한미합동 군사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불안한 국민의 마음이 사회적 불안으로 연결되어, 개인의 경제적 참여가 저하될 수밖에 없고 기업의 신규투자도 감소하게 된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위기는 한국의 국가신인도 하락을 부채질 한다. 그 결과 각종 국제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진다. 불안정한 자금회수 문제로, 외국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신규투자도 감소하게 된다.

미국과 중러 사이에 일정기간 냉전 후, 타협점을 찾을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으로 미국의 군사력 이동이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사드배치는 백지화 되거나, 중소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감시하지 못하는 체계로 후퇴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한국의 피해이다. 한중 무역관계에 이상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남북관계 악화로 안보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미국의 사드 강요로 뒤죽박죽된 핵무기 방어체계를 수립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분열로 얼룩진 국민의 감정을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과 물밑 접촉을 통해 다가올 수 있는 무역보복을 최대한 줄이고, 남북관계 개선 계획을 수립하며, 핵무기 방어체계를 바로잡아 나가고, 국민화합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미중 간 "사드배치 철회와 안보리 결의안의 교환" 같은 얕은 분석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상황은 정책결정자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태그:#북핵실험, #미사일발사, #안보리제재, #사드, #사드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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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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