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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들러를 다룬 심리학 책을 여러 권 접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아들러가 알려진 것은 바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통해서였지만 이전에도 아들러를 다룬 심리학 책은 여러 권 출간된 적이 있었다.

한국은 이미 중독사회로 접어들어 있다. OECD 선진국의 경우에도 사회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광범위하면서 오래도록 지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독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생산적인 일에 쓰일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최근 불거진 문제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다른 사람의 은밀한 부위를 엿보게 해주는 소라넷과 도박, 게임중독이다. 이 셋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두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중독이라는 사실이다.

26일 방영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소라넷 문제를 다루었다. 단순하게 보면 남녀 간의 은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범죄에 가까운 일탈을 하면서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소라넷에서는 주로 새벽 시간에 '초대남'을 초청하는 글을 올린다. 초대남이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의미하는 '골뱅이'와 돌아가면서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문제의식이 결여된 일부 남자들의 문제로 몰아가기보다는 그들의 정신이 어떤 단계를 거쳐 그렇게 변했는지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아들러에 따르면 열등감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싸구려 허영일지라도 좋으니 어떤 분야에서 결과를 성취하길 원한다고 한다. 즉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은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해서라도 자신의 진짜 모습보다 더 위대하게 보이길 원한다는 것. 실제로 범죄자들의 행동을 연구하면 쉽게 성공을 성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책
▲ 삶의 과학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책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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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만취한 여성과 관계를 한 것을 넘어서 피해여성의 신체에 본인의 닉네임을 적어 인증샷을 올리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려는 과시욕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전 남자친구의 그런 행동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남자친구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사진엔 얼굴도 나오지 않았고 다른 이들이 너의 알몸을 보고 기억하는 것도 아닌데 상관없지 않냐"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한다.

여성 피해자의 상당수는 상대 남자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술 등을 마시고 관계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경우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 남자들의 행동에 면죄부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소라넷의 문제는 금전적인 이득을 보려는 소라넷 운영자와 비뚤어진 인정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소라넷에서는 그런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고 행동을 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15년 동안 소라넷에서 활동했다는 이용자에 따르면 "초대남 글을 올리면 높은 등급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 공간에서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곳이다.

이들을 아들러의 심리학으로 바라보면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언어와 사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면을 드러낸 것이다. 사람과 제도, 사회적 규범은 그런 사람들에게 전혀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은 바로 그들이 공동체의 삶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소라넷 운영자를 찾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법인의 것이라는 것외에 자세한 내용은 알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트를 16년 동안이나 운영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돈이다.

그 돈은 불법적인 것으로 벌어들이는 공간에서 나온다. 바로 도박이나 불법 게임이다. 그런 말초적인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쉽게 도박중독에 빠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그곳에 광고하는 자체가 메리트가 있는 셈이다. 일명 타깃 마케팅이 되는 셈이다.

이것은 비단 소라넷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박사이트, 불법 게임 등과 이런 비정상적인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이트는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어느 한쪽만 차단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소라넷'에서 그들의 일탈행위는 비정상적인 성적 탐닉과 연결되어 있다. 아들러는 성적 탐닉에 빠진 사람들의 활동은 전체적 조화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불가피하게 그들의 전반적인 생활 양식을 쓸모없는 쪽으로 끌고 간다고 기술했다.

'소라넷'의 문제를 그들에게만 국한 지을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건강한가를 다시 진단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의 발전은 열등에서 비롯된다. 열등은 인간의 노력과 성공의 바탕이다. 인간들은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개인으로서 한 사람의 인간은 열등하고 약한 존재이다. 가해자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어떤 의미에서는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다.

아들러는 건강한 심리적 삶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사회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태그:#아들러, #심리학,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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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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