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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마을 벽화
 광덕마을 벽화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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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곳곳에 벽화마을이 유행처럼 생기고 있다. 한바퀴 휘 둘러보는데 서너 시간은 걸리는 곳도 있고, 한 시간도 채 안 돼 둘러보는 게 끝나는 곳도 있다. 규모의 크고 작음과 어떻게 둘러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리라.

벽화 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카메라에 한 컷 한 컷 추억을 남기다 보면 규모가 작은 곳이라도 한동안 머무르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전남 화순의 성안마을도 그중의 한 곳이다.

성안마을은 가보지는 않았어도 한번쯤 이름은 들었을법한 부산의 감천마을이나 통영의 동피랑마을, 서울의 이화마을처럼 규모가 큰 곳은 아니다. 마을의 시작점에서 벽화만을 눈으로 쫓으며 둘러보면 금세 마을의 끝을 만나게 된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을 인근 남산에 성안마을과 남산의 이야기를 담은 조형물이 세워졌다. 성안마을에 있었다는 10개의 우물(지금도 성안마을 한가운데는 10개의 우물 중 한 곳이 남아있다), 남산을 상징하는 한자 '산', 야산 곳곳에서 자라는 야생버섯 등 다양한 조형물이 남산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광덕마을 벽화
 광덕마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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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성안마을 반대편 광덕마을에도 벽화가 그려지면서 또다른 볼거리가 생겼다. 광덕마을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꼬불꼬불한 골목이 이어지는 화순에서도 낙후된 마을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면서 마을 곳곳에 2차선 도로와 공용주차장, 소공원이 생기고, 도로주변의 낡은 집들이 새단장을 하면서 상당부분 말끔해졌다. 그러나 도로 안쪽에는 여전히 꼬불꼬불한 골목길과 돌담길, 미나리깡 등의 흔적이 남아 있어 어려웠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그 시대를 살았던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내게는 처음 화순에 내려와 지금 살던 곳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몇 년간 둥지를 틀었던 마을이기도 하다. 길치인 내게는 몇년 동안 광덕마을에 살면서 비슷비슷한 모양과 돌담의 집들 사이로 난 꼬불꼬불한 길들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나가는 길을 찾아 헤매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하여 광덕마을의 벽화에 눈길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을 벽화는 새로 생긴 큰 도로를 따라 그려졌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의 생활모습을 담겼다. 벽화는 광주미술협회 소속 여성작가들이 그렸다. 화순이 고향인 몇몇 이들이 "광덕마을에도 벽화를 그려 남산, 성안마을과 연계해 문화가 있는 마을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광주미술협회가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흔쾌히 동참한 것이다.

광덕마을 벽화
 광덕마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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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그리기에 앞서 벽화가 그려질 주변의 주민들과 어떤 벽화를 그릴 것인지도 고민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의 벽에 그려질 그림이기에 주민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이를 통해 지역적인 정서가 담긴 갈수록 잊혀져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담기로 했다.

작가들의 손길에 누구네집 벽에는 화로의 따스한 기운에 취한 아낙네가 선잠을 자고, 누구네집 벽에서는 댕기머리 아이가 친구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놀자'를 외쳤다.

'차(茶)'와 관련된 벽화가 주를 이루는 것도 광덕마을의 특징이다. 흔히 녹차하면 '전남 보성'을 떠올리지만 화순도 녹차와 무관하지 않은 곳이다. 화순 곳곳에는 지금도 야생녹차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지(茶智)마을, 다산(茶山)마을, 다소(茶所) 마을 등 차와 관련된 지명도 많다.

전라남도농업기술센터 육종재배실장으로 근무했던 김정운씨도 "200여 년 전 조선후기 여류문인인 빙허가 이씨(1759~1825)는 팔도특산물을 소개한 '동국팔도소산'이라는 글에서 '조선 최고의 차는 화순능주의 작설차'라고 표현했다"고 전한다.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대나무밭에서 친구들과 혹은 혼자 차를 즐기는 남정네들, 선생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으며 다도를 익히는 댕기머리 처자, 이웃 아낙들과 녹차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이를 바탕으로 그려졌다.

녹차잎을 따는 엄마를 위해 새참을 나르는 어린 여자아이, 수채구멍에서 떨어지는 물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고양이의 앙증맞은 모습도 보인다. 벽화를 보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예전에는 다 저렇게 살았다'며, 중장년세대는 '어릴 때는 저랬는데'라며, 젊은 세대는 TV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에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벽화를 보며 어려웠지만 이웃들간의 정은 지금보다 돈독했을 그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그 시절과 얽힌 나만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광덕마을 인근에는 주민들이 삶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을 벽화로 그려 넣은 성안마을, 성안마을과 연계해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진 남산공원, 3일과 8일에 장이서는 화순전통시장(화순읍 5일시장)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광덕마을 벽화
 광덕마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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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순, #광덕마을, #성안마을, #남산, #남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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