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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개소하는 공복순씨. 공씨의 외아들 노우빈 훈련병은 지난 2011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여는 공복순씨 오는 16일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개소하는 공복순씨. 공씨의 외아들 노우빈 훈련병은 지난 2011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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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군 복무 중 사망·상해 등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그 가족의 상처를 보듬고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군피해치유센터를 설립한다.

지난 2011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노우빈(당시 21세) 훈련병의 어머니 공복순씨는 오는 16일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201번지 103호(독립문공원길 95)에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연다고 밝혔다.

공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매년 120여 명의 군인들이 목숨을 잃고 그보다 더 많은 군인들이 불구가 되고 있지만, 그 누구도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겪어야하는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더 이상 피해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서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공씨의 외아들 노우빈 훈련병은 2011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다 뇌수막염이 발병했지만, 군 당국의 허술한 대처로 그냥 방치되었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목숨을 잃었다(관련 기사 : "애들이 얼마나 더 죽어나가야 군대가 바뀔까요" ).

군 사망자 유가족들이 겪어야하는 심리·정신적 트라우마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만성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흔한 증상이고 가까운 지인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도 때로는 비수가 되어 2차 피해를 초래하기 일쑤다.

공씨는 "죽은 아이 앞에 숨 쉬는 것도 죄스러워 죽지 못해 사느라 불치병 몇 개는 달고 산다, 깊은 상처에서 서로 네 탓을 하다가 가정이 깨지거나,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군에서 아들을 잃은 후 공씨가 경험한 참담함은 군 사망자 유가족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씨는 "아이가 죽고 나서 서너 달 뒤 추석이 다가왔는데, 보훈처 산하 단체에서 전화를 걸어와 우리가 보훈대상자라면서 '3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아가라'고 하더라, 아들이 죽고 실의에 빠져 있는 부모에게 어쩌면 이렇게 무신경하게 대할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집안에 쓰레기가 가득 차서 종량제 봉투를 사와야 하는데, 문밖으로 한 발짝도 나설 수가 없어서 몇 주 동안이나 쓰레기가 그냥 집안에 쌓여있었다, 남들은 일상적으로 하는 활동조차 할 수 없는 깊은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면서 "만약 누군가가 '어떻게 아프냐'고 어깨 한번 두들겨 주고 먼지 한번 털어줬더라면 그 고통을 훨씬 견디기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씨는 군에 보낸 아들을 잃은 같은 처지의 어머니들끼리 나눴던 위로와 연대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아들의 기일을 맞아 국립묘지까지 오긴 했지만 정작 아들의 묘소에는 가슴이 떨려 가보지도 못하던 한 어머니가 현충원 주차장에서 만난 공씨에게 생강차 한잔을 건냈을 당시, 그 따뜻한 위로를 공씨는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군피해치유센터를 열고자 마음먹었던 이유다.

공씨는 "더 이상 피해 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다"면서 "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상처를 감싸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씨는 군피해치유센터 '함께'가 "모든 문을 다 걸어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새어 나가는 울음소리 때문에 울지도 못하는 엄마들을 위해 먹고 기운내서 실컷 울 수 있도록 이곳에서 점심을 대접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울어주고, '함께' 아파하는 소박한 일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16일 낮 12시에 열리는 '함께' 개소식에는 28사단 집단구타·사망사건 피해자 고 윤승주 일병의 부모, 논산훈련소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한 고 이재연 훈련병의 어머니, 11사단에서 뇌종양으로 사망한 고 신성민 상병의 누나, 공군 20전투비행단 가혹행위 피해자 정아무개 상병의 아버지 등이 참석한다. 국회 국방위원회장 정두언 위원장도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태그:#군피해치유센터, #함께, #공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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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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